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라크 남부전선에서 붙잡힌 미군포로의 사진이 알자지라 TV 화면으로 공개됐다. 그의 얼굴은 고립무원에 빠진 자의 두려움으로 굳어져 있었다. "너는 이라크 군인을 몇 명이나 죽였니?" 라고 이라크군 감시자는 물었다. 잔혹한 질문이었다. 포로는 대답하지 못했다.
인간의 얼굴 표정은 저마다 영성(靈性)을 지니고 있다. 그래서 고통받고 있는 인간의 표정은 근원적인 공포와 연민을 불러 일으킨다.
TV화면에 비친 미군포로는 이라크 인민의 해방군도, 자유의 수호자도 아니었다. 그는 다만 뉴멕시코주의 한 시골농부의 아들이며 그의 애인의 애인이며 그 조카의 삼촌 일 뿐이었다.
포로로 붙잡힌 순간, 그는 첨단 전투장비를 짊어진 전투원으로 부터 연민을 받아 마땅한 한 개인으로 돌아왔다. 그의 고향집에서 노모는 아들의 사진을 움켜쥐고 울부짖었다.
인간은 왜 이래야만 하는 것이며, 인간은 이럴수 밖에 없는 존재인가. 포로로 잡힌 자의 죄는 무엇이고, 국가의 죄는 무엇이며 그를 생포한 쪽의 권리는 무엇인가.
그가 왜 이 지경으로 당해야 하는가. 그의 표정에 왜 국가는 갑자기 없어지고 개인의 고통만이 살아있는 것인가. 이런 많은 질문에 여전히 아무도 대답할수 없다.
# 출처: [밥벌이의 지겨움]- 김훈 저/생각의 나무 출판 ( p 85~86 에서 일부발췌)
# 김훈은 이순신장군의 일대기 소설인, <칼의 노래>를 써서 ' 책 한 두권 밖에 안쓴 언론인(기자)출신으로 우리나라 최고문학상중 하나인 동인문학상을 받았다' 고 대서특필 되어 유명해진 작가 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