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런 곳에서 만나는 여느 아이들 같지가 않았다. 눈빛이 살아 있었고 진중했으며 꿈이 매우 구체적이었다. 참 특

한 아이구나, 하는 생각을 했었다. 그런데 대화 도중 말머리를 돌렸다. 수치스럽지만 누군가에게 꼭 털어놓고 싶

얘기가 있다는 것이다.

 

"새벽 4시였는데 무슨 소리가 나서 눈을 떴어요. 그런데 아빠가 어떤 여자를 데리고 왔지 뭐예요? 그러더니 다짜

고짜 '엄마'라고 부르래요."

민수는 그게 말이나 되느냐며 분개했다. 만일 아빠가 곁에 있다면 주먹다짐이라도 할 태세다.

"전 그걸 따지고 싶어요. 왜 그렇게 막무가냈었는지."

 

이제 18세지만 민수는 교도소에 수감되었었다. 그만큼 범죄가 중하다는 뜻이다. 가출청소년센터에서 나를 만난

날, 민수는 이제 막 출소했다고 했다. 집에 들어가고 싶지는 않지만 고등학교 자격이라도 갖추려면 아빠의 도

을 받아야 하기 때문에 들어는 갈 거라고 했다. 단지 당장 가고 싶지 않은 것이다. 그런데 집에 가서 가장 먼저

려고 벼르는 것이 바로 새엄마가 집에 들어오게 된 경위와 절차를 따지는 일이다.

 

초등학교 6학년 때였다. 당시 민수네는 할머니와 함께 그럭저럭 지내고 있었다. 엄마와는 민수가 세 살, 동생들

이 두 살, 한 살 때 헤어졌다. 워낙 어린 나이였기 때문에 아무 기억이 없고 할머니가 남매들을 잘 건사해주셔서

엄마 없는 불편함도 느낄 수가 없었다. 그런데 난데없이 아빠가 새여자를 데리고 들어온 것이다. 그것도 모두가

잠든 깊은 새벽에 말이다.

"정말 황당했어요. 세 살이니까 이미 철이 다 들었잖아요? 그렇게 데리고 들어온 것도 어처구니 없는데 '엄마'

라고 부르라는 거예요."

 

그런 아빠를 용서할 수 없었다. 그렇게 무례하게 남의 집에 따라 들어 온 여자를 이해할 수 없었고 가족들 허락

도 받지 않은 채 무단으로 엄마자리를 점거한 여자를 끝끝내 받아들일 수가 없었다.  

 

그때부터였다. 민수가 밖으로 나돌고 문제아가 된 것은. 민수 남매들의 반발로 가정이 평안할 날이 없었고 결국

아빠와 새여자 역시 행복할 수가 없었다.

 

 

 

 

 

민수는 부모의 이혼을 문제삼지 않았다. 워낙 어릴 때라 크게 상처가 되지 않았을 수도 있고 할머니가 잘 보살펴

주셔서 엄마 없는 설움을 모르고 살았을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런데 재혼과정은 달랐다. 아무 여자나 데려다가

"엄마"자리에 앉히는 것도 용납하지 못했고 무엇보다 자신들을 무시한 것에 대한 반감 때문에 일련의 황을 받

아들일 수가 없었다. 말은 했어야 하지 않냐는 것이다. 둘이서 밖에다 살림을 차리는 것도 아니고 '가정'라는

범주 안에 아주 중요한 사람을 받아들이는 일이 아닌가. 아무리 어리다지만 부모가 자녀에게 지켜야 할 의가

있고, 반드시 협의하지 않으면 안 될 부분이 있다는 말이다.

 

재혼 과정 뿐 아니라 이혼 과정을 용납하지 못하는 아이들도 많다. 절대로 이혼하지 말라는 말이 아니다. 어쩔 수

없이 이혼을 하더라도 자신들에게 충분히 설명을 해달라는 말이다. 그리고 엄마 아빠 중 누구와 함께 살 것인가

에 관한 것도 꼭 자신들의 의향이 반영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어린 게 뭘 아냐'며 무시하지 말라는 얘기다.

 

아이들의 주장에 깊이 공감한다. 이혼이나 재혼은 당사자만의 문제가 아니지 않는가. 부모 형제까지 납득시키

는 못하더라도 적어도 자녀들에게는 상황을 설명하고 이해시키려는 노력을 해야 한다. 이혼이든 재혼이든 아이

들에겐 상처가 될 수밖에 없는 일이다. 하지만 가급적 가족간의 갈등과 상처를 최소화하기 위해 성의있는 대화가

필요하다는 말이다. 만일 아이들이 부모의 혼이나 재혼을 받아들이지 못한다면 시간을 두고 더 많은 공을 들

야 할 것이다. 그렇지 않으면 아이들은 부모로부터 존중받지 못한 것으로 간주하고 반감이나 적대감을 갖게 되며

로 인해 가족 간의 갈등은 깊어질 것이 뻔하기 때문이다.

 

 

 

청소년 가출 원인 1위 '말 안통하는 부모' 

청소년 자살 원인 1위와 같아

 

 

 

 

 

 

 

우리나라 청소년 가출의 가장 큰 이유는 부모와의 소통부재로 나타났다. 가출 청소년의 55.1%가 부모와의 갈등,

지나친 간섭, 차별 등 가족과의 소통부족으로 나왔다. 그밖에 자유로운 생활에 대한 갈망, 학교 부적응과 따돌림,

집안의 가난함 등이 이유로 나타났다.

 

 

처음 가출한 청소년의 절반은 15일 이상이고, 3번 이상 가출한 학생은 60%가 넘었다. 특히 이중에서 가출팸 생

활을 해본 경험이 있는 학생이 37%에 이른다. 또 가출 청소년은 생활비 마련을 위해 60%이상이 범죄를 저질러

봤다고 답했다. 대부분이 강도, 절도, 금품갈취 순이다. 여기에 성폭력과 성매매도 있었다.

 

 

 

 

 

 


딸들에게 물고기 잡는 법을 가르쳐주고 싶었다

저자
굄돌 이경숙 지음
출판사
청출판 | 2012-07-19 출간
카테고리
시/에세이
책소개
부모 없이도 잘 살아갈 수 있도록 하는 것! 이 책은 두 딸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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