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ulching(멀칭)


 


            윤근택(수필가/수필평론가/문장치료사)





  벌써 6년여 이곳저곳 아파트 경비원으로 지내는 나. ‘(쓰레기) 분리수거장재활용품 정리정돈에도 익숙해질 대로 익숙해져 있다. 그 일 가운데에는 지방정부의 지침대로 플라스틱제품은 플라스틱제품끼리, 비닐제품은 비닐제품끼리 큰 마대에 꼭꼭 우겨넣어 마구리친 다음, 산더미같이 쌓아올리는 일도 있다. 한편, 나는 격일제 비번 때에는 온전한 농부로 돌아오곤 한다. 내가 갈무리하는 그 폐비닐들이 농부인 나한테 또 어떤 존재인지 잠시 생각하게 된다. 그 많고 다양한 문양이 새겨진 폐비닐이 새로운 생명체로, 아닌 생명체를 보듬는 존재로 탈바꿈된다는 거. 그 재생비닐 가운데에는 멀칭비닐(mulching viny)’도 있다.


   멀칭비닐, 농부한테는 없어서는 아니 되는 존재다. 이랑을 짓고 그 이랑 위에다 피복하는 비닐을 일컫는다. 사실 지금으로부터 사반세기 전인 1996년에 발간한 내 첫 수필집,<독도로 가는 길>에 이미 비닐을 예찬한 적 있고, 그 글에서도 멀칭을 소개한 적은 있으나... . 내 신실한 애독자들께 멀칭을 소상히 설명해드려야겠다. 농과대학에 입학했던 나. 일학년 교양필수과목 가운데에는 <재배학원론>이 들어 있었고, 어느 한 단원에는 ‘mulch 재배혹은 ‘mulching 재배가 소개되어 있었다. , ‘mulch’또는 ‘mulching’은 농업용어로 정착해 있었으며, 이를 바꾸어 부를 만한 마땅한 순우리말이 없었음을 시사한다. , 그 기술이 선진 외국의 농사기술임도 시사한다.


   mulch, ‘뿌리덮개’·‘...에 뿌리덮개를 하다’·‘나무조각등으로 풀이된다. 어찌되었든, 내 신실한 애독자들께서는 이랑에 비닐피복을 씌워서 농사짓는 기술을 멀칭재배라는 점을 이참에 알게 되셨다. 그런데 이랑에다 멀칭비닐을 그렇게 씌우는지에 관해 정확히, 그리고 소상히 설명하라고 문제를 내면, 대개 100점 만점에 50점도 제대로 못 딸 듯. 하지만, 나는 그 과목 중간고사며 기말고사며 만점 이상을 땄고, 지금도 좔좔 꿰고 있으니... .


  1. 잡초 제거 : 멀칭비닐 아래에는 보온이 되기에 처음에는 잡초들이 싹을 잘 틔우나, 한 동안 기간이 지나면 산소 부족으로 질식사하기에 잡초 제거가 된다.


  2. 수분 증발 억제 : 더 설명할 게 없겠다. 달리 말해 토양의 보습(保濕) 효과를 드높인다.


  3. 보온효과 : 태양의 복사열을 간직하게 되어, 보온이 된다. 이는 작물의 생육기간 연장과 맞물려 있다. 이른 봄에 노지(露地)에 작물을 심기 어려울 때도 멀칭재배로는 가능하며 서리가 내릴 때까지도 작물은 자라니... .


  4. 토양을 떼알구조즉 입단구조(粒團構造, crumbled structure)로 만들어 줌 : ‘떼알구조, 토양입자가 집합되어 입단으로 된 토양의 물리적 상태를 . 이 구조는 홑알구조[單粒構造]보다 생산성이 높음. 쉽게 말해, 멀칭비닐은 거들(girdle)인 셈이다.


  5. 장애물이 되어 변한 줄기변한 뿌리작물의 알을 굵게 함 : 감자나 고구마를 멀칭재배하게 되면 알이 굵어지는 이유다.


  6. 토사유출(土砂流出) 방지 : 내 고향 청송 이나 강원도 지방처럼 비탈진 농토가 많은 곳에 멀칭재배는 보너스인 셈이다.


사실 멀칭재배의 이점 내지 효능은 위 1~6 외에도 <재배학 원론>이나 <토양학>에서는 더 깊이 다루겠지만... . 대개의 농학도(農學徒)나 농부들은 위 1~4까지만 알고 답안을 작성하거나 실천하면 만점을 받을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나는 그 성깔있던(?) <토양학> 노교수님(교수님)의 강의 덕분에, ‘5’‘6’을 더 알게 되었고 비교적 소상히 아직도 기억한다. 그게 40여 년 전의 강의였건만...그 노교수님은 후일 모교인 충북대 총장을 역임하셨고, 국내 토양학의 선구자인 송암(松庵) 조성진 박사(1925~2012)’이시다.


   나는 농부 겸 아파트 경비원 겸 수필작가. 내 텃밭에다 멀칭비닐을 깔면서도 아파트 분리수거장에 입주민들이 무절제하게(?) 내어 놓는 폐비닐을 생각한다. 한편, 아파트 ‘(쓰레기)분리 수거장에서도 농사용 비닐 필름이며 농수관(農水管)을 떠올린다. 그리고 편편 수필작품을 적을 때에도 탁상 맡의 글이 아니길 바란다. 그리고 그리고 내 둘레의 사물들은 하나같이 소중한 존재들임을.


  곧 나는 털고 일어나 텃밭으로 나설 것이다. 멀칭비닐을 또 다시 펼쳐 이랑에다 씌울 것이다. 이번에도 전동그라인더로 면도칼처럼 날을 세운 호퍼괭이로 작업을 할 텐데, 그 솜씨로 말하자면, 농기계 수준이다. 멀칭비닐 피복에 관한 한,내 이웃들이 품을 사겠다고 종종 졸라댄다는 거 아닌가.




 



 


 


 


 


 


* 이 글은 본인의 블로그, 이슬아지에서도 다시 읽으실 수 있습니다.


  * 이 글은 한국디지털도서관 본인의 서재,


   국디지털도서관 윤근택에서도 다시 읽으실 수 있습니다.


  * 이 글은 본인의 카페 이슬아지에서도 다시 읽으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