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색다른 사진이 인터넷 공간을 달궜다. 방사능에 오염된 토양을 시커먼 자루를 산더미처럼 쌓은 임시 처분장 옆에서 쌀을 수확하는 장면이었다. 새삼스럽지 않지만, 후쿠시마에서 재배한 쌀을 관광호텔에 납품해왔다는 사실을 폭로하는 기사도 올라왔다. 그런 사실에 분노하는 유명한 할리우드 배우의 사진도 나왔는데, 후쿠시마 쌀은 과연 안전할까?


식품에 대한 방사능 허용기준치로 살펴보니 안전하다는 게 일본 측 주장이다. 누가 어떻게 측정해서 그런 수치를 내놓았는지 따지지 않았지만, 일본에서 제시하는 허용기준치보다 낮을 거라 믿는다. 하지만 그러므로 안전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방사능은 물론이고 환경 방출에 대한 대부분의 허용기준치는 생태계나 사람에 안전을 과학적으로 드러내는 증거가 아니기 때문이다. 산업계의 로비나 경제사정에 따라 오르내리는 허용기준치는 대부분 타당한 산출 근거를 제시하지 못한다. 그저 관리자를 배려할 따름이다.


20113월 후쿠시마 핵발전소의 반응로 4기가 연속 폭발한 후 걷잡을 수 없게 방출된 방사성물질은 토양 뿐 아니라 습지, 지붕과 나뭇잎에 내려앉았다. 그 중 토양을 치명적으로 오염시킨 방사성물질은 삽이나 호미로 흙을 긁어내 검은 자루에 담는 방식으로 치웠다. 임시 조치였다. 자루를 인적이 드문 지역에 쌓아두었지만 안전해질 때까지 방사능을 차폐하며 보관하지 못한다. 비바람에 쓸려 내려간 적이 있던 부대 안의 토양은 허용기준치를 크게 초과하건만 외진 땅 뿐 아니라 농토 인근에 그 부대가 켜켜이 쌓여 있다. 일본의 현실이 그렇다.


후쿠시마의 논에서 생산한 쌀은 핵발전소 폭발 이후 누가 소비했을까? 날마다 먹는다고 생색을 낸 일본 수상 이외에 외교사절에 대접했다는 소문도 들렸다. 최근 한 술 더 떴다. 후쿠시마 앞바다에서 잡히는 수산물과 함께 내년 도쿄올림픽 선수촌에 공급할 예정이라는 게 아닌가. 안전을 확신한다는 일본 정부의 홍보일지 모르지만, 사실이라면? 무책임할 뿐 아니라 대단히 불쾌한 계획이 아닐 수 없다. 자국 명예를 위해 참여하는 세계 각국의 젊은이를 실험대상으로 여기려는 건가? 그 뿐이 아니다. 야구와 소프트볼은 후쿠시마에서 치룰 거라던데, 그 경기장 인근에 문제의 자루가 산더미다.



사진: 2020 도쿄올림픽의 문제를 지적하는 포스터들.


우리 정부는 그런 소문을 듣고 실상을 세세히 파악하고 있을까? 올림픽을 위해 땀 흘리는 선수들에서 관련 사실을 알렸을까? 선수와 임원, 그리고 우리 관광객이 선수촌과 식당에서 먹을 음식에 대한 어떤 고민과 준비를 하고 있을까? 선수단을 파견할 국가들과 안전을 위한 논의에 나서고 있을까? 도쿄올림픽이 열릴 내년 7월이면 체르노빌핵발전소가 폭발한지 34년이 넘는 시점이다. 지금도 체르노빌은 핵발전소 반경 30킬로미터 이내를 통제한다. 후쿠시마는 올림픽을 치러도 될 정도로 안전하다고 확신하기 어렵다. 많은 환경운동가는 도쿄의 안전도 부정한다.


사실 책임 있는 자세를 가졌다면 일본정부와 체육계, 그리고 국제올림픽위원회는 도쿄올림픽을 구상하지 않아야 했다. 올림픽이 기정사실이라도 일본과 국제올림픽위원회는 안전을 철저하게 대비해야 하는데, 관련 소식은 명료하게 들리지 않는다. 허용기준치 이내라는 수치에 숨지 말고, 경기장 인근의 방사능 수치를 정확하게 시시때때 밝혀야 하는 건 기본이어야 하는데, 어떨까? 방사능 민감성은 사람마다 다르다. 우리나라도 일본이 제시하는 허용기준치에 안심하면 절대 안 된다.


최근 청와대 인터넷 게시판에 '2020년 도쿄올림픽 보이콧' 청원글이 올라왔다는 소식이 들린다. 일제강점기 징용 피해자들에게 손해배상을 해야 한다는 우리 대법원의 판결 이후, 일본 정부에 의해 반도체 소재 수출 규제 조치가 나오면서 우리 사회에 일본 뿐 아니라 국제 무역에 대한 경각심이 높아지는 계기가 되고 있다. 일본 제품과 일본 여행 거부운동이 확산되는 와중에 청와대청원이 나왔지만 ‘2020년 도쿄올림픽 보이콧은 전부터 제기된 국제적 민간운동이었다. 귀담아야 할 내용이 많은데, 올림픽 개최를 1년 앞둔 현재, 우리는 어떤 대비를 하고 있을까? (지금여기, 2019.7.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