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로울 때

 

이 세상 모두 섬인 것을

천만이 모여 살아도

외로우면 섬인 것을

 

욕심에서

질투에서

시기에서

폭력에서

멀어지다 보면

나도 모르게 떠있는 섬

 

이럴 땐 천만이 모여 살아도

천만이 모두 혼자인 것을

어찌 물에 뜬 솔밭만이 섬이냐

나도 외로우면 섬인 것을







고백

 

이젠 잊읍시다

나는 당신을 잊고

나는 나를 잊읍시다

 

당신은 내게 너무 많아서 탈

당신은 당신을 적게 하고

나는 나를 적게 합시다

 

당신은 너무 내게로 와서 탈

내가 너무 당신에게로 가서 탈

나는 나를 잊고

당신은 당신을 잊읍시다.


 







취한 사람

 

취한 사람은

사랑이 보이는 사람

 

술에 취하건

사랑에 취하건

취한 사람은

제 세상이 보이는 사람

 

입으로는 이 세상

다 버렸다고 하면서도

눈으로는 이세상

다 움켜쥔 사람

 

깨어나지 말아야지

술에 취한 사람은 술에서

사랑에 취한 사람은 사랑에서

깨어나지 말아야지 .






혼자 남았을 때

 

다 떠나고 혼자 남았을 때

바람이기보다 흙이 였으면

돌 이였으면

먹고 버린 귤껍대기였으면

 

풀이 되는것만도 황송해서

오늘 하룻밤을 지내기 위해

돌 틈에 낀 풀을 잡고 애원하는 꼴이

뿌리만도 못한 힘줄로

더듬 더듬 밧줄을 찿았지만

고독엔 밧줄이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