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8월 20일)


속수무책


내 인생 단 한권의 책
속수무책
대체 무슨 대책을 세우며 사느냐 묻는다면
척 하고 내밀어 펼쳐줄 책
썩어 허물어진 먹구름 삽화로 뒤덮여도
진흙참호 속
묵주로 목을 맨 소년 병사의 기도문만 적혀 있어도
단 한 권
속수무책을 나는 읽는다
찌그러진 양철시계엔
바늘 대신
나의 시간, 다 타들어간 꽁초들
언제나 재로 만든 구두를 신고 나는 바다절벽에 가지
대체 무슨 대책을 세우며 사느냐 묻는다면
독서 중입니다, 속수무책

* 김경후 시집, [오르간, 파이프, 선인장]에서
- 창비 2017



:
그다지 길지도 않은 여름인데
물가 한 번 못 가고 보내고 있자 하니

날이 맑든 흐리든 손에 책은 잡히지 않고
'속수무책'으로 쌓아둔 책만 바라보네

언제쯤 그리운 '바다절벽'에 갈 수 있으려나
바라보는 저 '속수무책'

( 190820 들풀처럼 )


#오늘의_시
#시요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