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위 배경사진 : 서울 국립현충원 - 가족대표 ▲
     
     
    ◆ 정부 욕하기 ◆
     
     
     
    나라가 메르스 홍역을 치르고 있다. 
    홍역보다 더 무서운 전염병이니 앞으로는 “홍역을 치르다” 대신 “메르스를 치르다”로 바꿔야 할 판이다. 
    한 사람이 옮겨온 바이러스 때문에 수많은 사람들이 격리되고, 치료를 받고, 사망한 사람들까지 발생했다.
    
    
    그 사람들과 가족, 치료하는 사람들과 그 가족들은 말할 것도 없고 온 국민이 큰 불편을 겪었고 엄청난 해를 입었다. 
    경제적인 손실은 말할 것도 없고 학교들이 휴업하고 학술회의, 강연회, 촛불집회 등도 취소되거나 연기되어 
    박원순 시장과 마스크 제조업자들 외에는 모두에게 큰 재앙이었다.  
    
    
    가장 큰 피해자 가운데 하나는 대통령이다. 
    여론조사에 의하면 지지율이 급락했다고 한다. 
    영국에서 발행되는 주간지 이코노미스트(Economist)는 한국 사회의 이런 분위기를 잘 반영했다. 
    “전염병에 대해서 정부 탓하기”(Blaming the government for a plague)란 부제를 달았다. 
    모든 것을 정부 책임으로 돌리는 것이 서양 기자의 눈에 조금 특이했던 것 같다. 
    
    
    시중에 떠도는 유머가 있다. 
    남편이 외도를 하면 일본 여자는 남편 애인을 찾아가서 헤어지라고 호소하고, 
    중국 여자들은 맞바람으로 복수하고, 스페인 여자들은 남편 애인을 총으로 쏴버린다. 
    그런데 한국 여자들은 비슷한 변을 당한 여자들을 모두 모아서 대통령 물러나라고 청와대 앞에서 시위를 한다. 
    무엇이라도 잘못되면 모두 정부 탓으로 돌리는 우리 사회의 습성을 반영하는 농담이다. 
    자유로운 선거로 뽑아놓고는 마치 남의 나라에서 날라 온 것처럼 욕만 한다. 
    
    
    정부가 늑장 대응으로 인해 메르스 확산의 주된 책임이 있다는 사실은 아무도 부인할 수 없다. 
    그런데 문제는 정부만 잘못했는가 하는 것이다. 
    최초 환자가 처음부터 중동 여행을 밝혔더라면, 
    삼성병원이 메르스의 심각성을 인식하고 빨리 대처했더라면, 
    감염자들이 다른 사람에게 전염될 수 있다는 사실을 알고 조금 더 조심했더라면... 
    감염된 줄 알고도 비행기, 택시를 타고 다니고, 호텔과 식당에 드나들고... 
    
    
    이번 사건을 계기로 하여 드러난 우리의 시민의식은 한마디로 엉망이었다. 
    세계 최첨단의 배를 만드는 나라에서 세월호 사고가 나고, 
    외국 환자들이 병을 고치러 몰려오는 나라에서 세계에서 두 번째로 많은 메르스 환자가 생겨나고... 
    지식과 기술은 선진국 수준이나 그 지식과 기술을 이용하는 사람들의 도덕성과 책임감은 후진국 수준이다. 
    우리 사회와 교육이 시민을 이렇게 만들어 놓았다.  
    
    
    정부의 잘못을 지적하고 비판하는 것 그 자체가 나쁜 것은 아니다. 
    그래야 정부가 정신을 차리고 고친다. 그러나 그것으로 끝나서는 안 된다. 
    그런 정부를 뽑은 우리 자신들의 잘못된 선택도 인정해야 하고 다음부터는 제대로 뽑아야 한다. 
    그보다 더 먼저 이웃에게 해가 되지 않도록 행동하는 시민의식을 키워야 한다. 
    그런 책임의식이 없으면 메르스 같은 재앙은 또 일어날 것이고, 이번처럼 모두가 다 피해자가 될 것이다. 
    
    
    이번 사건은 다른 사람에 대한 배려가 부족하면 우리 자신이 그 피해자가 된다는 사실을 매우 분명하게 보여주었다. 
    손가락이 불에 그슬렸는데도 그 손가락을 또 불에 갖다 대면 아예 타버릴 수도 있다.
    
     
     
    글 쓴이 - 손봉호
    서울대 명예교수
    부산 고신대학교 석좌교수
    전 동덕여대 총장
    전 세종문화회관 이사장
    전 서울시 공직자윤리위원회 위원장
    
    (사진 : 손봉호 교수)  
    
    (인터넷에 올라와있는 글을 편집해서 옮겼습니다 - 가족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