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을 한 채 샀다고 했다. 뜨악하다. 남편이 죽음을 목전에 두고 있는데 왜 난데없이 집을 산 걸까? 더 크고 좋은 집으

로 이사하여 남편이 좀 더 쾌적한 환경에서 최후를 맞길 원하는 마음은 아니었을 것 같은데. 뭘까? 

"월세 받아 먹으려고요."

남편 사업체를 정리한 돈과 암 진단 보험금을 합하니 제법 돈이 됐다고 했다. 융자는 한 푼도 끼지 않고 온전히 현금

으로 샀기 때문에 자신이 버는 돈과 거기서 나오는 월세를 합하면 사는 데는 걱정 없다고 했다. 그녀의 말을 들으며

그 너머까지 상상한다. 조만간 그녀 남편의 부고는 날아올 것이고 사망 보험금도 제법 나올 텐데? 그러면 집 한 채

또 살 건가? 현재 남은 돈도 있다고 했으니.

 

그녀의 남편은 지금 죽음의 문턱에 서 있다. 의료진은 그녀의 남편에게 어떤 처치도 해주지 않았고 집으로 돌아가 먹

고 싶은 것 실컷 먹고 부부가 함께 여행도 다니며 행복한 시간을 가지라고 했다. 말인즉, 이미 암세포가 온몸으로 퍼

져 속수무책이니 수술이나 항치료로 시간과 돈을 허비하지 말고 죽음을 잘 준비하라는 뜻이다. 그런데 그녀의 남

편은 퇴원 후 집에만 있다. 아내가 강제로 퇴원시킨 것도 아니고 최종선고도 의료진이 했으니 집에만 있든 어쨋든 아

내로서 떳떳하지 못할 건 없다. 죽을 사람은 죽는 것이고 산 사람은 살아야 하지 않겠는가. 그렇기에 그녀가 제 살 궁

리만 한다고 나무랄 수는 없다. 하지만 남편을 보내는 그녀의 태도가 못내 아쉬운 것이다.

 

전혀 아무 일 없다는 듯 그녀의 얼굴은 늘 평온하다. 그런 모습을 보는 이웃들이 오히려 당황스러울 지경이다. 그리

집을 샀던 말던 남들이 관여할 일은 니지만 그걸 꼭 그렇게 자랑삼아 떠벌여야 하는지. 또한 평생 고생만 하다

가 돌아가는 남편을 위해 무엇인가는 시도해야 하지 않나 하는 아쉬움이 크다. 한적하고 공기 좋은 곳에 가서 쉬게

하고, 의사 말대로 맛있는 것도 맘껏 사먹어 가며, 그가 자신의 삶을 잘 마무리할 수 있도록 도와주면 얼마나 좋을까

는 생각이 드는 것이다.

 

 

 

 

 

 

남편의 3개월 선고를 받고 그녀가 가장 먼저 했던 일은 남편의 사업체를 정리하는 일이었다. 사업체를 정리한 돈과

단비를 합하니 집 한 채를 사고도 돈이 남았다. 그녀가 그 몇 가지 큰일을 마무리하는데 걸린 시간은 불과 달포. 

평소의 그녀답지 않게 무척 빠른 행보다. 그녀에게는 죽어가는 남편보다 남은 가족들에 대한 대책이 시급했던가

다.

 

그런데 오랫동안 그들 부부가 사는 모습을 지켜봤던 사람으로서 그녀만 나쁘다고 할 수도 없다. 그들은 어느 한 날

도 사이좋게 지내질 못했다. 툭하면 싸웠고 틈만 나면 상대방을 비난하고 헐뜯었다. 아이들 역시 아빠를 좋아하지

않았다. 당연하다. 부부가 사이좋게 지내지 못할 경우, 엄마와 밀착되어 있는 아이들은 부지불식간에 아빠를 나쁜

사람으로 식하지 않는가. 그렇기 때문에 그들 가족들에게는 남편이나 아빠의 죽음이 크게 애닯지가 않은 것이다.

 

돈이면 다 되는 줄 알았다. 그래서 죽자사자 일생 돈만 좇았다. 투잡도 마다하지 않았다. 쉬지 않고 일을 했다. 누구

보다 근면성실했다. 돈돈돈 하다 보니 어느 새 쉰이 훌쩍 넘어 있었다. 그래도 그는 만족할 수가 없었다. 주변을 챙

길 줄도 몰랐고 사람을 사귀려고도 하지 않았다. 문득문득 외롭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더 부자가 되면 그것도 저절로

해갈될 줄 알았다. 그런데 시간이 기다려주질 않았다. 죽음이 찾아온 것이다. 사람을 얻지 못했고 가족의 마음마저

얻질 못했으니 이보다 더 기막힐 일이 어딨을까. 황망것이다. 내가 뭘 잘못했냐며 분노하고 자신을 따뜻하게 대

하지 않는 아내가 원망스럽기 그지없다.

 

남 얘기가 아니다. 우리 역시 그녀의 남편 만큼은 아니더라도 돈을 번다는 이유로 가족과의 관계를 소홀히 여기고

정작 소중한 것들을 놓칠 때가 얼마나 많은가. 그가 만일 사는 동안 가족과 함께 하는 시간을 자주 갖고, 내 고집

로가 아니라 가족들의 의견을 물어가며 조화롭고 온유한 자세로 살았더라면 지금처럼 참담한 최후를 맞지는 않았

것이다.

 

어느 날 문득 죽음이 찾아오면 우린 돈을 더 많이 벌지 못했던 것을 후회하않을 것이다. 다만, 나의 가족이나 이

웃과 더불어 얼마나 기쁘고 보람되게 살았는지가 관건이 될 것이다. 우리네 인생 마지막에 남는 건 사람과 사랑이

아니겠는가.

 

 

찾아오신 모든 분들께 노래 선물을 드립니다. 짧지만 의미심장한 노래지요. 오늘 하루도 아름답게 채색해 가시길....

 

 

당신이 이 세상 어딘가에 있기에
세상은 아름답습니다
갈대가 하얗게 피고 바람부는 강변에 서면
해는 짧고 당신이 그립습니다

 

짧은 해 김용택 시/김정식 곡/김정식 노래

 

 


딸들에게 물고기 잡는 법을 가르쳐주고 싶었다

저자
굄돌 이경숙 지음
출판사
청출판 | 2012-07-19 출간
카테고리
시/에세이
책소개
부모 없이도 잘 살아갈 수 있도록 하는 것! 이 책은 두 딸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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