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들에게 물고기 잡는 법을 가르쳐주고 싶었다

저자
굄돌 이경숙 지음
출판사
청출판 | 2012-07-19 출간
카테고리
시/에세이
책소개
부모 없이도 잘 살아갈 수 있도록 하는 것! 이 책은 두 딸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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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은 시장이 된 그가 시의원이었을 때 그와 함께 지역신문을 만들던 동지들이 있다. 우린 네 살부터 아홉 살까

올망이 쫄망이들을 데리고 다니며 열성으로 신문을 만들었다. 나름, 의미있는 일을 한다는 자부심이었다. 

가고, 그가 다른 직무를 맡아 청기와집으로 가게 되면서 우리가 하던 일도 중단되었다. 그래도 다들 한 동

네에 살아 수시만날 수 있었는데 시나브로 이 도시 저 도시로 흩어져 가 나중엔 1년에 몇 번 만나는 것도 어려

워졌다. 

 

한 날, 조조영화를 보고 점심도 먹고, 시간 되면 색다른 무엇인가를 체험해 보기로 하고, 왕년의 용사들이 아침

일찍 뭉쳤다. 당시 <왕의 남자>가 한참 흥행하고 있을 때여서 난 다들 그 영화를 보자고 할까봐 은근히 

러워졌다. 이미 보았기 때문이다. 나의 예측은 적중했다. 만장일치로 가 채택된 것이다. 그럼 난 뭘 하

지? 이렇게 이른 아침에 혼자서 뭘 하냐고? 같은 영화관에서 상영하는 다른 화를 볼까 하고 팜플릿을 뒤적여

도 구미가 당기는 영화가 없다. 그 때 누군가가 대단한 보물이라도 찾아낸 것처럼 이렇게 외쳤다. 이거 이거!

<싸움의 기술>이었다. 재미 여부를 논할 게재가 아니었다. 워낙 볼 만한 영화가 없었던 것다.

 

그들은 모두 <왕의 남자>를 보러 입장했고 나 역시 <싸움의 기술>을 보기 위해 다른 상영관의 문을 열고 들어갔

다. 그런데 관객이 나를 포함해 딱 세 명. 영화가 시작되면 더 들어올까 하고 기다렸지만 아무도 들어오지 않았

다. (싸움의 기술은 흥행에 실패한 영화다. 아무리 조조라고는 하지만 관객이 세 명인 영화는 없지 않을까 싶다.)

펀한 욕지거리, 퍽, 퍽, 주먹질하는 소리, 몽둥이 휘두르는 소리가 무하고 침뱉기, 병목깨기, 삥뜯기 등 싸

술은 끝없이 펼쳐지는데... 

 

싸움에도 기술이 필요하겠지만 난 내 인생에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 기술을 익히느라 그 이른 시간에 곤욕을

다. 어처구니 없고 황당하기 이를 데 없는 아침이었다.

 

 

 

청양으로 귀촌한 친구네 언니는 만날 때마다 놀러오라고 했다. 이번 여름에 꼭 와. 그쪽에 좋은 데 많아. 같이 물

고기도 잡고 맛있는 것도 많이 만들어 먹자. 한 번은 가야 할 것 같아 그 친구 부부와 또 다른 친구 부부, 우리 부

부 등 세 팀이 여름 휴가차 그곳으로 갔다. 과연 친구 언니네는 좋은 곳에 살고 있었다. 집도 깨끗하게 지어 어디

한 곳 나무랄 데가 없었다. 친구네 언니 부부는 그곳으로 귀촌한 다음 산으로 들로 남새를 캐러 다니고 칠갑산

줄기를 타고 내려오는 물줄기가 흐르는 곳에서 고기도 잡으며 행복하게 사는 것 같았다.

 

형부는 자신들이 재밌다고 생각하는 것들을 우리에게 모두 체험시켜주고 싶어했다. 고기를 잡아 저녁엔 어죽을

끓여먹자. 우리가 자주 가는 하천이 있는데 거기 가면 다슬기도 있고 물고기도 잡을 수 있어. 형부의 호들갑은

짓이 아닌 것 같았다. 우린 물속에서 엎어지고 뒤집어져도 괜찮을 복장으로 차려입은 다음, 친구네 봉고차를 

타고 형부가 말한 곳으로 이동했다. 그런데 한낮의 뜨거운 햇빛은 머리 껍질을 벗길 것처럼 내리쬐고 물고기는

죄 어디로 숨었는지 도대체 보이질 않았다. 세 시간 동안 장정 네 명이서 잡은 물고기 숫자는 피라미를 포함하여

쉰 마리쯤? 초라한 어획량이지만 더 이상 용을 쓴들 별 수 없을 것 같아 철수했다.

 

그래도 어죽 끓여먹는 데는 아무 문제 없어. 형부는 실망한 우릴 달래느라 그 적은 수의 물고기로도 충분하다며

몇 번씩이나 강조했다. 집으로 돌아와 남자들 중 일부는 목욕하러 들어가고 일부는 물고기를 손질했다. 여자들은

주방으로 모였다. 이런 저런 일들을 서로 분담했지만 요리는 내가 았다. 그런데 참 이상했다. 아리 살펴봐

죽 끓이는 솥에 물고기의 흔적이 없는 것이다. 친구들에게 물었다.

"물고기는 어디 갔어?"

"넣었겠지."

아무리 봐도 안 들어간 것 같다고 했더니 또 다른 친구가 확신을 가질 수 있도록 이렇게 대답한다.

"갈아 넣었을 거야."

그래? 갈아 넣었다면 찌꺼기라도 보여야 할 것 아닌가. 주인은 모른다 하고 같이 있던 사람들은 갈아 넣었을 거

하니 어쩔 수 없이 내가 물러섰다.

 

열심히 어죽을 끓여 상을 차렸는데 세상에나~ 완전 대박이 났다. 야, 맛있다. 어쩌면 이렇게 솜씨가 좋아? 다

두 그릇 세 그릇씩 퍼다 먹느라 함께 먹으려고 구웠던 귀한 흑돼지는 아무도 거들떠 보질 않는다. 그 큰 솥 하나

금세 바닥이 났다.

 

그렇게 하루를 마무리하고 다음 날 아침이 되었다. 아침 준비도 내가 먼저 팔을 걷어 부쳤다. 일단 쌀부터 씻

불려야 할 것 같아 압력솥을 여는데 거기에 잘 다듬어진 물고기들이 차곡차곡 몸을 포갠 채 얌전히 누워있다. 

그런데 악취가 진동을 한다. 이게 뭐냐고 물었더니 다들 모른단다. 은 물고기를 들고 바깥일을 하고 있

부에게 가서 물었다.

"형부, 이게 뭐예요?"

눈이 두 배로 커진 형부가 그게 왜 거기 있냐며 반문한다. 어제 어죽에 들어갔을 텐데 왜 또 있냐는 것이다. 

 

참 황당하다. 그러면 전 날 밤에 먹었던 어죽에는 물고기가 전혀 들어가질 않았다는 말이 아닌. 형부는 물

기를 손질하여 누군가에게 넘겼고 그 누군가는 주방에서 알아서 하겠거니 하고 솥뚜껑을 덮어 둔 채 아무

지 않았던 것이다. 내가 물고기를 넣지 않은 것 같다고 말했을 때도 다들 무심했었다. 사람이 여럿이다

뭐가 어떻게 됐는지 제대로 아는 이가 없었고 서로 알아서 하겠거니, 하고 미룬 결과였다.

 

어쨋거나 우린 물고기가 한 마리도 들어가지 않은 어죽을 정말 맛있게 먹었고 몇 시간 동안 애써 잡았던 물

기는 고스란히 썩어 남의 집 돼지밥이 되고 말았다. 우린 지금도 종종 그 얘기를 하며 웃는다.

"그 때 어죽 정말 맛있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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