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11월 26일)


콩 타작


작대기로 탁탁 때리면
노란 콩알이
툭툭 티나온다.

티나와 할머니와 내 머리에
얹히는 것도 있다.

해 가는 줄 모르고
할머니와
마당에 앉아
콩 타작을 하는
가을날

이제 얼마 안 있으면
할머니 치마 저고리 한 번 해 가주고
올해도 장 담글 메주 쑤어 달라며
광주로 시집간 고모가
경수를 데리고 오겠지.

올해 일흔 살인 우리 할머니
시방,
작대기로 나보다도
더 힘차게
탁탁 때린다.

* 윤동재 동시집, [재운이]에서
- 창비, 2002.12.20


:
지난 주말, 아내랑, 처남이랑 함께, 아버님(장인 어르신)께서 애써 키우신 콩 타작을 했더랬다. 그날 저녁 부산에서, 술 타작! 약속이 있던 나는 맘이 바빠 열심히 작대기를 두들겼는데...

올해 아흔 살인 아버님, 우리보다도 더 힘차게 탁탁 때리시더라는... 아침부터 한낮까지 열심히 일하여 거둔 검은콩 8되가량, 오늘 그 콩으로 콩밥 해서 도시락, 싸들고 출근했다.

그리고 동갑내기 동무 녀석이 방금 왔다. 겨울 옷을 입고.

( 191126 들풀처럼 )


#오늘의_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