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와이 섬은 하와이 제도 중에서도 가장 큰 섬으로 하와이 주의 이름과 혼동하지 않기 위해 '빅 아일랜드'라고도 부른다. 빅 아일랜드는 하와이 제도의 다른 섬들을 전부 합친 것보다 거의 두 배 가량 크다. 우리나라 제주도의 약 6배 정도 큰 섬이라는 것을 상상하면 얼마나 큰 섬인지 가늠이 갈 것이다.

 

하와이에 눈이 내린다고 하면 실감이 나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빅 아일랜드의 마우나케아 산(4,205m, 휴화산)에는 겨울에 눈이 내려 하얗게 쌓인다. 또한 마우나로아 산(4,169m, 활화산)에도 정상부에는 겨울에 눈이 쌓인다.

 

 

 

 

 

하와이 화산국립공원은 두 개의 큰 활화산이 있다. 마우나로아(Mauna Loa)와 킬라우아에(Kilauea, 1,222m) 화산이다. 하와이 화산국립공원의 면적은 우리나라 지리산국립공원의 약 세 배 이상 넓다. 이 넓은 국립공원을 다 돌아볼 수도 없지만 그럴만한 시간의 여유도 없다. 다만, 대부분의 볼거리가 킬라우에아 화산 주변에 몰려 있어 방문객들은 킬라우에아 주변을 돌아보는 것으로 일정을 계획한다. 그중에 크레이터 림 드라이브 코스는 킬라우아에 화산 여행의 핵심이다.

 

힐로(Hilo)에서 렌터카로 빗속을 뚫고 1시간 반이나 걸려 킬라우에아 비지터센터에 도착했다. 1시간이면 도착할 수 있는 거리(50km)를 빗속을 헤매다 보니 예정보다 많이 늦어졌다. 힐로는 매년 강수량이 3,300mm를 넘는 열대우림지역이다.

 

쉭쉭~ 품어대는 펠레 여신의 숨소리, 스팀 벤츠

 

비지터센터 입구에서 입장료 10달러(7일간 사용 가능) 지폐를 내지 공원직원인 원주민이 로켓 팔 같은 긴 스틱을 꺼내어 집게로 달러 지폐를 집어가더니 그 집게에 입장권과 화산국립공원 지도를 집어서 내민다. 비지터 센터를 통과하는 순간 마치 어느 낯선 혹성에 불시착한 작은 우주선 같은 느낌이 든다.

 

 

 

크레이터 림 드라이브(Crater Rim Drive:할레마우마우 주위를 한 바퀴 도는 10.6마일 순환도로)로 접어들자 우리가 탄 작은 우주선은 걷잡을 수 없는 블랙홀 속으로 점점 빠져 들어간다. 주변은 전혀 상상할 수 없는 풍경이 펼쳐지기 시작한다.

 

 1km 정도 나아가자 사방에 연기가 뿜어져 나오고 있는 모습이 보인다. 스팀 벤츠(Steam Vents). 잠시 스팀 벤츠 지대에 우주선을 멈추고 탐사에 나섰다. 사방에서 뜨거운 수증기를 치익치익 뿜어내고 있다. 화산의 여신 펠레가 내뿜는 숨소리일까? 온몸을 감싸고도는 수증기 열기가 마치 습식 사우나에 들어온 느낌이 든다. 바닥의 열기도 뜨끈뜨끈하다. 정말이지 화성의 어느 지점에 있는 것 같은 착각이 든다.

 

 

 

이크! 뜨겁다! 스팀 벤츠 구멍에 함부로 얼굴을 내밀어서는 안 된다. 뜨거운 수증기가 확 얼굴을 감싸 데일 수도 있기 때문이다. 스팀 벤츠는 지하수 바로 밑에서 흘러가는 용암으로 뜨거워진 물이 갈라진 바위의 틈을 타고 수증기로 배출하는 것이다. 스팀 벤츠 안을 자세히 들여다보니 수많은 동전들이 떨어져 있다. 스팀 벤츠 안에 동전을 던지면 소망이 이루어진다나? 아무튼 믿거나 말거나이지만 스팀 벤츠에 가거든 동전을 던져보자. 마치 로마의 트레비 분수에 가면 행운을 비는 동전을 던지듯이…….

 

 

 

 

조심스럽게 스팀 벤츠 트레일을 걸으며 킬라우에아 칼데라(Kilauea Caldera)에 도착했다. 비가 억수로 쏟아져 내리기 시작했다. 허지만 김이 모락모락 나는 빗속을 휘적휘적 걷는 기분은 의외로 환상적이다. 빗줄기와 수증기가 어울려 지구 어디에서도 볼 수 없는 몽환적인 풍경을 연출해주고 있다.

 

지구상에 이런 데가 있다니 갈수록 지구는 신비하다는 생각이 든다. 온전히 살아 숨 쉬는 지구의 숨소리가 들리는 것 같다. 나는 수증기 속의 실루엣처럼 한참을 멍~ 하니 서 있었다. 그러다가 영이의 재촉에 퍼뜩 정신이 들었다. 우리는 다시 작은 우주선을 타고 할레마우마우로 출발했다.

 

 

화산의 여신, 펠레와 레후아꽃

 

 

 

토마스 재거박물관에 도착하니 할레마우마우(Halemaumau) 분화구에서 하얀 연기가 하늘로 치솟아 오르고 있다. 할레마우마우는 킬라우에아 화산의 분화구다. 분화구를 둘러싼 칼데라의 지름만 4km에 달한다. 할레마우마우는 1983년 폭발한 이후로 크고 작은 폭발을 거듭하며 밤낮으로 연기를 토해내고 있다.

 

 

화산의 여신 펠레(Pele)가 분화구 안에 살고 있다고 믿기 있는 할레마우마우는 하와이 원주민의 성지와 같은 곳이다. 원주민들은 화산 자체가 펠레의 여신이라고 믿는다. 할레마우마우는 '불의 집'이라는 뜻으로 화산의 여신 펠레의 궁전이다.

 

 

 

 

화산의 신 펠레는 태평양에 떠 있는 수많은 섬을 둘러본 뒤 할레마우마우 분화구로 돌아올 때면, 펠레를 마중이라도 하듯이 화산이 폭발을 한다고 한다. 펠레는 할레마우마우 분화구 불구덩이에 살고 있다는데, 평소에는 검은 머리카락을 한 젊고 아름다운 모습이지만, 화가 나면 머리카락이 용암처럼 새빨간 색으로 변한다고 한다.

 

 

 

 

이 펠레여신 대해서는 흥미로운 전설이 내려오고 있다. 옛날 펠레가 숲을 지나다가 '오히아(Ohia)'라는 젊고 잘 생긴 남자를 보고 첫눈에 반하고 말았다. 펠레는 오히아에 사랑을 고백했지만, 오히아는 이미 사랑하는 부인 '레후아(Lehua)'가 있어 펠레의 고백을 거절했다. 질투심에 휩싸인 펠레는 오히아를 비뚤어진 나무로 만들어버리자, 레후아는 펠레 여신을 찾아와 오히아를 되돌려 주라고 사정을 했지만, 펠레는 노여움을 풀지 못하고 그대로 두었다. 레후아는 오히아 나무 곁을 떠나지 못하고 슬피 울고만 있었다. 이 사실을 알게 된 신은 레후아와 오히아가 떨어지지 않도록 레후아를 오히아 나무에서 피는 붉은 꽃으로 바꾸어주었다고 한다.

 

 

 

그래서인지 지금도 오히아라는 나무에는 항상 레후아 꽃이 피어난다고 한다. 오히아 레후아는 용암이 굳어진 암석지대에서 맨 처음 싹을 틔우는 식물이다. 불모의 용암지대에 여기저기에는 오히아 나무에 붉은 화산 꽃인 '레후아'가 마치 화산이 폭발하듯 강열하게 피어나고 있다. 이 탐스러운 레후아 꽃을 꺾거나 뽑으면 비가 내리고 연인들을 갈라서게 만든다고 한다. 그 빗방울은 레후아가 오히아 나무에서 떨어지기 싫어서 흘리는 눈물방울 이라는 것. 레후아 꽃을 뽑거나 꺾으면 펠레가 저주를 내린 다고 하니 조심해야 할 일이다.

 

 

 

 

 

펄펄 끓는 펠레의 궁전, 핼레마우마우 분화구

 

하와이 섬은 원래 폴리네시안의 전설적인 항해가 '하와이로아(Hawai'iloa)'가 발견하여 섬의 이름을 '하와이로아'로 불렀다고 한다. 그 후 폴리네시안 부족 중에서 화산 주변에 터를 잡은 부족이 섬을 장악했다. 하와이 섬을 통일한 카메하메하 1세도 하와이 섬 출신으로 하와이 제도 전체를 통일한 인물이다.

 

 

 

 

재거박물관에는 펠레 여신에 대한 자세한 정보가 전시되어 있다. 펠레의 눈물, 머리카락도 전시되어 있다. 화산이 분출되다가 식으면 용암이 마치 얼기설기 엉킨 머리카락처럼 보인다는 것. 머리카락을 길게 늘어뜨린 펠레 여신의 표정은 사납게 보인다. 자칫 잘 못 보이면 펄펄 끓는 용암 속으로 집어넣거나 머리카락으로 휘감아버릴 것만 같은 기세다.

 

 

 

 

할레마우마우는 밤에 더욱 화려해서 낮보다는 밤에 찾아가는 것이 붉은 화산을 제대로 볼 수 있다. 할레마우마우의 밤 야경을 관람하기 위해서는 조금 일찍 서둘러야 한다. 늦어지면 주차를 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우리는 체인 오브 크레이터 로드를 드라이브한 후 저녁 6시경에 할레마우마우로 다시 돌아왔다. 붉은 연기가 할레마우마우는 시뻘건 연기를 내뿜으며 하늘을 붉게 밝히고 있었다. 붉은 연기가 구름이 되어 검은 하늘을 불게 물들였다.

 

 

 

 

붉은 할레마우마우를 바라보고 있노라면 마치 지구의 심장이 펄떡펄떡 뛰면서 피를 돌리고 있는 것 같다. 지구의 맨틀은 지구의 피부이고, 마그마는 지구의 혈액이다. 마그마가 바윗덩어리를 녹이면서 지구의 피부를 뚫고 올라오는 것이 바로 용암인 라바(lava). 할레마우마우 분화구에서는 끊임없이 지구의 혈액인 용암이 흘러내리고 있다. 이곳에서 흘러내린 용암이 식어서 펠레의 머리카락처럼 길게 태평양으로 흘러내리며 새로운 땅을 만들어 내고 있다. 빅 아일랜드는 요즘도 바다로 흘러내리는 용암으로 매일 0.4씩 땅이 넓어진다고 한다.

 

 

 

 

지구는 속으로 부글부글 끓고 있다. 화탕지옥이 따로 없다. 저기 지글지글 끓는 용암 속이 바로 화탕지옥이다. 무섭다. 펄떡펄떡 뛰는 할레마우마우! 지구는 살아 숨 쉰다는 것이 실감이 난다. 할레마우마우 분화구 앞에 서면 죄짓지 말고 살아야겠다는 생각이 저절로 생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