묵직한 옛 이야기 털어낸 녹색 생태숲,

소이산 생태숲 녹색길

강원도 철원군 철원읍 사요리 산1


이름처럼,

'그저 그곳에 있던 산'

특별함 없이 머물던 작은 산은 

이제 생태숲으로 녹색길로 변하였습니다.

60여년간 사람의 발길이 닿지 못하던 곳,

그 속살을 만나러 갑니다. 



△ '철원평야'

'평화마루공원' 정상에서 바라본 풍경



한국전쟁이 끝 난지 60여년,

한 여름속의 휴전선 부근은 온통 진한 초록의 색입니다. 세상사 모든 시름과는 거리가 멀어 보이는 풍경들, 사람의 발길이 닿지 못했던 이유로 풀과 나무들은 자유롭게 자라나 울창한 숲을 이루었고 깊게 감춰진 숲들은 귀한 동물들을 불러 모았습니다.

이렇게 감춰진 천혜자연의 숲길을 걸어보는 기분은 어떨까요?

 

강원도 철원,

이름조차 생소한 소이산(所伊山, 362.3m)’을 찾았습니다. 이름처럼 그저 그곳에 있던 산입니다. 크고 웅장한 모습이 아닌 작고 야트막한 야산입니다. 그러나 작은 산은 크고도 묵직한 사연을 담고 있습니다.

한국전쟁이후 미군의 군사기지이자 민간인 출입통제선으로 일반인의 출입이 금지된 곳이었으며, 200010월에 해제 되었으나 군사작전 지역이자 훈련지역으로, 동시에 군사목적의 지뢰매설 지역이었기에 일반인은 들어설 수 없는 곳이었습니다.



△ '소이산 생태숲 녹색길' 안내판

노동당사에서 출발과 도착을 하는 원점회귀코스로, 여행자는 시계 방향으로 걸었다.



그러던 소이산도 변화의 바람이 불었습니다.

2006년 시민단체 생명의 숲에서는 소이산을 평화의 숲으로서의 가치를 인정, 천년의 숲으로 선정하였습니다. 2011년에는 행정안전부의 친환경 생활공간 조성 공모사업이라는 거창한 문구의 사업에 선정이 되었고, 육군 6사단이 소이산 개방에 협의하면서 민, , 군이 함께 참여하여 같은 해 6월에 착공하여 12월에 완공하였고, 2012년 마침내 소이산 생태숲 녹색길이라는 이름으로 길을 열었습니다.

 

소이산 자체를 살펴보면 왼쪽은 산 사면이지만 오른쪽은 철조망이 둘러쳐 있습니다. 아직도 산책길을 제외한 구간은 지뢰지대로 철책을 곁에 두고 걷는 길입니다. 이름 모를 야생화와 동물들의 발자국소리와 울음소리도 들리는 곳이며, 길을 걷는 중에 뱀도 만나기도 하는 공간입니다.

60년 넘게 사람이 찾아 들 수 없던 공간,

고려시대부터 이적의 출현을 알리던 제1로 봉수대가 있었던 자리였으며, 한국전쟁 이전에는 옛 철원의 화려한 역사를 기억하고 있는 공간이며, 지뢰밭과 민통선에 갇혀 수십 년간 사람의 발길을 거부해 온 그곳,

이제 그 공간을 걸어 봅니다.


소이산 생태숲 녹색길,

소이산을 중심으로 면적 2,382에 총 4.8km의 산책길입니다. 생태숲길 2.7km, 지뢰꽃길 1.3km, 봉수대 오름길 800m입니다.

생태숲길은 사람의 발길이 닿지 않았던 자연생태 환경을 그대로 느낄 수 있는 길이며,지뢰꽃길은 지뢰 안전지대로 나뉘어져 있는 길로 마치 GOP와 같은 모습이지만 와 꽃들이 반기는 평화로운 길입니다.

그리고 소이산 녹색길에서 놓쳐서는 안 되는 길, 봉수대 오름길입니다. 철원평야와 평강고원을 360도 조망할 수 있는 압권의 풍경이 펼쳐지는 곳입니다.



△좌측이 '평화마루공원 전망대', 오른쪽이 '전망대'가는 길이다.

전망대에는 2층의 정자에 올라 조망을 할수 있으며, 평화마루공원 전망대에서는 민통선을 바라보는 철원평야의 파노라마를 만날수 있다.



노동당사에 주차를 하고 원점 회귀하는 코스입니다.

어느 쪽으로 걷던 괜찮습니다. 여행자는 먼저 봉수대에 오르고 생태숲길을 거쳐 지뢰꽃길로 돌아 내려왔습니다.

총 소요 시간은 약 2시간 정도로 봉수대 오름길에서 약1시간, 생태숲길과 지뢰꽃길이 각각 30여분 정도씩 걸렸습니다. 사진 찍으면서 느릿느릿 걸었던 길이기에 빠른 걸음이라면 소요시간은 그보다 많이 줄어 들것입니다.


철원평야 논바닥에 떠 있는 작은 섬’, 소이산

나지막한 야산의 모습이지만 정상에 오르고 나면 전혀 다른 풍광이 펼쳐집니다. 드넓은 철원평야를 비롯하여 철새도래지와 비무장지대, 그 앞의 북한의 평강고원을 조망할 수 있는 곳입니다. 또한 백마산(백마고지)’, ‘고암산(김일성고지)’, ‘삽슬봉(아이스크림고지)’, ‘철원역’, ‘2땅굴’, ‘노동당사까지도 한눈에 조망이 되는 곳입니다.


철원군 소재지에서 4km지점에 위치한 소이산은 이와 같은 조망이 있었기에 고려시대에는 제1봉수대가, 조선시대에는 함경도 경흥에서 함흥, 철원을 거쳐 서울로 연결 되었었던 제1선 경흥선 봉수로에 속해있던 산이었습니다. 또한 철원평야의 한 가운데 솟아 북한 땅과 마주하며 바라보는 산으로 군사적 요충지였습니다.



△ '봉수대오름길' 전망대 가는 나무계단



일요일 오전 10,

입추도 지나고 하늘은 그지없이 맑습니다. 어제 내린 소나기로 바람은 시원스러운데 바닥이 머금은 습기로 인해 많이도 덥습니다.

철원 노동당사 주차장에 주차를 합니다. 바로 앞 야트막한 소이산이 보입니다. 해발 362m의 산이지만 철원 평야의 표고가 100m정도이기에 그리 높아 보이지 않습니다.

 

봉수대 오름길, 일명 소이산 전망대를 먼저 찾아갑니다.

주차장에서 도로를 따라 걷다보면 어느새 봉수대 오름길이라는 이정표를 만납니다. 800m정도의 거리입니다. 오솔길이라기보다는 차량 한 대정도 다닐 수 있는 도로 정도의 폭입니다. 아마도 일부는 차량을 끌고 오르기도 하겠구나.”라는 생각도 듭니다.


그도 그럴 것이 경사가 그리 급한 것도 아닌데 이상하게 힘이 듭니다. 제법 가파르게 느껴지기도 하면서 땀이 비 오듯 합니다.

습기 가득해지는 안경을 닦고 잠시 숨을 돌리고 다시 걷기 시작합니다. 물 한 모금으로 목을 축이고, 숨을 들이 키고 다시 걷습니다.

그리고 도착한 곳, 소이산 전망대 갈림길입니다.


오른쪽 나무 계단길이 전망대가는 길이고, 정면의 출입구는 2014년 개장한 평화마루공원입니다.



△ '녹색길전망대'에서 바라보는 풍경

눈높이를 맞추어 본다면 전망대 유리에 적힌 지명과 실제 풍경을 겹쳐서 볼수 있다.



먼저, 녹색길 전망대에 오릅니다.

나무 데크길을 따라 오르고 나면 2층의 정자로 지어진 전망대를 만나게 됩니다. 전망대에 오르면 철원 평야는 물론 북한의 모습까지도 조망이 됩니다. 그리고 나름 철원군청에서 녹색길을 위해 애쓴 흔적을 만나기도 합니다. 전망대 유리에 지명과 함께 위치를 알려주는 그림이 그려져 있는데 이게 눈높이를 잘못 맞추면 경관에 방해가 되기도 하거니와 오랜 시간이 흘러서 글씨와 그림들이 지워지거나 사라져 산만하여 오히려 없는 것만 못한 느낌이 들기도 합니다. 그렇다고 불평할 일은 아닙니다.


바로 내려와서 이번에는 평화마루공원으로 올라섭니다. 이곳이 진정한 조망이 펼쳐진 공간이기 때문입니다.

 


△ '평화마루공원' 오르는길의 지하벙커

과거 군사구역으로 지금은 '군사박물관'으로 사용되는 곳이다.

 벙커 내부에 들어서면 발칸포기지와 레이더기지등의 흔적이 남아 있으며, 이곳에서 소이산 아래까지 지하통로인 '지하교통호'가 연결 되어 있는데 탄약고와 발전소, 물탱크와 화장실등과 함게 정비공간까지 갖춘 군사요지다.


△ '평화마루공원'정상에 올라서 바라보는 풍경

드넓은 곡창 '철원평야'를 가림없는 조망이 압권이다. 대부분의 눈에 들어오는 풍경이 '민통선'안의 풍경으로 가슴이 먹먹해지면서 시원해지는 만감이 교차하는 묘한 기분을 만들어 내는 곳이다.



소이산 정상의 소이산 평화마루공원

군사시설, 정확히는 미군들의 군사시설이었습니다. 지금은 평화를 기대하는 공원으로 탈바꿈을 한곳으로 평화를 기원하는 상징물들이 서고, 예전 국군들이 사용하던 군용품들이 전시되어 있으며, 군사시설을 이용한 군사 박물관이 들어 서 있습니다.

그리고 과거 헬기장이었던 공원의 정상에 오르면 이제야 제대로 된 철원평야의 모습을 만나게 됩니다.

 

가슴 확~! 트이는 공간!,

한국전쟁 당시 철원평야 확보를 위한 치열한 전투가 벌어졌던 곳으로 전국 최고의 곡창지대이자 최고의 미질을 자랑하는 철원평야입니다. 철원지역의 농토는 대부분 민간인통제선 안쪽에 있습니다.

소이산 정상에서 바라보는 조망도 대부분은 민통선 안쪽입니다. 지금은 바코드를 이용하여 출입을 하지만 예전에는 농민들은 군부대에 신고를 하고 민통선 안의 논으로 출근과 퇴근을 했습니다. 논에 들어 갈 때는 주황색 모자를 쓰고 팻말을 들고 들어가 농민임을 알리면서 농사를 지어야했습니다. 철원에는 공장이 없어 공기가 좋고 일교차가 심한 곳으로 여름에는 영상40도까지 치솟고 겨울에는 영하 25도까지 내려가는 계절별 일교차도 심한 곳으로 철원 오대쌀은 전국에서 가장 빨리 수확하여 전국 쌀값의 기준이 되기도 합니다.

원래 현무암층은 배수가 잘 되기에 수분유지가 불가능합니다. 그러나 현무암층 위에 새롭게 퇴적층이 쌓이면서 농사가 가능해지게 된 것입니다.



△ '평화마루공원 전망대'에서



이러한 철원평야는 약 27만년전 북한 평강의 오리산에서 용암이 폭발하면서 생겨났습니다.

현무암질의 용암은 최소한 11차례이상의 폭발로 화강암을 덮어버렸습니다. 이러한 형상은 정상에서 바라보면 알 수 있는데 너른 철원평야 위에 군데군데 낮은 언덕들이 솟아있는 모습이 보입니다.

용암이 흘러내리면서 완전히 덮이지 않고 섬처럼 남아있는 산이나 언덕입니다. 지질학적으로는 스텝토(Steptoe)’라고 하는데 한국 전쟁 당시 가장 전투가 치열했던 아이스크림고지가 대표적이라 볼 수 있겠습니다.



△ '소이산 생태숲 녹색길' 중 '생태숲길'



소이산의 백미를 만나고 나면 본격적인 녹색길 탐방에 나섭니다.

오던 길을 다시 내려서는 중간에 생태숲길과 만나게 됩니다. 옹벽을 넘어가는 계단을 내려서고 군사훈련에 사용되던 참호등을 만나게 됩니다. 모든 풍경은 자연 그대로의 모습들입니다.


생태숲길이라는 이름처럼 우거진 수풀로 사람이 지날 수 있을 정도의 오솔길만이 유일의 길임을 알려 줍니다.

지친다 싶을 때면 어김없이 쉼터가 자리하고 있어 잠시 쉴 수 있는 공간이 있습니다. 다만 아쉬운 것이 중간 중간 아래쪽 즉, 마을로 이어지는 오솔길이 나타나기도 하여서 길을 놓칠 수도 있을 법합니다. 방향을 잃지 않도록 작은 팻말이라도 붙여 놓았으면 하는 오지랖입니다.

조금 더 걷다보면 나무 데크 전망대가 만들어져 있습니다. 녹색길에서 말하는 포토존입니다. 민통선 마을 대마리를 조망할 수 있는 곳입니다. 충분히 시원스런 조망입니다. 조금 더 걸어가면 길은 낮아지고 또 다른 길을 만나면서 군부대가 상주할 당시 만들어진 거대 옹벽이 나타나면 생태숲길이 마무리 됩니다.


30여분의 숲길을 걷는 동안은 풀 내음, 나무 내음만이 전부입니다. 오르락내리락 하는 작은 높낮이와 부드러운 곡선으로 편하게 걸을 수 있는 생태숲길이었습니다.




△ '소이산생태숲 녹색길' 중 '지뢰꽃길'



오른쪽의 이끼 잔뜩 머금은 옹벽, 그 맞은편으로는 철조망입니다.

여기서부터 지뢰꽃길입니다. 철원 출신 정춘근(1960 ~ )’시인의 지뢰밭이라는 시에서 따온 이름으로 시의 실제 배경이 소이산을 그려내고 있기에 더욱 잘 어울리는 듯합니다. 실제 생태녹색길을 걷는 동안 정춘근 시인의 시를 많이 만나게 되기도 합니다.

지뢰꽃길에서는 정춘근 시인의 시는 물론이고, 관내 지역의 문학 동인들이 기증한 시들을 감상할 수 있으며 실제적인 녹색길 관리에도 문학 동인이 참여하고 있다고 합니다.

또한 이름에 걸맞게 지뢰가 묻힌 철망을 두고 걷는 동안 다양한 종류의 꽃들을 만나기도 합니다. 이는 계절마다 다른 모습을 할 것입니다. 꽃이야 때를 찾아오겠지만 나무들은 여전히 제 자리를 지키고 서겠지요.

 

자작나무와 정춘근 시인의 시비를 만난다면 지뢰꽃밭의 중간입니다.

이제부터는 철조망을 따라 걷는 진정한 녹색길의 면모를 만날 수 있습니다. 잡목과 수풀등을 정리하여 길을 내었습니다. 숲이 생태가 파괴되는 것을 최소한으로 하고자 철조망의 일부에 동물들의 통로를 만들어 놓았습니다.

 

자박자박 걷는 발자국 소리만이 전부입니다. 가끔 스르륵 뱀도 지나갑니다. 산의 옆구리를 끼고 걷기에 햇살은 나무 그늘에 가려집니다. 습하지만 시원합니다. 이렇게 30여분 지뢰꽃밭길을 걷습니다.

 







△ 녹색길의 시작이자 끝일수 있는 고셍 자리한 '지뢰꽃 산방'

멀리 노동당사가 보인다면 녹색길 탐방의 끝을 알리는 것이다.



지뢰꽃길의 시작이기도 마지막이기도 한 지점에 이르면 지뢰꽃산방이라는 정자가 나타납니다. 멀리 처음의 출발지였던 노동당사가 보입니다.

이로서 소이산 생태숲 녹색길이 마무리 됩니다.





총 길이 4.8km로 약2시간이내에 다 돌아 볼수 있는 소이산 생태숲 녹색길입니다.

오랫동안 자연의 세상이었던 곳을 이제 사람이 걸을 수 있습니다. 60여년간 닫힌 문이 열리면서 누구에게나 아름다움을 선물하고 있습니다.


다만, 생태숲길 속의 안내 푯말을 조금 더 달아주었으면 하는 마음이었고,

전국 어디나 마찬가지이지만 길을 걷는 동안 녹색길에서도 역시나 쓰레기를 만나게 됩니다. 준비해간 비닐봉투에 담아 오기는 하였지만 자연을 즐기겠다는 마음에서 눈에 들어오는 쓰레기는 영 걸거칩니다.


자연은 자연 그대로 두었을 때가 가장 아름답습니다.

그 아름다움을 만나기 위하여 최소한의 길을 내어 주는 것도 또 다른 아름다움입니다. 그 아름다움을 즐기는 것도 아름다운 마음에서 시작합니다.



글, 사진 자유여행가 박성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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