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콩이 딱딱해요?”, “김치 안 매워요?”, “국이 뜨겁지 않지?”  대답은 없어도 김 씨는 연신 질문을 이어가며 부인의 숟가락 위에 콩자반을 얹어 놓는다.

 

점심시간이 되어 김기삼(87)씨가 부인 밥상을 챙겨주면서 나누는 말이었다. 지난 4일 오전 11시를 넘어 경기도 용인 남부효 요양원을 방문하였다. 날마다 하루도 거르지 않고 요양원을 찾는다는 실버가 있다는 소문을 들었기 때문이다. 

 

남편 김 씨는 날마다 요양원으로 출퇴근 한다. 말끔히 옷을 갖춰 입고 찾아와 부인 이순희(84)씨와 함께 시간을 보낸다. 지금까지 단 하루도 찾지 않은 날이 없다. 가끔은 아내가 좋아하는 꽃을 사 들고 오기도 한다.

 

- 할아버지 하루도 빠지지 않고 이곳을 찾는 이유라도 있나요?

 “특별한 이유가 있나요? 우리 할멈 보러 오는 거죠. 마누라가 이렇게 누워있는 모습이 너무도 억울하고 불쌍해서 하루도 안 와 볼 수가 없네요.”

 

- 이곳으로 모셔야 할 사정이라도 있으셨는지요?

“(잠시 침묵한 뒤) 아내가 뇌졸중으로 쓰러져서 병 고쳐 주려고 여기저기 찾아 다녔지요. 고생만 하다가 결국 못 고치고 마지막으로 찾은 곳이 여기예요. 내가 힘만 좀 더 있었으면 집에서 간호를 했을 텐데, 도저히 대소변을 감당할 수가 없더군요. 저는 아내에게 병들었을 때든 건강할 때든 항상 함께하겠다고 약속했답니다”

 

그는 이야기를 하는 동안에도 가방에서 과일을 꺼내 직접 포크로 찍어 부인 입에 넣어 주었다.

 

- 가방에 무얼 그렇게 잔뜩 넣어 오셨어요.

“허허. 아내가 좋아하는 장아찌와 과일이죠. 사진도 있어요. 마누라와 슬하의 세 자녀와 함께했던 지난날의 추억이 가득 담긴 사진이랍니다.”

 

- 사진은 왜 가지고 다니시죠?

“(눈을 지그시 감으며) 제 아내가 저를 보고 웃고 있지 않습니까? 혹시나 사진을 보면 옛 생각이 떠올라 병세가 점점 나아지지나 않을까 해서 보여 주곤 하지요.”

 

김 씨가 내민 사진을 바라보는 부인의 표정이 밝았다. 이 씨가 사진 속 누군가를 가리키며 알아듣기 힘든 어눌한 말투로 무언가 이야기했다. 김씨는 “그래, 둘째네 큰딸 동희, 중학교 갔지”라며 부인이 듣고 싶었을 대답을 했다.

 

-할아버지 소망이 있으시면 말씀해 주세요.

“더 뭘 바라겠어요. 걷지도 말하지도 못해도 그냥 오래만 살아 주었으면 합니다. 우리 부부 죽는 날까지 함께 가는 게 저의 작은 소망입니다.”

 

 김 씨가 젊은 날 철도 기술자로 전국을 떠도는 사이, 부인은 장사를 하면서 어렵게 살림살이를 꾸려갔다. 이제 만년의 여유를 만끽하며 손자들 재롱 보는 즐거움으로 살면 되겠다 싶을 무렵 부인이 뇌졸중으로 쓰러진 것이다. 뒤늦게 마련한 새 아파트에 부인은 한 번도 발을 들이지 못했다는 사실이 김 씨는 두고두고 억울하다고 했다.


긴 병에 효자 없다’는 옛말이 있다. 그 옛말이 무색할 정도로 김 씨가 반신 마비의 부인을 돌보아 온 세월은 벌써 십 년을 훌쩍 넘어가고 있었다. 김 씨는 식사나 특별한 일이 없을 때는 아무 말없이 부인의 손을 잡고 앉아 있다. 부인이 잠 들 때까지 늘 그렇게 손을 잡고 있다가 잠이 들면 집으로 돌아간다.

 

가방 속에 담긴 가족의 행복한 사진이 아내로 하여금 자리를 박차고 일어나게 하는 기적을 불러 올 수는 없으리라. 그러나 적어도 그런 사랑을 주고받는 정성이 계속된다는 사실 자체만으로도 기적이 아닐까? “병든 부인을 남겨두고 뒤 돌아설 때마다 가슴이 찢어진다”던 김 할아버지의 의 애틋한 절규가 오랫동안 귓가를 떠나질 않는다.

 

실버넷뉴스 주상오 기자 jsang0505@silvernetnews.com

 


ⓒ 따스아리 

  

 

 

출처 : 따스아리 (따뜻한 메아리)  |  글쓴이 : 따스아리 원글보기
메모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