멸치를 털며

                                         정 완 희

새벽에 나간 배들이

만선이 되어 도착하는 저녁 무렵부터

대변항에는 멸치와 어부들과 사람들로 북새통을 이룬다

배들마다 유자망 그물코에 걸린 멸치들을

에헤나 차에나 에헤라 죽겠다 구호에 맞춰 털어내면서

그물코에 걸렸던 멸치들의 허공을 향한 마지막 비상

어부의 아낙들은 빨간 양동이를 들고

바닥에 떨어진 멸치를 줍고

갈매기들도 떼지어 사람들 눈치 안보고 멸치를 줍는다

멸치 파편을 온몸에 뒤집어쓴 어부들의 합창속에서

접시에 발라 펼쳐진 멸치회 한접시와 막걸리 한병으로

세상사 고달픈 사연을 풀어내는 나그네들

펄펄 끓는 물에 데쳐서 그물에 펼쳐 말리는 멸치들과

통채로 소금에 염장하여 항아리에 담겨진 멸치젓들과

여기는 그저 모든 것들이 흥겨운 멸치 세상이다

2014 충남작가 시선집 <바람아 불어라 >에 수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