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기정 마라토너
이청리 시
한 조각 달
가난으로 덧 대여진 세월을
땀방울로 누르고 사시던 아버지가
한 조각 달로 떠서
나를 따라 오시네
아들에게 다 주지 못한 사랑을 주고자
발아래 깔아주며
허리 구부린 모습으로 비쳐 오네
거친 숨소리로 내 뿜을 때마다
등에 지고 온 삶의 무게를
가볍게 들어 올린
한 조각 달로 떠 있네
등뼈 휜 날들이 달 조각 속에 남겨진
얼룩진 흔적이 아버지가 살아온 날들의
기록들
내 등 뒤에 따라와 비치는 달이여
이 아들이 내품는 거친 숨소리를 담고자
나무 가지 위에서
저렇게 파르르 떨고 물살에 걸려
수천 조각이 하나의 몸짓으로 다가와
나를 비친 달이여
내 아버지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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