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부로 산다는 것"
송영진 신부 20080713
한국에서 신부로 산다는 것은?
교도소 사목을 담당하던 시절을 생각하면
한국에서 신부로 산다는 것이 어떤 것인지 실감이 난다.
매주 수요일에는 전주 교도소를 갔고, 목요일에는 군산 교도소를 갔었는데......
일단 교도소 정문을 통과할 때,
일반인, 또는 외부인은 외부 주차장에 차를 세우고 걸어서 들어가야 하는데,
나는 그냥 차에 탄 채로
정문 보초 근무를 서고 있는 경교대원들의 거수 경례를 받고 그냥 통과.
그 다음에는 교도관의 안내를 받긴 하지만
신분증 제출이나 별도의 절차 없이 교도소 내부까지 직행.
만일에 어떤 재소자를 따로 만나야 할 필요가 있다면
규정에 정해진 면회 절차는 생략하고
특별면회라는 형식으로 바로 별실에서 따로 면회 가능.
여기까지는 교도소를 담당하는 목사님이나 스님도 같은 예우를 받을 것이다.
그러나 천주교 신부에게만 해당되는 특권이 있으니
그것은 바로 고해성사.
완전히 격리된 방에서, 교도관 입회 없이 재소자를 만나게 된다.
그곳에서 신부와 재소자가 무슨 이야기를 했는지는 아무도 모른다.
그 외에도 교도소 행정에 관한 여러 특혜와 특권이 있지만,
대개는 법무부와 교도소 측의 배려에 의한 것이니... 그건 그쪽 사정이고...
신부로 살면서 병원에 입원한 일이 여러번 있었는데,
그 중 두 번은 개신교 병원인 예수병원이었다.
보좌신부 시절에 예수병원에 입원했을 때에는
그 병원의 수간호사가 친척이었는데, 수간호사의 특별 지시가 있었는지,
아니면 젊은 천주교 신부에 대한 호기심 때문이었는지
간호사들이 필요 이상으로 내 병실을 드나들었던 것 같다.
그 시절, 엉덩이 주사는 왜 날마다 맞아야 했는지 모르겠다.
작년에 다시 예수병원에 한 달 정도 입원했었는데,
간호사들 이름을 다 기억할 정도로 낯이 익거나 친해지기도 했었다.
물론 그들은 모두 개신교 신자였었다.
그들은 천주교 신부에 대해서, 그리고 천주교에 대해 많이 궁금해 했다.
어느날 그 중 한 사람이 하는 말,
'신부님이 입원해 있으니 고해성사를 보자.'라고
자기들끼리 농담처럼 주고받는다고 하였다.
어떤 간호사는 자신의 신앙 문제를 이야기하기도 하였다.
본당신부로 살면서 가끔 정보과 형사의 전화를 받기도 했는데,
신부의 인사이동과 개인 성향, 그 신부의 활동 상황 등에 대해
정보 기관 요원들이 관심을 갖고 정보 수집을 한다는 것을 눈치챌 수 있었다.
한국에서 천주교 신부로 산다는 것은
적당한 특권과 특혜를 누리고, 그리고 호기심의 대상이 되고,
생활비나 활동비 걱정을 하지 않아도 되고,
병원에 장기간 입원해도 병원비 걱정은 하지 않아도 되고,
목사들과는 달리 소득세를 내는 것으로 세상에 알려져 있지만
교구청에서 일괄적으로 내기 때문에 나는 잘 모르겠고...
일반 국민은 권력기관, 특히 정보기관에 대해 막연한 두려움 같은 것이 있는데
신부들은 정부나 권력기관, 정보기관을 대체로 우습게 여기고,
기타 등등... 뭔가 좀 다른 세상에 사는 사람같기도 한 모습...
그런 것들이 한국에서 신부로 산다는 것의 전부는 아니지만,
일종의 특권층???
신부란 '특권층'이 아니라 '특별한 사람'이라고 표현하는 신부님도 있지만,
특권층이든 특별한 사람이든, 그에 따르는 책임도 의식해야 하지 않을까...
외국의 신부들이 어떻게 사는지 알 수는 없지만,
한국의 신부들은 일반 서민층과는 다른 삶을 산다는 것은 분명하다는 것.
그러나 그 삶에 안주한다면... 그리고 점점 더 그 삶에서 안주할수록,
가난하고 소외당하고 불쌍한 사람들을 우선적으로 챙겼던
예수님의 모습에서는 멀어지게 된다는 것.... 잊지 말아야 한다.
천주교라는 종교가 갈수록 커지고 부유해짐에 따라서
신부들의 삶이 점점 더 상류층으로 변해간다면
더 이상 예수님의 이름으로 설교를 할 자격을 잃게 된다는 것도...
남 이야기할 것 없고, 바로 나 자신부터 끊임없이 각성해야 할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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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처 : | Fr.송영진 모세 |
글쓴이 : 에마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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