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왜 너가 아닌가


 

누군가를 안다는 것은 그 사람을 잘 모른다는 것과 동의어일 때가 많다.

누군가를 안다고 믿지만, 그 사람에 대한 나의 생각과 감정을 믿는 것이다.

또한 누군가를 좋아하고 싫어하지만, 사실은 나의 판단과 편견을 신뢰하는 것이다.

누군가를 안다는 것은 얼마만큼 아는 것을 의미할까?

안다처럼 정반대의 말과 같은 의미인 단어가 또 있을까?

가까운 관계라 해도 어떤 사람을 안다고 생각하는 것은 오류에 가깝다.

섣부른 판단으로 우리는 누군가를 잃어 간다.

관계가 공허해지는 것은 서로를 모르기 때문이 아니라 안다고 착각하기 때문이다.

대부분의 경우 상대방이 향하는 방향만 볼 뿐,

그가 어떤 지하수를 길어 올리는지 알려고 하지 않는다.

누군가를 안다는 것,

진실한 관계를 맺는다는 것은 자신의 편견을 깨고

그와 함께 계단 끝까지 내려가는 숙제를 안는 일이다.

 

 

좋은지 나쁜지 누가 아는가                      류시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