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그리의 본질적 결함들 ...

 

그리그리의 크고작은 결함 중 몇가지는 이미 알려져 있는 사실이지만,

몇가지는 처음 밝혀지는 것일지 모르겠네요.
중요한 관전포인트는 이들이 클라이머들의 오작동에서 기인하는 사용상 문제가 아니라
그리그리가 갖는 본질적 결함들이 그 원인이라는 것입니다.
또한, 1994년경 처음 세상에 나온지 15년이면 충분히 개선 가능한 시간이라는 것이죠.

 


그리그리의 넘버원(number one),  온리원(only one) 장점인 자동제동.
여느 확보기처럼 양손으로 자일을 밀었다 당겼다 하다가.
등반자가 일순간 추락하면(즉 등반자쪽 자일이 타이트해지면) 캠밍(camming) 작용으로 ....
레버가 튀어나오면서 제동손쪽 자일을 조개처럼 꽉 물어서 자동 제동이 됩니다.
브라보 그리그리.~~


그러나 이와 같은 영용한 역할은 아래의 모든 조건이 충족될 때만 가능합니다.
경제학에서는 이를 세떼리스 패리부스(ceteris paribus)라고 하던가요.

"다른 모든 조건이 동일하다면......"
예컨대 다른 모든 조건이 동일하다면, 그리그리 가격이 내리면 사람들이 더 많이 산다..~~

 

 

단점들 그것도 치명적인 단점들...

 

1. 털컥털컥 잠긴다. 그래서 천천히 주어야 한다.

 

캠이 상당히 민감한 녀석이다 보니 부드럽게 자일을 들입다 날입다 해야 합니다.
클라이머의 등반속도에 맞추어 조금이라도 속도를 올리면 덜컥덜컥 잠깁니다.

그래서 클라이머 사정을 인정사정 볼것없이 천천히 주어야 하고,
이는 상당히 위험을 초래할 수 있습니다.
클라이머는 달달 다리를 떨면서, 자일을 쑤욱 잡아 당기는 상황에....
턱.....하면....켁....합니다.
그래서 자동제동을 위해서 다양한 파지법(grip방법)을 클라이머들이 창안해 냅니다.

 

 

2. 각종 파지법


각종 파지법은 모두 민감한 캠을 살살 달래서 자일을 쑤욱 빼기 위해서 입니다.
보통 이 방식이 선호되고 있습니다.
반쯤 그리그리를 눕힌 다음에 오른손으로 레버를 살짝 누르는 식이죠.
그러나 알게모르게, 자기도 모르는 사이에 이렇게 레버의 숨통을 죄는 경우가 있습니다.
예상외로 고수들도 많습니다.


-  혹시 등반자가 추락하면 어떻게 하세요?
-  손을 놓아 버리면 되죠....

이 방식은 사실 상당히 위험한 방식입니다.


'리마리오'처럼 '본능에 충실하라'라는 법칙에 위배됩니다.
당황하면 사람은 손을 꽉지게 됩니다. 지푸라기도 잡으려 들듯이
이를 "panic press"라고 할 수 있습니다. 말그대로 바닥치기 상황이죠.


이렇게 하는 분도 보았습니다.
위에서 아래로 움켜쥐는, 레버를 더욱더 목조이는 방식입니다.
누구나 그러하듯이 빌레이할때 매순간 '얼차려'상태가 아닙니다. 방심하죠.
모든 사고는 고의사고가 아니라 과실범입니다.
방심하는 상태를 파고 들어오는....

 

이런 고수들도 많이 봅니다.
등반을 끝내고 빌레이 체인지 할 때, 비싼 메톨리우스 장갑을 끼는..
그러나... 그리그리의 자동제동 기능은 그리그리가 갖는 거고, 확보자는 주종관계입니다.
그리그리의 레버 기능을 살려주는 보조자 역할에 불과합니다.

 

이렇게 장갑낀 손으로 레버를 감싸안기도 합니다.
더욱더 레버를 둔감하게 느끼게 되죠...
자동제동은 확보자가 하는게 아니라 그리그리가 한다는 사실.

 

최근 인터넷에 떠도는 맨 오른쪽 방법, 뉴 테크닉 입니다.
맨 왼쪽은 페츨에서 권하는 방식이고. 가운데 방식은 우리가 흔히 쓰는 것이고
오른쪽 방법이 뉴 페이스입니다.
페츨도 인정하다시피 맨 왼쪽은 도대체 자일을 내어주기가 불가능합니다.
이런 방식은 톱로핑에서나 유용하죠.
그런데 왜 페츨이 가운데 방식이나 오른쪽 방식을 강추하지 않을까요?
바로 이것이 페츨의 속사정이고 페츨의 음모^^입니다.

2-1

 

 

이 방식은 제동에 있어서 상당히 문제가 있다고 합니다.
자일의 방향과일치하지 않고 그리그리가 삐딱하게 있어서 제동력을 제대로 발휘하지 못하게 된다죠.

게다가 위에서 말한 "Panic Press" 상태에 빠지면 클라이머를  " Highway to the death" 로  이끌어
영점1초만에 바닥치기하게 되고요....

 

게다가.....

게다가 끝자가 쑤욱 빠지는 위험이 도사리고 있습니다.
도대체 이게 왜 위험한 것인지 우리나라에서는 상상이 잘 안가는
상당히 예외적인 시츄웨이션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인수봉 피치등반에서야 끝자를 묶고 있을테고
하드프리는 한국 바위의 특성상 30미터가 넘는게 없죠.
그러나 곰곰히 추리를 해본 짐작입니다.
유럽은 한피치가 피치 길이가 자일의 반이 넘는 경우도 많고,

또 어떤 암장은 절벽 중간에 있어서 절벽위에서 하강해서 테라스에서 빌레이 보는 경우도 있습니다.
그와 같은 경우를 대비하라는 거 겠죠.

어쨌던 페츨에서는 절대로 사용하지 말아야 한다고 이야기 합니다.
압도적 다수의 클라이머들이 이 방식을 사용하고 있고요. 이 모순된 상황....


그래서 이렇게 끝자를 묶고 하라고 하는데 사실 상당히 귀찮기도 하거니오,
또다른 위험을 초래합니다. 끝자를 묶은 상황에서 자일을 회수하는 위험 말이죠.
이런 다양한 방식이 고안되고 있다는 것은 무슨 의미일까요?
바로 그리그리의 본질적 위험이라는 것입니다.
자동제동을 위해서 그리그리의 비늘(역린)을 거스리지 않고 살아온지 어언 15년이 되었습니다.
페츨도 문제가 있고, 클라이머계도 문제가 있는 잃어버린 세월입니다.


3. 반대로 끼우기

 

네버, 네버. 절대로 자일을 반대로 끼우지 마라....
절대로 자일을 반대로 끼우면 안됩니다.
그러나 이또한 우리 입맛대로 안됩니다.
매듭의 실수를 봅시다.
세계적인 클라이머인 린 힐도 매듭도 하지 않고 오르다 자유낙하 했고,
국내에서도 크림프의 김동현씨 역시 자유낙하 한 경험이 있다고 용기있게! 고백했습니다.

교본에는 출발하기전에 서로체크(buddy check) 하라고 하지만 그게 매번 쉽나요?
그리그리 교본에는 출발하기 전에 두세번 털컥털컥 제대로 장착되었는지 체크 하라고 하지만...
글쎄요... 그게 그리그리로서는 책임을 다했다고 할 수 있을까요?


그리고 이렇게 표면에 등반자쪽과 확보쪽 그림을 음각해 놓았죠. 상감청자처럼....
이런지 어언 15년.
산악계의 왕자 페츨은 이제 책임을 불쌍한 클라이머에게 돌립니다.
"다 니탓이다.니탓이야..."
그래서 방안을 강구해 보았습니다.

이순신장군은 남아있는 배 13척으로 일을 도모했지만.
이번에는 야영한 후 배낭에 남아있는 쌀알 여덟톨을 톨톨 털었습니다.~~
그리고 매직으로 빨간 매니큐어를 해준다음에..이렇게 음각된 클라이머쪽에 양각으로 해보았더니,,,


아니글쎄. 모양도 클라이머 자세 지대로 딱 나오고...
양각되어 드러나다 보니 훨 각성효과도 뛰어나고...
야간이나 비상상황을 연출하려 일부러 흐릿하게 찍었습니다.
아니 이렇게 길거리 클라이머도 생각해 낼 ,돈도 별 안들 쉬운 방식인데..

왜 막강한 페츨 기술진은 뭘하고 있을까요?

딴생각하고 있거나, 아니면 사회구조적인 관점으로 보자면 독점의 폐해라고 할 수 있습니다.
"페츨 확보기 "리버소"도 사실 문제 많은 확보기인데 다음에 다른 포스팅으로 경종을 울릴까 합니다.

왜 페츨사에서는 이렇게 밤톨마냥 오돌토돌 하지 못할까요?

공학적인 관점에서 보자면, 이렇게 판떼기가 균일한 철판을 구멍내고 접히고 그렇게 해서입니다.
그래도 그렇지 납땜처럼 하면 될텐데....

자일바꿔낄 위험....--- 페츨의 잘못입니다...--

 

 

 3.  자일꼬임

하강하거나 빌레이볼때 이렇게 마치 여인이 외로 반 꼬고앉아 있듯이
자일을 뒤돌려 비딱하게 잡습니다.
이 결과는 무엇일까요?
바로 이렇게 자일이 꼬이게 됩니다.
팔자하강기의 단점 중 하나가 자일이 빙글빙글 돌다 보니 꼬임이 생긴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자일의 꼬임은 잘 알려졌다시피 자일의 성능에 굉장히 안좋습니다.

즉 그리그리는 자일을 꼬이게 하고 이는 자일 건강에 별로 안좋습니다.
자일이 온데로 고스란히 가는 튜브확보기가 팔자하강기보다 낫다고 하듯이
이렇게 튜브확보기처럼 가지런하게 나가게 할 수 없을까요?

물론 있습니다.
이 자일에 상처를 주는 그리글의의 결핍은 다른 회사에서 극복했습니다.
(그리그리의 아성에 도전한 여러 자동보기라는 다른 포스팅에서 글을 올리겠습니다.)

 

 


5 빌레이시 패닉풀(panic pull) 현상

사람이 당황하면 리마리오처럼 "본능에 충실해집니다.
빌레이 볼때나 하강할때, 당황하면 그리그리 레버를 확 당기게 됩니다.
심지어 돌부리에 샌달이 걸려 넘어질때 레버를 당겨서

등반자를 실신 KO 직전의 공포로 몰고 간 것도 본적이 있습니다.
당기면. 끌리면 옵니다.
그리그리...15년이면 강산이 변할 나이인데..아직도 우리를 훈계하기만 합니다.
"확당기지 마라.
명품 제대로 알고 쓰라..."
물론 이 치명적인 결함 또한 타 장비회사에서 극복했습니다.
꿈꾸면 이루어집니다.~~


 
6. 1원짜리 동전만한 고리구멍

 

 

고리 구멍이 왜 적게 만들었을까요?
구멍을 더 크게 깍으면 그리그리의 무게도 덜나갈텐데...
트랑고의 뉴 페이스 신치의 한계 역시 무게 줄이는데에 너무 신경썼다는 것에 있습니다.
무게 줄이는게 능사가 아닙니다. 트랑고의 한계입니다.
트랑고가 왜 이런 패착을 두었을까요?
수많은 고수전문 클라이머들의 조언아닌조언, 말도 안되는 당나귀 때문입니다.
그들은 하나같이 "그리그리의 유일한 단점은 무게가 많이 나간다는 거다."

그래서 고산거벽에 가져가기는 좀 무리하다..."라는 겁니다.
나 원 참..기가 안막혀서...그게 사실일까요?..
고산거벽을 안가보아서 모르지만 너무 사기치는 거 아닐까요?
잘나가던 그리그리가 뭐 그리 몸무게 많이 나간다고 뺀지를 맞게 되네요.
S 라인의 그리그리인데......
하여간 전문 산악, 알피니즘을 지향하는 트랑고의 불행입니다.


구멍을 작게 만든 결과, 몇몇 회사의 카라비너는
서로 세종대왕이 한글만들 때 처럼 "서로  사맛디 아니할쎄...입니다.
그래서 장비점에 가면 가끔씩 듣는 말추렴.."
이 카라비너가 그리그리랑 잘 어울려...."
이왕이면 범용으로 만들었으면 하는데..
이런 결핍또한 다른 자동제동 장비가 알아차리고 극복했습니다.


 


6. 팔자나 튜브확보기 파지법에 악영향

그리그리를 잡을 ? 오른손은 이렇게 새끼손가락이 위로 가는 방식입니다.
이게 훨 자연스럽죠..
팔자하강기나 튜브확보기는 어떤게 좋을까요?
오른손 엄지가 위로 가는 방식
오른손 엄지가 아래로 가는 방식
 

많은 전문 산악인들이 이 소박한 질문에 뺀지를 놓더라고요.
"당신의 취향 문제라고...."
그들의 비전문적인 말에 굴하지^^않고 등반사를 연구해 보았더니...

 

 

한 때는 이 방식이 제일 유효한, 제일 수승한 방식이었는데
그래서 당시 클라이머들의 지혜의 산물이었는데...
지금은 이 방식이  또다른 결핍을 해결한 더 나은 방식이라는 것이 정답입니다.
다시말해, 우리는 위와 같은 방식으로 배웠지만.
나만을 믿고 따르는 초보자에겐 아래방식을 권해야 한다는 겁니다.

저의 지론은 현재 우리가 제각각 배워서 쓰는 방식의 우열을 논하고자 하는게 아닙니다.
이 방식은 논의의 실익도 없을 뿐더러 대화의 논점을 흐리게 됩니다.

"나만을 믿고 따르는" 새로이 암벽에 입문하는 초심자들에게 그들의 간절한 마음에 비례해서
혹시라도 내가 배운 방식에 뭔가 부족함이 없아 돌아보는 계기가 되었으면 하고.
 좀더 나은 방식에 대해 고민을 해 보자는 것이고, 그 고민을 공유하자는 것입니다.

그렇지만, 그리그리가 원치 않았겠지만. 그리그리 파지법 때문에 많이 헷갈리고 있습니다.
이또한 그리그리의 부작용이죠.


5. 자일손상이 심하다는 것입니다. (특히, 오토스톱 때마다)


오토 스톱될 때마다..그리그리는 자일을 인정사정 볼것없이 꽉꽉 뭅니다.
이는 자일에 좋지 않죠.


8. 익히 알려진 사실


빙벽에나 자일이 얼경우 제동력이 별로 안좋다고도 하고
다이나믹 빌레이가 안된다는 점입니다.
그래서 폴짝 뛰는 등 그리그리로 다이나믹성 효과를 내는 여러 방법이 인터넷에서 돌아다닙니다.
추락 즉시 자동제동이 능사가 아닙니다.
이는 바닥치기만 안한다 뿐이지, 똑같이 위험한 벽치기도 막아야 합니다.
상당히 민감한 놈.....~~~


9 . 또다른 자일 손상.


확보줄 쪽의 표면입니다. 상당히 흠집이 많이 났습니다.
하네스에 달고 다니면서 많이 긁혀서 그렇겠죠
바로 이 곳에 자일이 쏠리게 됩니다.
눈에 보기엔 작은 스크레치들이겠지만..

자일의 가느다란 보풀에는 상당히 날카로운 첫키스가 됩니다.
칼날같이....

그리그리는 이외에도 많은 결핍들이 있슬겁니다..
아직도 계속 분석중^^


혹자는 이렇게 묻더군요
뭐 대단한 일이라고?
-그래서 제가 말했죠. "일단 재미있잖아."
좋아 그렇다면 대안이 있냐?

-넵! 대안이 있습니다.

위에 있는 대부분의 결핍들을 해결한 새로운 장비가 이미 장비점에 있습니다.


중요한건, 당신에게 익숙한 그리그리를 초심자에게 권하지 않을 수 있냐?
그리그리의 결핍을 해결해가고 있는 다른 장비에게 마음을 열수 있냐고?
마치 등반에 있어서 등로주의가 칭송받듯, 새로운 장비를 등로할수 있는가요?

--........

 

 

<먼훗날....스토리>

그리그리가 내게 물었습니다.
-왜 이런걸 밝히냐고?
 : 너를 낳아준 페츨이 의무를 방기하기 때문에 어쩔 수 없었다...

- 나를 미워해?
: 아니다 나는 너를 지극히 진실로 사랑한다. 그런 사람만이 알아낼 수 있는 거 아니야?
너의 한가지 장점만 사랑하는 사람의 사랑이 진실된 사랑이냐? 풋사랑이냐
아니면 너의 결함까지도 알아낼 정도로......

- 그러면서 왜 이랬어요?
: 아아...나로 하여금 브루터스가 되게 하는 구나.
나는 그리그리 너를 덜 사랑하는 게 아니라
클라이머들을 더 사랑하기 때문이다......

 

페츨에 너무 기죽거나 페츨에 보였던 헌사를 돌이켜 보아야 합니다.
페츨은 반성해야 합니다.
우리잘못이 아닙니다......

 

 

                  출처 : 청죽  정수득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