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랑 아빠랑 함께한 부모참여수업

전북대학교 평생교육원 수필창작(야) 해원 김경희

 

 

아마도 우리 원장님께서는 단설유치원이라는 중압감 때문인지 어느 것 하나 소홀히 넘어가거나 생략하지 못하는 것 같다.

 

6월의 동료장학이 끝나기가 무섭게 7월엔 만5세반에서 부모참여수업을 하게 되었다. 부모참여수업이란 부모가 수업에 직접 참여하여 하루 동안 아이와 함께 생활하는 것이다.

 

도 지정연구수업의 공개시간도 길어야 1시간 이내였다. 하물며 하루 종일 타인 앞에 수업을 공개해야 한다는 것은 여간 부담스러운 일이 아니다. 초등학교와 같이 교과서가 정해진 것도 아니요, 지침서만 보고 계획하고 수업자료를 마련해야 한다.

 

출근하자마자 서둘러 유진이 어머니께 전화를 했다.

"유진 어머니! 어머니께서는 김차동 MBC FM방송에 메시지를 잘 보내신다지요? 홍보를 부탁해요!"

 

먼저 도착한 몇몇 아이들이 흥분했는지 평소와 달리 목소리가 높았다. 오늘따라 종언이는 자신의 마음을 통제하지 못해 공연히 소리를 질러댔다. 가족 중 누구라도 참석해야 하는 오늘은 대부분 어머니가 참석했지만 아버지와 할머니도 눈에 띄었다. 9시가 되자 계획대로 수업을 진행하였다. 부모들은 오늘만큼은 아이의 파트너요, 나의 학생이다. '여름'이라는 주제로 하루생활이 펼쳐지는 첫 번째 활동은 자유선택활동이었다. 자유선택활동은 비치되어 있는 8영역(언어, 수•조작, 과학, 역할, 음률, 조형, 쌓기 영역) 중에서 자신이 하고 싶은 놀이를 선택하여 활동하는 것이다. 영역마다 준비된 활동을 소개하자 아이들은 자신이 하고 싶은 활동에 표시하였다. 아이의 계획에 따라 움직여야 하는 부모들은 부지런히 아이의 뒤를 따라다녔다.

 

역할영역에서는 부모의 도움을 받아 구명조끼를 입어보느라 바빴다. 쌓기 영역에서는 여러 가지 블록을 이용해 잠수함이나 배를 만들었다. 과학영역에서는 물에 뜨는 것과 가라앉는 것을 실험해보고 관찰일지에 기록하느라 진지한 표정들이었다. 언어영역에서는 여름에 관련된 그림이나 글씨를 써서 책을 만들었다. 그런데 이제야 도착한 아이가 있어 살펴주어야 했다. 아이에게 활동을 안내해주고 교실을 둘러보는데 무슨 일인지 아이가 울음을 터트릴 것 같이 내 곁에 서 있는 것이었다. 엄마가 식당일 때문에 바빠서 혼자 오게 된 것이 속상했던 모양이다. 아이의 계획표를 보니 음률영역에 표시되어 있었다. 유진이는 음률영역을 소홀히 하여 걱정했던 나의 염려를 기억했던 모양이다. 선생님 말씀을 새겨들은 아이를 칭찬해 주고 엄마가 하신 일을 얘기해주니 아이는 금세 기분이 좋아져 놀이에 뛰어들었다.

 

그토록 고심했던 조형영역에서는 예상보다 더 멋진 작품이 나왔다. 두꺼운 마분지로 부채모양을 만들고, 바탕에 한지를 붙인 뒤 전통문양으로 꾸며주니 그야말로 고유의 맛이 그대로 우러나왔다.

 

다음은 샌드위치를 직접 만들어 간식으로 먹는 요리활동시간이었다. 아이들은 빵칼로 햄과 오이를 썰고 삶은 감자를 으깨어 속 재료를 만들었다. 요리활동은 서로 협동해야 하기 때문인지 부산하고도 소란스러웠다. 하지만 즐거운 마음에 높아진 목소리는 시끄럽다기보다는 활기찬 모습이었다. 배경음악을 틀어주니 활발하면서도 차분하게 활동이 진행되었다.

"잘하고 있어요!"

비디오를 들고 두 반을 오가는 박 선생은 원활하게 돌아가는 수업이 보기 좋았던지 기분 좋아 칭찬하였다. 시간에 맞추어 차례차례 활동을 펼쳐 보이는 내 마음은 오랫동안 준비한 음식을 잔칫집에 풀어놓는 기분이었다. 부모와 함께 요리활동을 마친 아이들이 매트에 모여 앉았다. 이야기 나누기시간인 것이다.

 

"여름을 시원하게 보내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평소에는 아우성이던 아이들이 부모를 의식해서인지 주춤하였다. 먼저 예진이가 손을 들었다. 목소리가 크지는 않았으나 평소대로 발표하였다. 예진이가 발표하자 종언이가 용기를 얻었는지 손을 들었다. 종언이는 일본 어머니 밑에서 자란 다문화가정으로 어휘력이 짧기 때문인지 종종 주제와 다른 말을 하는 경우가 많은 어린이였다. 부모님 앞에 나선 종언이는 부끄러운지 어쩔 줄 몰라 하면서도 즐거운 양 대답하였다. 나머지는 토의활동에서 발표해보기로 하였다. 그런데 어쩌다보니 시간을 초과하고 말았다. 서둘러 토의활동의 결과를 발표하게 하고 음악활동을 진행하였다.

 

음악활동은 '냇가'라는 곡에 맞추어 리듬악기를 연주해보는 것이다. 악기를 연주하기 이전에 다함께 노래를 불러보게 했다. 친구와 함께 손잡고 노래 부르기, 친구와 어깨동무하고 노래 부르기, 노랫말에 나오는 단어나 동물을 몸으로 표현해보기 등 박자에 따라 몸을 움직여 보게 했다. 부모님들도 이 시간만큼은 친구였다.

 

노래가 끝나자 자신이 원하는 악기를 가져오게 한 뒤 연주표를 펼쳤다. 연주표의 노랫말 아래엔 악기그림대신 숫자가 표시되었다. 큰북과 트라이앵글 등 강박에 치는 악기는 1번으로, 작은북, 우드블록, 케스터네츠는 2번으로, 마라카스, 핸드벨, 방울, 탬버린은 3번, 심벌즈는 4번으로 표시되었다. 아이들은 노랫말에 맞추어 악기의 번호에 따라 연주하면 되는 것이다.

먼저 부분연습을 시켰다. 큰북과 심벌즈를 가진 아이가 혼자이기 때문인지 가장 걱정되는 얼굴이었다. 어느 정도 연습이 끝나자 녹음된 음악에 맞추어 악기를 연주하게 했다. 아이들은 무대에라도 오른 양 긴장된 표정이었다. 행여 틀릴까봐 조심하는 아이들은 가끔씩 박자를 맞추려는 듯 나를 쳐다보았다.

'이렇게 하면 되나요? 지금 칠 차례죠?'

아이들의 눈빛은 입을 대신하여 이렇게 말하고 있었다.

 

부모님들은 주로 마라카스나 탬버린을 가졌는데 연주해야 할 때마다 부끄러운 양 손을 내밀었다. 처음부터 끝까지 한 번의 연주가 끝나자 참여자이면서 객관자인 부모들은 감동한 양 탄성이 쏟아졌다. 아이들이 이렇게 잘 하리라고는 예상하지 못했던 모양이다. 여러 곡을 연주해본 아이들은 이미 어떤 곡이라도 소화해낼 준비가 되어 있었다.

큰북과 심벌즈를 치고 싶은 아이들이 손을 들었다. 이번에는 우림이가 큰북을, 감동이가 심벌즈를 치게 하였다. 그런데 심벌즈를 칠 차례가 되자 갑자기 아이의 뒤에 있던 감동이 어머니가 벌떡 일어서더니 아이의 손을 잡고 대신 치는 것이었다. 아이를 믿지 못해 불안했던 모양이다. 부모의 마음이 모두 그렇겠지만 어찌 어려운 순간마다 대신할 수 있을까! 어머니의 행동을 제지하고 끝까지 지켜보도록 했다.

 

역할이 바뀌었기 때문인지 다른 어머니들의 마음도 마찬가지였나 보다. 제 박자에 치지 않으면 소음이 되고 마는 리듬합주를 다함께 지켜보았다. 드디어 또 한 번의 연주가 끝나자 부모님들은 아까보다도 더 큰 탄성을 지르며 우레와 같은 박수를 보내주었다. 아이들은 그저 그런 자신들이 자랑스러운지 싱글벙글 연주하였다. 음악시간으로 하루 생활이 마무리되는 마지막 시간을 다시 한 번 손을 잡고 노래 부르게 했다. 부모들은 처음 대면하는 사람도 있겠지만 마주 잡은 손길을 통해 서로의 마음을 공감하였을 것이다. 부모의 마음이란 모두 같다는 것을…….

 

돌아보면, 어찌 좋은 점만 있었을까 만은 소감록에 남겨진 위로와 칭찬은 그 동안의 노고를 씻은 듯이 가라앉게 했다.

"너무 너무 행복한 시간이었어요, 내 아이의 또 다른 면을 발견하게 되어 기뻤어요. 유치원은 이렇게 보내야 할 텐데……."

 

준비하는 시간들은 힘들고 어려운 과정이었지만 오늘의 수고를 통해 교사에 대한 믿음이 더 커졌다면 이보다 더 큰 보람이 어디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