............... 고민이 없지 않다. 산을 걸으며 몇 번이고 그 생각이 났다. 왜 그랬을까? 왜 갑자기 싸나워 졌을까? 술기운이었을까? 아니면 술기운을 빙자한 본심이었을까? 본심이었다면 진짜 그렇게 원하고 있는 걸까? 요즘 여러 충돌(생각의 불일치)를 자주 만나는데 나는 어찌 해야 할까? 내가 너무 내 생각을 고집하는 건 아닐까? 그러나 우리 모두 역시 새롭게 변하려는 노력이 부족한 건 아닐까? 과거 80년대식의 사고...
플루타르크 영웅전을 읽고 있다. 스파르타의 강인함의 원천이었을 리쿠르고스를 읽으면서는 토마스 모아의 <유토피아>를 생각했다. 돈(화폐)를 구리로 만들어 사실상 돈을 무용지물로 만든 사나이. 공동식사제를 만들어 낸 사나이. 그리고 스파르타식 정신육체훈련..... 물론 노예제를 기반으로 한 귀족(?) 중심의 공동체를 실현한 것이긴 하지만 그 당시 시민(자유인)만을 인민으로 생각한 한계를 고려한다면, 나름대로...
일을 하는데 예전엔 공터여서 이런저런 꽃들이 피고 풀잎들이 무성하던 곳이 그곳에 새 선로를 깐다고 깔끔하게 닦여 있다. 올봄 아직 매서운 바람에 날려 보냈던 박주가리 씨앗, 얼마전까지 그 박주가리 열매를 보며 내년 봄 또 다시 씨앗을 날릴 생각에 마음이 부풀어 있었는데 지금 그 박주가리 열매는 어디에 제 추운 몸을 눕혔을까? 그리고 또 일을 하는데 늦가을의 저녁 햇살이 아름답게 선로에 미끄러지고 있었다. 그리...
얼마전 무슨 강의가 끝나고 뒷풀이 자리에서 가장 나이 많은 선배가 우리의 술문화에 대해 한 마디 했다. 나도 그런 점들을 생각하고 있던 터라 말씀을 잘 듣고 동의했다. 선배가 주장하는 술문화를 새롭게 조직할 필요는 다음 세 가지였다. 1. 처음은 있다가 2차, 3차 이어지면서 끄트머리만 남는다. 마지막엔 아무것도 안 남는다. 2. 다음 날 일에 무리를 준다. 심지어는 망가뜨린다. 3. 경제적인 문제도 있다. 도대체 얼마...
오래전부터 도서관에만 가면 윌리엄 블레이크를 읽을까 말까 그 책을 만지작거리게 됐다. 내가 뭐 블레이크를 잘 안다기보다, 단테의 <신곡> 삽화를 넣은 사람이 그 당시 이름 높은 시인이라니, 뭔가 끌리는 사람이었음에 분명하다. 그런데 외국문학에 대해 문외한인 나로서는 도대체 이 사람을 어떻게 읽어야 하나, 고민스러웠다. 마침 직장에서 책을 장만한다길래 그렇다면 우선 영국 낭만시 소개서를 읽어야겠다고 마...
북한산에 갔다가 후배가 <철학콘서트> 이야기를 한다. 결국 그 책의 요지는 '마음을 비워라, 욕심을 버려라.' 이런 것 아니었겠느냐고. 그래서 내가 예전에 했던 고민 한 자락을 끄집어 냈다. "소의 코에 코뚜레를 거는 건 무위(無爲)냐, 작위(作爲)냐?" 그런데 이 질문을 받은 후배, 가만히 나를 바라보더니(아니 째려 보더니) "형은 그게 문제야. 욕심을 버리고 마음을 비우래는데 뭐가 그렇게 말이 많어?" 아하, 나로...
북한산 12성문 종주는 썩 마음에 드는 코스였다. 그러나 역시 예정대로 되지 않았다. 약속했던 한 사람이 한 시간이 늦어지면서 코스는 수정될 운명이었다. 나와 종주대장은 어떻게든 가 볼 욕심이었으나 허리가 안 좋은 친구와 할 일이 있어 옆으로 빠져야 한다고 일찌감치 선을 그은 친구가 있었으니 계획은 수정되고야 말았다. 그러나 어쨌든 대장은 가는데까지 가보고라는 여운을 남겨둔 채였다. 불광동에서 만나 대장이 ...
이렇게까지 늦었을까? 원래 용문산을 가고 바로 다음날 지리산 뱀사골에서 피아골까지 가 볼 생각이었다. 그러나 용문산을 내려오면서 지리산 단풍도 이미 늦었겠구나 체념했다. 용문사 은행나무는 앙상함 그대로였다. 모든 은행잎은 떨어지고 발아래 노란 은행잎만 수북하게 쌓아놓고 있었다. 옷벗은 늙은 은행나무는 그다지 아름다울 수 없었다. 늙고 지친 어머니처럼 그렇게 구름낀 하늘에 머리를 담그고 있었다.
주위에선 내가 책을 읽는 모습을 보며 참 무섭도록 책을 읽는다고 말한다. 그러면서 마치 내가 대단히 많은 책을 읽었을 거라고 생각하고 그만큼 지식도 많을 거라고 생각하는 모양이다. 그러나 이건 순전히 오해에서 비롯된다. 나로서는 그동안 못 읽은 책을 부끄러움을 감수하고 열심히 읽는 중이기 때문이다. 국민학교부터 고등학교까지 나는 참 독서에 게을렀다. 한글을 겨우 국민학교 2학년때 깨쳤으니 글읽기도 참 늦었...
며칠 전 아내에게서 전화가 왔다. 지금 자기는 작은 양치기의 교회에 와 있다고. 아마도 나를 뒤따라 뉴질랜드 여행길에 오른 막내처남과 조카와 함께 그리로 여행을 간 모양이었다. 내가 갔을 때는 내가 사전에 꼭 '기차'를 타야겠다고 해서 그쪽으로는 일정을 잡을 수가 없었단다. 그런데 아내는 이 '작은 양치기의 교회'가 참 볼 게 없다고 했다. 속으로 웃음이 나왔다. 아내는 교과서적인 여행을 하는 사람이다. 그러니 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