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 밭 / 문태준


 



여름에는 한두 평 여름 밭을 키운다


재는 것 없이 막행막식하고 살고 싶을 때가 있지


그때 내 마음에도 한두 평 여름 밭이 생겨난다


그냥 둬보자는 것이다


고구마순은 내 발목보다는 조금 높고


토란은 넓은 그늘 아래 호색한처럼 그 짓으로 알을 만들고


참외는 장대비를 콱 물어 삼켜 아랫배가 곪고


억센 풀잎들은 숫돌에 막 갈아 나온 낫처럼


스윽 스윽 허공의 네 팔다리를 끊어놓고


흙에 사는 벌레들은 구멍에서 굼실거리고


저들마다 일꾼이고 저들마다 살림이고


저들마다 막행막식하는 그런 밭


날이 무명 빛으로 잘 들어 내 귀는 밝고 눈은 맑다


그러니 그냥 더 둬보자는 것이다


 


 5월의 끝자락에서 제법 여름 기운이 느껴진다. 산에도 들에도 저마다 자기 색깔을 갈아 입느라 분주하다. 유월로 접어드는 비탈길에서 풋풋하고 무성함을 온 몸으로 받아들이면서 여름을 맞아야겠다. 


 “여름에는 한두 평의 여름 밭을 키운다” 문태준 시인의 시구처럼 내 마음에도 한두 평 여름 텃밭을 가꾸고 싶다. 따가운 햇볕을 받으며 무성하게 자라는 식물들처럼 바람에 흔들리며 빗줄기가 쏟아져도 웃고, 벌레가 찾아오면 손님으로 맞아주고 싶다. 그리고 자연이 들려주는 이야기를 온 몸을 느끼면서 막행막식하는 내 마음 속 텃밭을 일구고 싶다.


  세상은 늘 시끄럽다. 눈만 뜨면 쏟아져 나오는 분통 터지는 뉴스들로 인해 덩달아 불안해진다. 우리의 마음 구석구석 아름답고 눈물겨운 이야기들로 무성하게 키워갈 수 있는 ‘여름 텃밭’ 한 뙈기 욕심 없이 가꾸어보면 어떨까./ 시인 한상림

 

출처 : 예술시대작가회  |  글쓴이 : 한상림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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