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전명구 - 백 스물 두 번째 이야기

알맹이는 빠뜨리고 껍데기만 좇는다면

2010. 7. 15. (목)

옛사람의 작품을 본뜨려고만 하고 옛사람의 뜻을 얻지 못하는 것은
시대에 맞는 말을 하면서 옛사람의 뜻을 잃지 않는 것만 못하다.

   
 

與其有意古作而不得古   不若因用時語而寧不失古人之義
여기유의고작이부득고   불약인용시어이녕불실고인지의

- 최국술(崔國述),〈고운선생문집편집서(孤雲先生文集編輯序)〉,《고운집》

[해설]

  이 글은 고운 최치원 선생의 후손인 최국술(崔國述)이 1926년 고운 선생과 관련된 기록을 모아 문집을 간행하면서 지은 서문(序文)에 실린 글입니다. 세상에서 고운 선생의 글을 두고 형식적이고 지나치게 화려하다고 평하자 저자가 옛 문장 형식과 다르긴 하여도 그 안에 담긴 뜻을 보아야 한다고 강조하면서 한 말입니다.

  시대가 바뀌어도 고전의 가치가 빛나는 것은 형식 때문이 아니라 그 안에 담긴 내용 때문입니다. 요즘 영화나 드라마를 보면 현대 사회를 배경으로 한 작품이라도 그 안에 전통적인 가치를 녹여서 바쁜 삶 속에 지쳐 있는 사람들의 마음에 쉼표를 찍어주고 삶의 의미를 돌아볼 수 있도록 해주는 작품들이 많이 있습니다. 반면에 전통적인 소재를 취해 만든 작품이라 해도 껍데기만 전통적인 것들로 포장했을 뿐, 속을 들여다보면 오로지 장사가 될 만한 요소들로만 가득 차 있는 경우도 많습니다.

  전통적인 소재를 취했다 해도 전통적인 가치를 담고 있지 못하다면 전통을 계승하는 것이라 할 수 없고, 경우에 따라서는 전통을 훼손하는 일이 될 수도 있습니다. 전통적인 소재를 취한 작품 혹은 상품이 우후죽순(雨後竹筍)처럼 나오는 요즘, 옥석(玉石)을 잘 가려낼 줄 아는 소비자의 안목과 비판이야말로 전통 문화를 바르게 계승해 가는 방향타가 될 것입니다.

글쓴이
하승현(한국고전번역원)

출처 : sanatana  |  글쓴이 : i1iru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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