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덕여왕 속에 ‘지방자치’가 보인다

문화/방송 | 2009/10/06 00:19 | Reported By 성재민

 매회 최고 시청률을 경신하고 있는 MBC TV <선덕여왕>은 신라시대 여왕의 이야기를 그린 동명의 드라마다. 수십년간 공포정치를 통해 나라를 장악해 온 귀족 미실과의 대결을 통해 진정으로 백성을 위한 나라를 만들어 간다는 내용이다. 이요원, 고현정, 엄태웅 등의 주연 배우들의 열연과 이문식, 류담, 정웅인 등 조연들의 맛깔나는 연기가 더해져 그 인기는 나날이 상승곡선을 그리고 있다.

(사진=MBC 캡쳐)

(사진=MBC 캡쳐)


선덕여왕은 ‘정치드라마’다

 신라시대의 여왕인 ‘선덕여왕’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는 측면에서 보면, 이 드라마는 약간의 픽션이 가미된 역사 드라마다. 그러나 공주인 덕만이 여왕의 자리에 오르기까지 겪는 귀족과의 갈등과 최대 라이벌 미실과의 힘겨운 대결 등을 보여주는 부분으로 봐서는 이 드라마는 정치드라마다. 천하의 미실도 “백성은 두렵다” 말하고, 덕만도 왕이 되고자 하는 주 목적은 “백성들을 위해서”라고 말한다. 라이벌격인 두 인물이 벌이는 대결의 핵심과 승패를 가르는 주요한 원인은 모두 ‘백성’에 있다. 

 선덕여왕은 정치드라마다. 드라마의 시대적 배경상 계급이 나뉘는 사회지만 귀족과 왕족들이 백성의 지지에 힘입어 통치를 이룰 수 있다는 점에서, 투표를 통해 국민의 신임을 얻어야 하는 현대 정치인의 속성과 일맥상통한다. 드라마는 미실과 덕만이라는 두 인물을 통해정치를 말한다. 백성(국민)을 아둔하고 선동하기 쉬운 ‘우는 아이’와 같다는 미실이 있는가 하면, 백성에게 희망과 삶에 대한 의지를 가질 수 있도록 한다면 사회가(국가가) 더 진보할 수 있다는 덕만이 있다. 앞의 그것이 주체성이 결여된 근대의 대중이었다면, 뒤의 그것은 자신의 개성과 합리적 선택의 자유를 가지고 행동하는 현대의 대중쯤 되겠다. 

 물론 현대의 대중은 부분적으로 두 가지 속성을 모두 가진다. 최근 몇 년간의 대중활동의 영역을 살펴보면 두 모습을 모두 볼 수 있다. 현재까지의 내용으로 유추해 보건데, 덕만의 승리를 통해 현대 대중이 희망을 가질 수 있는 존재임을 암시할 확률이 높다. 덕만이 펼치는 ‘희망의 정치’가 사회를 진보시킬 수 있다는, 대중이 제임스 서로위키의 『대중의 지혜』에 등장하는 합리적이고 독립적인 개인정도는 아니겠지만 권력과 자유가 대중에게 주어질 때 더 나은 사회를 만들 수 있다는 것을 암시하는 듯 하다.   

드라마에 지방자치가 보인다 

 재미있는 것은 이 드라마 속에 정치 뿐 아니라 지방자치까지 보인다는 것이다. 지난 5일 방송된 39회에는 안강성 백성들의 폭동이야기가 다뤄졌다. 이 폭동은 흉작에도 불구하고 예년 수준의 조세를 거둬들인 귀족들에 반발한 백성들이 성을 점령하면서 일어났다. 덕만의 매점매석 반대에 대한 귀족들의 협박성 조치나 다름없었다. 덕만은 이를 해결하기 위해 직접 해당지역으로 찾아가 백성 대표인 촌장을 만난다. 지방자치에 대한 내용이 엿보이는 곳은 바로 이 부분이다.

(사진=MBC 캡쳐)

(사진=MBC 캡쳐)


 덕만은 조세로 심각한 피해를 입은 백성들을 위해 황무지 경작과 조세 환급, 새 농기구 분배 등을 내놓았다. 물론 현대의 지역민들이 드라마 속 백성들처럼 어렵고 힘들고 핍박받는다는 이야기가 아니다. 비유적으로 보자. 역할을 지정해보자면 덕만은 지방자치단체, 백성은 지역민, 귀족은 중앙정부쯤 되겠다. 드라마속 역할로 보면 귀족과 덕만의 위치가 바뀌어야 하지만 특정한 상황이니 조금 너그럽게 이해해보면 좋겠다.

 내가 이야기하고 싶은 부분은, 중앙정부와 중앙정치·행정이 말 그대로 ‘중앙중심적’으로 움직일 때, 상대적으로 어려움에 처하게 될 지역민들을 어떻게 구해야 하느냐는 것이다. 답은 덕만에게 나와있다. 덕만은 백성들에게 새로운 대안을 제시했다. 귀족들의 영향력에 휩쓸리지 않으면서 살 수 있는 길을 만들어낸 것이다. 다소 비약으로 보일 수 있다. 그러나 조금만 가볍게 생각해보자. 지역민들이 드라마 속 백성처럼 황무지를 개간하는 고통을 겪으면서 돌파구를 찾아야 한다는 이야기가 아니다. 지방자치단체가 중앙정치에 휩쓸리지 않을 수 있는 다양한 장치와 정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이야기다.

 좀 ‘오버’일 수 있겠다는 생각도 든다. 그러나 ‘큰 변화는 작은 것에서 나온다’는 말을 명심하자. 당분간 <선덕여왕>은 미실과의 정치싸움과 덕만의 ‘백성껴안기’ 행보에 많은 장면을 할애할 것으로 보인다. 드라마를 그냥 보는 것도 좋지만 나름의 해석을 곁들이는 것도 좋은 감상법 중 하나다. <선덕여왕>에서 지방자치를 엿본 건 내 나름의 해석이다. 개인적인 소망이건데, 앞으로 이 드라마가 더 많은 시사점을 줄 수 있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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