丁亥년 4월 20일 지금으로부터 한 육십년 전 그때 그 시절에는 내가 태어난 慶山은 여느 농촌 마을이었다. 보리쌀을 삶아 소쿠리에 퍼서 서늘한 곳에 두었다가, 솥에 다시 넣고 그 위에 쌀을 앉히고 밥을 한다. 아이는 소꼴을 먹이러 들로 나가고, 조금 있다 아낙은 보리쌀을 삶을 시간 쯤에 내가 태어났다고 하니, 나는 참 평화로운 시간에 태어났다. 그래서 나는 지금까지 비교적 여유롭게 살아왔나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대를 살아오면서 숫자에 세뇌되어, 태어난 시간이 수치로 표시된 것이 아니라, 정확한 시간을 알고 싶어했다. 그게 부질없는 생각임을 알면서도 '오십보백보'를 받아들이지 못하고 속 좁게 살고 있다. 이제 나이 육십이 다 되었으니, 生死가 그리 다르지 않음도 깨달아 마음의 여유와 평화가 함께하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