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지막 달력
이시은
자락을 접고
세월 저편으로 몸 묻어야 할 너는
며칠 남은 날도 지나가면
홀연히 길 떠날 채비 한 때문인지
아쉬운 표정도 없이
벽 기대고 장승처럼 서서
훌훌 옷 벗은 나뭇가지 건드리는 바람에게도
말 붙이지 않고
말 건네는 내게도 대답이 없다
마지막 남은 하루 저무는 밤
서운한 마음은 나 혼자 짝사랑 일 뿐
미동도 없이 묵묵부답이다
진작 내가 못 배운 미련 접기에
이골이 난 모습
그래 그렇구나
빈 들판에 새싹 돋는 이치를
나만 몰랐구나
문예운동 2018 겨울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