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과 죽음의 경계에 서기엔 너무 어린 세 살배기 한나.
네 번째 생일을 맞을 수 없게 될지도 모르지만
빨간 구두를 신고 유치원에 갈 날만을 기다리는 한나에게
죽음은 두렵기보다는 궁금한 삶의 비밀일뿐.
짧은 생애의 마지막 한 해를 암과 싸우면서도
두려움 없이 죽음과 마주하고
기쁘게 남은 삶에 다가갔던 한나.
죽어가는 딸의 곁을 지켜야 하는 엄청난 고통을 지나
비로소 인생의 기쁨과 슬픔이 하나임을 깨닫게 된 엄마.
한나보다 오래 산 우리들 중 어느 누가 이처럼
삶의 기쁨에 솔직하고
살아 있는 순간에 감사할 수 있을까?
사랑하는 사람을 가슴에 묻은 남은 이들을 위한 위한 위로!
살아 있는 우리 모두를 울리는 한나의 선물!
집이란 언제나 돌아갈 수 있는 낯익은 공간이 아니라
내가 사랑받고 있다는 것을 알 때 느끼는 아주 좋은 느낌이다.
-70쪽-
우리가 진실을 바꿀 수는 없지만
그걸 안고 살아가는 방법을 바꿀 수는 있다.
실수를 저지르는 것,
사랑받지 못하는 것,
죽는 것은 인간으로서 피할 수 없다.
그것들에 개한 두려움 또한 마찬가지이다.
그러한 두려움에 용감하게 맞서야만 우리는 그것을 넘어설 수 있게 된다.
우리가 알고 있는 범위 안에서 기꺼이 최선을 다하고
우리 자신과 우리에게 정말로 중요한 사람들에게 정직할 때에만
우리가 알고 있는 범위 안에서 기꺼이 최선을 다하고
우리 자신과 우리에게 정말로 중요한 사람들에게 정직할 때에만
우리가 사는 삶과 우리가 받는 사랑이 진정 우리 것이 된다.
-73쪽-
한나가 확실한 치료법이 알려지지 않은 암에 걸렸다는 얘기를 들은 날부터
클로드와 나는 치료제를 찾기 위해 무슨 짓이든 하고 싶다는 욕망과
한나에게 남아 있는 시간을 의미있고 알차게 채워줄 '필요' 사이에서
줄타기를 시작했다.
-83쪽-
그 순간 나는 깨달았다.
기쁨이란 모든 것이 질서 정연하고 좋은 배우자를 만나고
사랑받고 해야만 얻어지는 게 아니라는 것을.
좀 더 충만한 삶을 사는 데 진지하게 관심을 기울인다면,
모든 것이 완벽하기를 바라는 내 욕심부터 내려놓아야 할 것이다.
-126쪽-
죽음은 피할 수 없지만
자기가 사랑받는 존재였다는 것을 알고 죽는 것과
그렇지 않은 것은 엄연히 다르다.
나는 겹겹이 둘러싼 사람들 한가운데 있는 한나의 환한 얼굴을 보면서
치료가 되지 않더라도 치유는 될 수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한나는 언제 죽건 자신의 삶이 소중했으며
자기가 완벽하게 사랑받았다는 사실을 알고 죽을 것이다.
이보다 더 뜻 깊은 치유가 있을까?
-152쪽-
신뢰란 무엇을 믿는 게 아니라
믿음을 놓아버리는 것이다.
신뢰는 어떤 일이 장차 달라지기를 바라며 기도하지 않는다.
신뢰는 아무것도 거부하지 않는 고요한 마음이며
어떤 것을 있는 그대로 믿고 인정하려는 마음가짐이다.
-183쪽-
한 때 내가 그랬듯이 다른 사람의 자식만 죽는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저들 가운데 몇이나 될까?
그들의 얼굴에서 고통의 흔적은 찾아볼 수 없었다.
혹시 그들도 나에 대해 같은 생각을 하지 않을까 궁금했다.
공들여 매니큐어를 칠한 손톱과
완벽하게 손질한 머리 모양에도 불구하고
겉으로 보이는 모습만으로 그들이 완벽한지를 안 수는 없다는 걸
나는 알고 있었다.
고통 또한 겉모습으로는 알 수 없었다.
-232쪽-
나는 내 인생에도 내 자신의 고통이건 다른 사람의 고통이건
고통을 감지하지 못하던 시절이 있었다는 걸 알고 있었다.
당시 나는 사람들이 스스로 고통을 초래한다고 믿었다.
그래서 나는 그들에게 우월감을 느꼈고
그들의 삶이 내 삶처럼 완벽하지 못하다는 사실을 딱하게 여기는 것이
바로 연민이라 생각했다.
그러나 지금은 나 역시 늘 고통스러웠다는 것을 알고 있다.
나는 그저 나에게 고통이 있다는 사실을 인정하고 싶지 않거나
인정할 수 없었던 것 뿐이다.
화학치료 환자 얼굴의 운전면허증을 갖고 있는 이 여자는
나의 적이 아니었다. 그 여자가 곧 나 자신이었다.
-233쪽 -
고통을 안타깝게 여기는 게 연민은 아니다.
연민은 모든 사람에게 나름대로의 고통이 있다는 걸 아는 데서 나온다.
우리는 우리와 다른 모든 사람들 사이의 이런 관계를 깨달을 때
서로가 서로에게 속해 있다는 것을 알게 된다.
우리는 혼자 고통을 겪는 게 아니다.
-237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