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월의 어느 멋진 날에


 신아문예대학 수필창작 금요반 김창임


 


 


 


 


 


  신아문예대학에 발을 내딛은지 3년이 지났다. 남편이 우리도 교수님의 말씀처럼 수필집을 내어보는 것도 글쓰기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했다. 남편이야 글 솜씨가 그런대로 괜찮지만 나는 아직은 책을 내기에 시기상조일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남편의 권유에 떠밀려 나도 큰맘 먹고 책을 내기로 마음을 굳혔다.


  올 여름은 가끔 소나기가 내려 더위를 식혀주었다. 그렇지만 한동안 폭염주의보로 더위에 시달려야 했다. 그렇지만 나는 에어컨이나 선풍기로 더위를 이겨내며 그동안 써두었던 나의 글을 하나씩 퇴고를 거듭했다. 시간이 흘러 이만하면 완벽하게 되었다고 보았는데 또다시 보면 흠결이 보였다. 남편과 서로 바꾸어 보며 교정을 해보기도 했다. 그 유명한 작가 헤밍웨이가 ‘노인과 바다’를 쓰면서 퇴고를 400번이나 했다더니 이제야 그 이유를 알 것 같았다. 이제는 퇴고하는 것도 지겨우리만치 지쳐버렸다. 그래서 더는 보기가 힘들어 한경선 교수님을 찾아뵙고 인쇄를 맡기기로 했다.


 일단 몇 차례 교정과정을 거쳐 책은 만들어졌다. 자식들에게 책이 나왔다고 전하니 고희기념 출판기념회를 권했다. 남편과 얘기를 나눈 끝에 자식들의 뜻에 따르기로 했다. 남편과 나의 고희가 비슷한 시기니 남편은 자식들의 뜻에 맡기자고 했다. 며느리와 큰아들이 적극적이었다.


 


  얼마 전 큰 아들은 우리 앨범을 뒤지더니 괜찮은 사진들을 골라 동영상으로 만들어 보냈다. 김동규와 한수영의 ‘10월의 어느 멋진 날에’를 배경음악으로 만든 영상자료인데 우리가 살아온 그간의 삶을 담은 내용이었다여러 가지 준비 끝에 여러 친지 지인들을 모신 가운데 드디어 출판기념회가 열렸다. 식이 시작되자 '시월의 어느 멋진 날'이란 노래가 흐르는 가운데 영상자료가 방송되었다. 그 순간, 참으로 감동적이고 환상적이어서 나는 마치 하늘을 나는 듯한 느낌마저 들었다.

  꽃다발은 우리 막내아들이 남편에게, 내게는 귀여운 우리 손녀가 건네주었다. 손녀를 한참동안이나 고맙다며 껴안아주니 손녀는 살며시 미소를 지었다. 축사는 한국문인협회 정읍지부장을 맡고 계신 장지홍 선생님께서 해주셨는데 너무나도 주옥같은 말씀이 내게 진한 감동으로 다가왔다.

  다음으로 작가 말씀을 해야 할 차례에서 남편은 헌신적인 내조를 아끼지 않은 아내가 고생을 아주 많이 했단다. 나에게 매우 미안하니 앞으로는 아내만을 위해 살겠다고 한다. 갑자기 우레 같은 박수가 쏟아졌다. 누가(?) 그렇게 박수를 쳐주었는지 모르지만 그분들은 꼭 천국에 갈 것이다.


 


  나의 인사말씀은 '고희가 되었음에도 목소리가 성우처럼 매력적인 사나이, 고안상 선생님'이라 했더니 그이의 남매들은 기분이 좋아서 어깨가 으쓱했을 것이다.

 1부 기념행사가 끝나고 2부 나눔행사가 시작되었다. 모든 분들이 식사를 하는 가운데 사회를 맡은 내 막내 남동생이 바리톤 특유의 저음으로, 이동원의 ‘향수’를 시 낭송과 노래로 번갈아가며 불러주었다.

  넓은 벌 동쪽 끝으로 옛이야기 지줄 대는  실개천이 휘돌아 나가고 ∼ 얼룩 배기 황소가 해설 피 금빛 게으른 울음을 우는 곳 ∼ 그 곳이 차마 ∼ 꿈엔들 꿈엔들 꿈엔들 잊힐 리야 ∼

  어쩌면 저토록 멋지게 잘 할 수가 있을까! 매력이 넘친 시낭송과 노래였다. 나에게는 내 사랑스런 동생이 불러서 아름다웠는데 다른 분들도 나처럼 그렇게 아름답게 들렸는지 궁금하다.  

  이어서 우리 둘째오빠의 손녀가 춘향가의 사랑가 중에서, 이 도령과 춘향이가 사랑을 나누는 장면을 창으로 하고, 고수로 우리 오빠가 흥이 넘치게 추임새를 넣어주었다.

 “이에 춘향아, 우리 정담도 허고 업고도 한 번 놀아보자”

 “아이고 도련님도 참 건너방 김창임 여사님이 아시면 어쩌시려고 그러시오?

 "아이 너희 김창임 여사님은 소싯적에 우리보다 훨씬 더 했다고 허드라. 잔말 말고 업고 놀자“

하객들은 점심식사를 하며 그 창에 흠뻑 빠졌다.


 식장 안은 어느 식장보다 흥겹고 의미있는 시간이었다. 노래가 끝나자 나는 마이크를 달라고 해서 남편에게 “오늘 행사장은 김씨 성을 가진 사람만 있나요? 울산 김씨 아니면 식이 썰렁해서 되겠어요?” 하고 익살스럽게 말했더니 하객들의 폭소가 쏟아졌다. 남편은 미소를 살짝 지었다. 그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갑자기 큰시누이가 헐레벌떡 앞으로 나오더니 우리 내외를 위하여 ‘사랑으로’를 불러주었다. 그 뒤에 막둥이 시동생이 나와서 우리 김씨 성을 가진 분들한테 질세라 목이 터저라 불러주었다. 다음에는 큰시동생이 가요를 메들리로 불렀다. 그 모습이 어찌나 보기 좋고 즐거웠는지 모른다.

  식이 끝난 뒤 들은 이야기인데 행사내용이며 창과 노래가 좋았고, 음식까지 맛이 좋고 푸짐했다며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또 한 친구는 내 모습이 코스모스 꽃처럼 우아했단다. 저녁이 되니 어느새 책을 읽었는지 우리 둘째오빠는 글이 괜찮으니 장성군 도서관에 몇 권을 기증하면 좋겠다고 덕담까지 해주었다.

 남편의 여자 친구인 영자씨는 남편의 책보다 나의 책이 더 끌려서 나의 책을 읽게 되었는데 아주 재미가 있었다고 한다. 내 대녀도 감명 깊게 읽었다며 식사 한 번 하자고 했다. 또 성당 교우님은 자기도 들꽃에 취해버려 한 권을 순식간에 읽어버렸단다. 아주 감명 깊게 읽었다는 덕담도 빼놓지 않았다.


 


  어느 교장선생님은 부부간에 책을 내기가 쉽지 않은데 이렇게 큰일을 했다며 아주 부럽다고 하셨다. 덕담으로 한말인데 진실인 양 나는 요새 착각 속에 빠져서 즐거워하고 있다. 스스로 생각해도 내 모습이 우습다.  

  지난번 우리 부부의 수필집 출판기념식은 ‘10월의 어느 멋진 날’이 되어서 한 토막의 추억으로 간직할 수 있을 것 같다.

                                          (2019.10.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