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국 궁 1214호는 화려하고 고풍스런 동양의 미를 자랑하는 방이지만 지금은 짙은 어둠으로 가득 차 그 모습을 감추고 있었다. 모니터에서 나오는 희미한 빛에 의해 붉은 벽과 황금 옷을 입은 용의 모습이 살짝 보일 뿐이었다. 대신 방에는 매스꺼울 정도로 진한 향냄새가 가득 차 있었다. 진(䂦)은 옆에 서 있는 척(褁)을 바라봤다. 그러나 작은 눈동자의 움직임도 그에게는 힘겨워 보였다. 깡마른 체격에 깊게 패인 주름 그리...
비가 참 청승맞게도 쏟아졌다. 나무를 하러 산에 갔다 갑자기 내리는 비를 피하기 위해 잎이 넓은 나무 아래로 들어갔다. 그러고 한참 앉아 있으니 언젠가 들은 얘기가 다시 생각나 한숨이 나왔다. 난 왜란이 한창 일 때 태어났다. 왜놈들이 온 산천을 뒤흔들어 놓은 것도 모자라 어찌나 많은 사람들을 죽였는지 한집 건너 하나씩 상을 치러야 할 정도였다. 그럴 때 태어난 내가 지금껏 살아 있다는 건 참으로 기적에 가까운 ...
일은 일사천리로 이루어졌다. 사사야키는 나리야키의 죽음이 수라카스족의 기습 때문이며 곧 반격을 가해 수라카스족을 완전히 제압했다고 시츠에게 보고했다. 시츠는 나리야키의 죽음에 크게 충격을 받았다. 그리고 사사야키의 말이 사실이 아닐지도 모른다는 의심이 들기도 했었다. 둘의 사이가 좋지 않다는 것을 알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시츠는 구체적으로 그 일을 추궁하지는 않았다. 그런다고 해서 죽은 나리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