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쁜 기업’ 역외탈세 “누가 얼마나 빼돌렸나”
삼성, 현대, 한진 등 대기업마다 해외비자금 곤욕
비자금 해외에 빼돌려 호화 부동산 물의 빗어
[0호] 2011년 06월 20일 (월) 10:38:56 최재영 기자 press@paran.com

   
<뉴시스> 외쪽부터 조양호, 정의선, 이재용
 

“윗물이 맑지 않다”. 이건희 회장이 삼성테크원 비리에 “삼성의 자랑인 조직문화 훼손”을 질타했다. 이에 대한 경제개혁연대의 논평 첫마디이다. 삼성이 사회적 역할을 못한데 대한 질타였다.

지난 15일 ‘검은머리 외국인’(한국인)의 스위스 비밀계좌가 발견된 게 큰 이슈가 됐다. 그는 국내 상장주식에 1조원 가량을 투자했다. 이 돈의 출처와 주인에 대해 관심이 쏠렸다. 철저히 출처와 주인의 신분이 숨겨져 있어 ‘검은 돈’일 것이라고 추정할 뿐이다.

네티즌과 증권가를 중심으로 두 가지 가설이 흘러나오고 있다.

전직 대통령의 숨겨둔 비자금과 대기업 총수의 비자금일 것이란 설이다. 현재로선 확인할 수 없다. 왜 전직 대통령과 대기업 총수를 지목하는 것은 윗물이 맑지 않기 때문이다.

 

전직 대통령의 비자금 의혹

한국의 정치사에 빠질 수 없는 것이 정경유착과 비자금이다. 역대 정권마다 수조원대에 비자금을 만들어 스위스 비밀계좌를 만들어 숨겨 놓았다는 의혹이 불거졌다. 한 차례도 확인은 불가했다. 그 만큼 스위스 정부가 계좌에 주인에 대한 신분을 보호해 왔기 때문이다.

SK최태원 회장은 91년 1윌 당시, 신혼이던 최 회장 부부는 19만 달러를 세관당국에 신고하지 않고 미국 내 반입한 혐의로 미국 검찰에 의해 피소됐다. 최 회장의 부인은 당시 노태우 대통령의 장녀 노소영 씨이다. 이 사건은 94년 YS정부가 출범한 뒤 ‘외화밀반출’ 혐의에서 스위스은행 계좌설까지 나오면서 정치적 사건으로 비화됐다.

DJ도 비자금 의혹에 시달려야 했다. 전직 국정원 출신 김모 씨는 DJ의 해외 비자금 의혹을 폭로했다. 대부분 혐의없음으로 끝났다.

그럼에도 국민들은 전직 대통령들에 대한 비자금 의혹을 가지고 있다. ‘윗물이 깨끗하지 못한다’는 인식 때문이다.

 

삼성그룹, 이재용 사장 해외비자금 의혹

삼성그룹의 해외 비자금 의혹도 제기됐다.

지난 5월 국세청이 2008년 포보스가 선정한 세계 부자 순위에 오른 일명 ‘구리왕’으로 불리는 차용규씨에 대한 역외 탈루 혐의를 조사한 바 있다.

이에 경제개혁연대(김상조 소장, 한성대 교수)는 차용규 씨의 카작무스 지분과 관련된 삼성물산의 비자금 의혹으로 확대할 것을 촉구했다.

차 씨는 과거 삼성물산 카자흐스탄 지점에 근무하며 구리 채광 및 제련 업체인 카작무스 대표를 지냈다. 2003년 삼성물산을 퇴사했다. 퇴사 1년 후 본인이 소유한 회사를 통해 삼성물산이 보유하고 있던 카작무스 지분을 인수했다. 그로부터 약 1년 뒤 카작무스가 런던 증시에 상장되어 막대한 차익을 봤다. 경제개혁연대는 차 씨와 삼성물산 간 지분 거래를 통해 삼성물산이 비자금 조성한 의혹이 있다고 보고 있다.

삼성의 해외비자금 문제를 제기한 곳은 미주언론 선데이저널이다. 이 매체는 지난 2008년 1월27일자에 ‘이재용 전무(현재 삼성전자 사장), 해외비자금 다시 급부상- 해외비자금 구좌 아직 살아 있다’는 기사를 통해 스위스, 홍콩 비밀계좌를 폭로했다.

이재용 사장이 1990년내 중반 스위스 UBS와 홍콩의 스탠다드차트은행(Standard Chatered Bank)에 비밀계좌를 가지고 있었고 이 계좌를 통해 수 천만 달러의 비자금을 은닉했다고 주장했다.

지난 95년 일본게이오대학원 경영관리 석사과정을 유학하던 이 사장은 국내 유명목사의 장남인 A씨가 설립한 투자회사 HJC와 ICE를 경영하는 A목사의 장남 B씨에게 10억2000만엔 (당시 한화 120억원)을 투자했다.

이 사장의 자금은 국내 유명 가구회사 사주의 딸인 B씨를 통해 A씨에게 전달됐다. B씨는 스위스 UBS은행 취리히 본점으로부터 송금되어 온 자금을 동경소재 UBS지점에서 현금으로 인출해 A씨에게 전달했다.

A씨는 원금보장차원에서 이 사장에게 프로미서리 노트(Prommisery Note:원금보장각서)를 발행했다. 프리미서리 노트에는 이 사장의 영문이름인 'JAY Y, LEE'가 적혀 있다. 또한 A씨가 이 사장의 스탠다드차트뱅크(홍콩, 계좌번호 363-100-17ooo)계좌 송금의뢰서에도 수취인에 이재용(Mr Lee Jay YONG)로 적혀 있다.

선데이저널은 “당시 27세의 젊은 나이로 유학생 신분이었다. 홍콩과 스위스 은행은 통해 수백어권 대에 주식 투자를 했다. 지금의 환율과 물가고를 보면 1조원대는 족히 될 것”이라며 자금 출처에 의문을 제기했다.

 

현대차그룹, 홍콩과 영국 등 펀드

현대기아차그룹에서도 해외 비자금에 관련된 정황이 2006년 3월 검찰 수사과정에서 드러난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현대차그룹의 수사를 담당했던 대검찰청 중앙수사부는 정의선 부회장(당시 기아차사장)의 경영권 승계를 위한 자금 마련을 위해 비자금을 해외에서 세탁한 뒤, 국내로 들어와 투자회사를 통해 수백억원에 이익을 챙긴 정황을 포착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현대차그룹은 계열사 글로비스 등을 통해 수백억 원에 비자금을 조성했다. 이를 동남아 지역 조세 피난처의 페이퍼 컴퍼니(서류상 회사)를 통해 세탁했다.

이 자금을 국내에 국내로 들여와 펀드회사를 통해 자금을 운용해 정의선 부회장의 경영권 승계를 위한 종자돈으로 사용되었다는 의혹이 있다고 했다.

 

대한항공, 항공기 구입과정서 리베이트

오래된 일이다. 1999년 한진그룹 세무조사에서 역외탈세를 적발했다. 이를 다시 거론하는 것은 지금으로선 아무것도 아닌 조세회피구역에 위장설립 등이 최초로 밝혀졌다는 점 때문이다.

당시 한진은 C사와 D사의 항공기를 구매하면서 E사의 엔진을 장착하는 조건으로 E사로부터 거액의 리베이트를 챙겼다. 18차례나 돈 세탁을 거쳤다. 이중 일부 1685억원이 국내로 들여 와 조양호 대한항공 회장 등이 개인적으로 사용했고 했다고 했다.또한 대한항공은 항공기 구입과정에서 엔진 제작사로 받은 리베이트를 조세회피지역에 설립한 현지법인 KA사에 넘겼다. 또한 중고항공기를 정상가격의 70%만 받고 헐값에 매각했다. 이를 다시 빌려 사용하며 현지 법인에 30%에 차액을 넘기는 수법도 사용했다.

당시 이 기사를 썼던 경향신문은 “해외송금 시차를 이용하거나 외국 조세회피지역에 위장계열사를 설립한 뒤, 계열사 재산을 빼돌리는 신종 탈세수법을 선보여 국세청 관계자들에 혀를 내둘렀다”고 적고 있다.

 

부자들의 역외탈세

대기업마다 조세피난처에 여러 개에 회사를 두고 있다.

무역과 금융을 위해 설립하지만 일부에선 역외탈세 방법으로 악용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과 국세청 등 사정기관의 수사 때마다 해외 비자금은 단골메뉴였다. 효성, 한화, SK, 두산, 신동아(전), 대우(전), C&그룹, 오리온 등의 검찰 수사과정에서 드러났다.

대기업들의 비자금 조성 방법은 다양하다. 납품단가를 조작해 부풀려 비자금을 조성하거나 해외에 ‘페이퍼 컴퍼니’(유령회사)를 설립해 수출하는 방법 등이다. 통상 대기업들이 가장 많이 비자금을 조성하는 방법으로는 회계 분식이다.

과거 대우는 비자금 조성 때문에 회사가 도산했다는 말이 나올 정도였다. 이 때문에 서울중앙지검은 지난달 회계분석반을 신설할 정도다.

분식회계 등을 통해 만들어진 자금은 해외투자, 무역, 회사설립 등 여러 루트를 통해 해외로 반출된다. 반출된 자금은 스위스 등에 비자금 계좌에 예탁되거나, 오너일가를 위한 부동산에 투자되거나, 페이퍼컴퍼니를 통해 다시 한국에 들어와 투자되기도 한다.

올 초 국세청은 역외탈세와의 전쟁을 선포한바 있다.

대기업뿐만 아니라 중소기업 오너들까지 비자금을 만들어 해외에 빼돌려 스위스 등 비밀금고에 예치하거나 부동산에 투자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스위스 비밀계좌에 대해 네티즌 F씨는 “스위스나 조세피난처 계좌의 경우 끝까지 수사를 해야 함에도 중간에 손 놓는 경우가 많다”며 “끝까지 추적해야 한다. 역외탈세는 국가경제를 위협하는 중대한 경제 범죄이다”고 했다.

윗물이 맑아야 아랫물이 맑다. 정치와 경제를 쥐락펴락하는 사회지도층이 먼저 솔손수범해 ‘노블레스 오블리주’실천해야 공정사회가 될 수 있다는 게 일반인들에 시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