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는 지금 전쟁 중이다. 자국의 말과 문화를 통해 자국에 대한 우호세력을 확대하기 위한 소프트파워(soft power) 전쟁. 총성 없는 이 전쟁은 군사력이나 경제력을 무기로 했던 20세기의 하드파워(hard power) 전쟁보다 더욱 치열하고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유럽의 국가들은 일찍부터 자국의 언어를 전파하는데 많은 공을 들여왔다. 세계 각국에서 프랑스어를 가르치기 시작한 ‘알리앙스 프랑세스’는 벌써 130개국에 1,072개의 센터를 설립하였고, 영국(브리티시 카운슬, 220개)과 독일(괴테 인스티튜트, 144개)도 세계 각 국에 자기 나라 말을 가르치는 전문기관을 운영하고 있다.

아시아의 국가들도 몇 년 전 부터 소프트파워 경쟁에 본격적으로 동참하기 시작했다. 2002년부터 중국은 ‘공자학원’을 통해 중국어를 해외에 보급하고 있고, 일본도 ‘일본어센터’를 100개 이상으로 확대한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인도 역시, 중국의 공자학원에 대응하는 ‘간디 아카데미’를 설립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한국은 2007년 1월, 한글을 보급하는 ‘세종학당’을 신설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하고 본격적인 소프트파워 경쟁에 뛰어들었다. 2016년까지 총 200개의 세종학당을 설립하여 현지인에게 한글과 한국어를 보급하고, 제 2의 한류열풍을 일으키겠다는 계획이다.

2008년 3월, 유인촌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은 이명박 대통령에 대한 첫 업무보고에서 새 정부의 문화정책 비전으로 ‘소프트파워가 강한 창조문화국가’를 제시하기도 하였다.

그러나 사실 한국이 소프트파워에 눈을 뜨기 시작한 것은 유럽의 나라들보다 훨씬 이전인 1960년대 초반부터라고 할 수 있다. 해외 한인 태권도사범들이 낯선 타국 땅에 태극기를 걸고, 태권도장을 열면서부터 한국의 소프트파워는 생성되기 시작했다고 할 수 있다.

그들은 갖은 고난과 역경을 견뎌내며 말도 통하지 않는 이방인들에게 한국의 문화를 알리고, 한국의 혼과 정신이 담긴 태권도를 가르치기 시작했다. 세계는 태권도에 매력에 조금씩 빠져들기 시작했고, 아시아의 작은 나라 한국에 무한한 애정과 동경심을 가지게 된 것이다.

해외 한인사범들의 이러한 땀과 헌신의 결과로 이제 태권도는 미주와 유럽은 물론 아프리카에 까지 진출하였고, 200여 개국의 10만여 개 도장에서 7,000만 여명이 수련하는 지구촌 최대의 무예 스포츠로 성장하였다.

그러나 우리에게 태권도는 단순히 올림픽 금메달 획득에 가장 근접한 스포츠 종목이라는 의미만을 지니고 있는 것은 아닐 것이다. 우리 민족의 전통 무예이자 한국을 대표하는 문화 브랜드로서 한민족의 혼과 정신을 담고 있는 우리의 삶이자 역사로 인식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제 태권도는 새로운 도전을 시작해야 한다. 조국에 대한 사랑과 태권도에 대한 열정 하나만으로 오늘의 태권도를 일구어 냈던 해외 한인 사범들의 뜨거웠던 가슴, 그 때 그 초심으로 돌아가 제 2의 태권도 르네상스 시대를 열어야 한다.

흔들리는 태권도 모국(母國)의 위상을 바로 잡아 확고히 세우고, 침체에 빠진 태권도장에 활기를 불어넣을 수 있도록 힘을 모아야 한다. 상식이 통하고, 많이 가진 자가 적게 가진 자를 넓은 마음으로 보듬어주고 감싸주는 화해와 상생의 리더쉽을 만들어 가야 한다.

한류(韓流)의 원조라 불리우며 21세기 소프트파워 경쟁시대의 첨병으로 꾸준히 성장해온 태권도는 세계 각국이 자국의 소프트파워를 키우기 위해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는 이 때에 대한민국의 새로운 미래를 열어갈 성장동력이자, 문화대국 한국의 힘과 저력을 보여줄 수 있는 최고의 무기가 될 수 있을 것이다.

65억 지구촌 모든 사람들이 태극기가 걸린 태권도장에서 우렁찬 기합소리와 함께 태권도를 수련하는 행복한 상상을 해본다.


글. 정창수(태권도진흥재단 공연기획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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