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 중에 차요

장흥 청태전20

 

시 이청리

 

오래된 진향이 잔으로부터 배여나

몸 속을 지나 마음 속을 지나

영혼에 다다르게 하는 진향이라면

차 중에 차요

누구인들 그 차에 맡기지 않으리요

생은 날마다 무거워지는 납덩어리

이 덩어리를 잘게 부셔 가볍게하니

차 중에 차요

 

 

누구인들 맡기지 않으리요

이청리 시

 

사랑도 우려내면 우려낼수록

고운 빛깔로 번져나 변치 않으니

차 중에 차요

누구인들 맡기지 않으리요

단 한 잔의 차인데

하늘의 기운이 뻗쳐와

이 기운에 노닐게 하나니

차 중에 차요

누구인들 맡기지 않으리요

 

 

청태전을 우려내면

 

장흥 청태전21

이청리 시

우려내면 그 안에 있는 것을

잔에 채워 놓거늘

청태전을 우려내면 더욱 깊은 맛으로

잔을 채워 놓아 마시기조차

옷깃이 여며져라

혼으로 덖음 되어 있으니

하늘의 기운이 합하지 않고선

이처럼 마음이 동해지랴

집집마다 속앓이 많거늘

잔 들어 입술에 갖다 대면

생의 절반을 비워주고

더 가까이 다가서면

풀어내지 못한 속앓이를 풀어

마시게 하노라

 

 

물인데 빛이로다

 

장흥 청태전22

 

이청리 시

 

검은 푸른 초록이되

다시금 여린 속잎 처음으로 돌아가

어디에 숨겨 놓은 바람을 몰고와

차 잔 속을 소리 없이 흔드나

세상사가 언제나 태풍 속이었듯

이 태풍을 다스려 나가는

마음은 보이지 않되

모든 것을 이끌어 가는구나

여기 작은 차 한잔은

이 속에 해의 기운과

빛으로 움직이고 있으니

물이되 빛이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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