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어있음은 슬픔도, 쓸쓸함도, 그 무엇도 아닌 것이며,
아무 것도 아닌 그 무엇인가의 힘으로 우리는 다시 세상을 껴안는다.
- 장 그르니에-

새로 시작 올해도 벌써 한 달을 채워가고 있습니다.
며칠 전부터 새 글을 쓰려고 마음을 먹었지만 도통 마음이 비워지지 않았습니다.
원인은?
독감입니다.

겨울이 시작되면 감기에 걸리고 그 감기는 새 봄을 훌쩍 넘어서야 수그러들기 시작합니다.
늘 그랬습니다.
근데 올 해는 새해 초에 시작한 감기가 아직도 기세등등하게 머무르고 있습니다.
텅비고 냉기가 썰렁한 집안에 혼자 누워서 끙끙 앓다가보면 곧 죽어버릴 것 같은 공포가 밀려왔습니다.

죽는다고 해도 뭐 아쉬울 것은 없지만
미처 정리하지 못 한 나의 흔적들을 남기고 가자니 부끄러웠습니다.
전에는 즐겁고 기쁜 일들을 상상하면 이내 마음이 풀어지곤 했었는데
나이 탓인지 마음 탓인지
나올 듯 나올 듯 간지럽히는 재채기처럼 가닥이 잡히지 않았습니다.

지금 흐르고 있는 노래.
쥬리엣 그레코의 <파리의 하늘 아래>입니다.
들어도 들어도 싫증이 나지 않는 기분이 좋아지는 노래입니다.
어디선가 봄이 불쑥 튀어 나올 듯한 기분이 드는 노래입니다.
좋은 사진이나 좋은 음악을 들으면 마음 속이 봄비 내리 듯 촉촉하게 젖어오고 가슴이 설레입니다.
그러나 사는 일이 온통 마음을 휘젓어 놓으니 음악이나 그림들이 마음에 담길 틈이 없었습니다.
이런 제게 잘 아시는 분들은 덕담을 해 주십니다.

"이제 고통은 다 갔어요.며칠만 기다려봐 쌍무지개가 뜰거야.
내 말이 틀리면 역학이라는 말이 이 세상에서 존재하지 않아야 해."

"착하고 순수하니까 틀림없이 좋은 일이 생길거예요.안 그러면 내 손에 장을 지질께요."

그런데도 감기는 더 지독한 몸살로 이어지고 거울을 보면 착하고 순수하기는 커녕
건초더미 위로 빗자루를 타고 나르는 마귀할멈같은 모습이 비춰집니다.
그런데도 사람들은 또 좋은 말들을 해 주십니다.

"좋은 일이 오려구 그러는거야! 마지막 몸살을 해야지만 대운을 맞이 하는거야!"

"아직도 눈빛은 초롱초롱하니 맑은데..."

보잘것없는 제게 기운을 주시는 고마운 분들.
이제 며칠 뒤면 입춘이라 했습니다.
어디선가 봄이 기다리고 있는 것 같습니다.

이제 머지않아 쌍무지개 뜨는 언덕 위로 향긋한 봄바람이 불어 올 것입니다.




너무 오랜 시간동안 글을 올리지 못 해 두서없이 일기처럼 몇 자 적어봅니다.
*^^*이러다가 기운이 나면 다시 새 글을 쓸지 모르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