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쿠시마 핵발전 4호기와 우리나라

 

미국에 다녀와 미국의 쇠고기는 안전하다고 발표한 현 정부는 울진에 핵발전소를 추가하기로 결정했다. 그런 결정을 내린 관료가 현 정권과 다른 의지를 가진 정권을 만났다면 다른 결정을 내렸을 가능성이 높다. 누가 보아도 합리적인 결정이라고 동의하지 않을 게 분명하지 않던가. 유권자나 다음세대까지 갈 것도 없다. 이어질 정권조차 현 정권의 조치를 번복할 가능성이 높다. 정책의 연결성은 보장하는 게 옳지만, 대중의 지지는커녕 대다수의 합리적 반대를 권력으로 무력화하고 강행한 독선이었다면 철회되는 게 마땅하기 때문이다.


2011311일 활성 지진대 위에 지은 일본 후쿠시마의 핵발전 시설 4개소는 건설 당시 계산에 넣지 않은 지진과 그에 따른 거대한 쓰나미로 돌이킬 수 없게 파손되었다. 그 여파로 얼마 지나지 않아 치명적으로 폭발하고 말았다. 한결같이 설계수명을 넘기고 연장 운전하던 노후 시설이었는데, 그 중 4호기는 점검을 위해 가동을 멈추고 있었다. 지진으로 파괴된 압력용기의 틈으로 냉각수가 빠져나가자 치솟는 핵연료의 온도를 견딜 수 없는 핵발전 시설 4개소는 모두 막대한 방사성 물질을 내뿜는 수소폭발로 이어졌는데, 그 후 1년 이상 지난 지금, 폭발한 후쿠시마 핵발전소들은 안전해졌을까. 우리나라까지 더는 방사성 물질을 보내지 않을까.


내부에 설치한 연료봉 속의 핵연료가 분열하면서 고온 고압으로 물을 끓이는 정치가 압력옹기다. 두께 20센티미터 이상의 강철로 만든 그 압력용기에 금이 생기면 냉각수가 빠져나갈 텐데, 냉각수를 연료봉 높이 이상 보충하지 못하면 수천 도의 온도로 치솟는 핵연료는 지르코늄 합금으로 형성된 연료봉을 녹이며 수소를 배출하게 만든다. 작고 가벼운 수소가 압력용기를 빠져나가더라도 제거되지 않으면 발전소 외벽 안쪽에 고일 테고, 농축되면 결국 폭발한다. 후쿠시마의 1호기에서 3호기가 그랬다.


지금도 후쿠시마 핵발전소의 1호기에서 3호기의 깨진 압력용기에서 냉각수는 여전히 샌다. 하지만 다시 보충하는데 성공했으므로 다시 폭발할 가능성은 거의 없다고 일본 정부가 주장하니 일단 다행이다. 하지만 녹아내려 덩어리로 뭉친 핵연료에서 방사능이 워낙 거세게 분출되는 까닭에 위험은 여전히 도사리고 있다. 만일 어떤 이유로든 냉각수 보충이 원활하지 않기 되면 다시 수소폭발로 이어질 수 있다. 상황에 따라 체르노빌처럼 폭발할 수 있고 최악의 경우 히로시마나 나가사키보다 강력한 핵폭발을 초래할 가능성도 분명히 있다. 점검 중이라 압력용기 안에 핵연료가 없던 4호기도 수소폭발했는데, 이젠 안전해졌을까.


분열을 멈추지 않는 핵연료 때문에 깨진 압력용기 안에서 끓어 넘치는 수증기는 방사성 물질을 여전히 분출한다. 어렵사리 냉각수를 보충하게 된 이후 근근이 폭발을 막고 있지만, 규모가 작은 지진이 발생해 냉각수 보충이 차단된다면 다시 폭발할 가능성은 높아진다. 까진 압력용기에서 빠져나가는 냉각수를 다시 그 압력용기에 넣는 방식으로 안전을 관리할 수밖에 없는 동경전력은 순환되면서 방사성 물질을 고농도로 농축하는 냉각수가 늘어나는데 골머리를 않는다. 필터로 방사능 수치를 낮추지만, 한계가 있다. 결국 오염된 냉각수를 바다로 내보내려 할 텐데, 그 여파는 우리가 먹는 해산물에 영향을 주지 않을 수 없다. 작년 311일 이후 며칠 동안 냉각수가 빠져나간 압력용기를 향해 바닷물을 막대하게 퍼부었고, 그 물은 그대로 바다로 나갔다. 그로 인해 우리가 수입하는 일본산 해산물에 방사상 물질이 무시할 수 없는 농도로 들어가 있는데, 앞으로 더욱 심각해질 가능성이 남은 셈이다.


4호기는 30년 넘게 사용했던 핵연료를 수조에 보관하고 있었다. 한데 지진으로 그 수조가 깨지며 기울어졌고 여전히 핵분열을 하는 사용 후 핵연료의 냉각을 위해 순환시키던 수조의 물이 바닥을 드러내자 연료봉 속의 사용 후 핵연료의 온도가 급히 상승하게 되었다. 반감기가 수십에서 수백 년인 방사성 물질 뿐 아니라, 24천년인 플루토늄이 상당량 포함된 사용 후 핵연료는 발전 중인 핵연료 정도는 아니더라도 여전히 분열하기에 몹시 뜨겁다. 따라서 반드시 냉각시켜야 안전한데, 그런 냉각수가 사라지면서 사용 후 핵연료는 연료봉을 녹였고 결국 새어나온 수소가 폭발해 발전소 외벽을 너덜너덜하게 뜯어내고 말았다. 폭발한 4기의 핵발전 시설 중 가장 처참했을 만큼 폭발력이 강했고, 분출된 방사성 물질도 많았을 게다.


사용 후 핵연료를 보관하는 수조는 서너 뭉치의 연료봉이 담긴 압력용기와 달리 수십 뭉치의 사용 후 연료봉과 막대한 무게의 냉각수를 담는 철근콘크리트 구조물이다. 대단히 많은 양의 냉각수를 순환시켜야 보관된 사용 후 핵연료의 온도 상승을 억제할 수 있는데, 후쿠시마 핵발전소의 4호기의 수조는 현재 매우 불안정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녹색평론124호에서 일본의 전문가는 몹시 비관적이다. 강력한 방사능으로 전자부품이 망가져 접근할 수 없는 까닭에 로봇 대신 사람이 다가가 수조가 무너지지 않도록 가까스로 처리했다지만, 임시방편일 뿐이라는 건데, 진도 6이상의 지진이 발생하면 수조는 무너져 냉각수를 쏟아낼 수밖에 없다고 걱정한다. 앞으로 5년 이내에 진도 6이상의 지진이 발생할 확률은 매우 높아서 기정사실로 여겨야 할 정도라고 한다.


수조가 무너져 30년 동안 보관한 사용 후 핵연료가 발전소 밖으로 내동댕이쳐지면 작년 311일 이후 후쿠시마에서 분출된 방사성 물질의 10배 이상 대기로 방출될 것으로 예상하는 전문가는 후쿠시마 일원은 이후 영원히 버림받을 수밖에 없을 것으로 예상한다. 거기에서 그치지 않는다. 그 전문가는 더 끔찍한 사고를 상정한다. 연료봉을 녹이며 들어붙을 핵연료가 임계질량을 넘기면 이제껏 실험조차 하지 못한 규모의 핵폭발이 일어날 수 있다는 게 아닌가. 그런 폭발이 발생할 경우, 방사성 물질로 뒤덮일 일본은 죽음의 나라가 될 것이라고 우울해하는 전문가는 수습된 듯 선언하는 일본 정부를 행해 농담할 때가 아니라고 일갈한다. 파멸이 목전에 있다고 개탄한다. 활성 지진대에 핵발전소를 지은 일본의 내일은 시방 불안한데, 일본의 사정에서 그칠 것인가.


     일본과 거리가 가까운 우리나라는 편서풍 지대의 서쪽에 있으므로 마냥 안심해도 좋을까. 일본 해역에서 거침없이 수입하는 해산물에 방사성 물질 오염이 심상치 않는 마당이다. 후쿠시마에서 핵발전 4호기가 다시 폭발한다면 1986년 체르노빌 핵발전소 폭발로 지금까지 고통을 받는 우크라이나와 벨라루스 이상으로 치명적 피해가 몰려올 가능성을 결코 배제할 수 없다. 공기와 물, 땅과 음식, 어느 것 하나 안심할 수 없게 될 터인데, 30년 설계수명을 다한 고리1호 핵발전소의 수명을 연장한 우리는 일본보다 더 안전하다고 감언이설로 주민들을 조롱하며 울진에 핵발전소를 추가하려고 한다. 한국은 파멸되지 않을 것인가. (지금여기, 20125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