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머니 



바 지게 진 할머니
저만치 앞장을 서고 
소 고삐 잡은 나는
할머니 뒤를 따른다 

밭이랑 만큼이나 
깊은 할머니의 주름살 위로 
땀은 파도처럼 밀려들고 
된 숨 몰아쉬며 
허리 펴지만 
구부러진 허리는 펴지지 않고 
무릎만 밭이랑으로 꺾인다 

멀리서 꼴을 베다 할머니 일하는 모습을 훔쳐보고 
어린 마음에도 
빨리 커서 저 일을 내가 해야지 


손병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