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행코스(영실코스 3.7km) : 어리묵(
자연상태가 보존이 잘되어있는 즐거운 한라산등반!
산행을 시작한 일행을 처음으로 반기는 나무가 있다. 바로 적송이다. 소나무의 종류인데 제주에선 한라산에서 볼 수 있다. 해안가에서 보이는 것은 곰솔이란 소나무인데 줄기가 거무티티한 것이 붉은 빛을 띠는 적송과 확연한 차이를 보인다. 빛을 받아 빛나는 적송무리를 보면 마치 황금을 입혀논 것 처럼 눈이 부신다.
운이 좋으면 야생에서 자라는 표고버섯도 발견할 수 있다.흙길을 따라 산책로를 따라 걸으며 주변나무들과 교감을 나누다 보면 시원하게 흘러내리는 물소리가 들려온다.
앞으로 나아갈수록 물소리는 더 세차지고 가깝게 들려온다. 제주의 계곡은 비가 와야 흐르는 건천이 대부분이다. 그러나 영실계곡은 사시사철 맑은 물이 철철 흐른다. 이곳에서 일행은 첫 번째 휴식을 갖는다. 강수량은 풍부하지만 저장기술이 발달하지 못해 항상 물이 귀한 제주도의 속사정도 해설사로부터 전해듣게 된다. 물이 쉽게 빠져버리는 화산회토의 영향도 크게 좌우한다. 때문에 제주에선 사람이 마실 물과 동물이 마실물, 농사에 쓰일 물 등 쓰임새에 따라 철저하게 구분했고 항상 아껴썼다.
계곡을 지나면 다소 경사가 가파로운 돌계단이 나타난다. 무작정 올라갈땐 등산을 포기할까 하는 생각이 들게 하는 구간이지만 새롭게 나타난 나무와 야생화, 곤충들 이야기를 듣다보면 절로 힘이 난다. 돌계단 구간에선 잠깐 뒤를 돌아보자. 웅장한 영실기암이 언제부턴가 자기자신을 굽어보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또 해발 1400고지라는 표지석도 놓치지 말고 보고가자.돌계단이 끝날쯤 해서 하늘을 가렸던 나무들이 사라지고 푸른 하늘이 시원하게 열린다. 뒤돌아보면 영실기암이 바로 눈앞까지 뒤쫓아 왔다. 마침 왼쪽에는 쉬어가라고 평상까지 마련돼 있으니 물도 마시고 기념촬영도 하자.
영실기암은 보통 오백장군이라 불린다. 제주도를 탄생시킨 거인여신,‘설문대 할망’의 자식들인데 어머니가 빠져죽은 솥단지 속의 죽을 먹고난 후에야 그 사실을 알고 너무나 슬퍼한 나머지 돌이 돼버린 안타까운 전설을 안고 있다. 아들들의 애달픔이 얼마나 사무쳤는지 봄이면 그 일대가 피가 물든 것 처럼 진달래로 물든다.
자, 다시 산행이다. 주위를 둘러보면 나무들이 아까와는 많이 달라졌음을 알 수 있다. 나무들이 한결같이 키가 작아졌고 유독 군락을 형성한 무리들을 만난다. 한라산이 자생지인 구상나무인데 서양에서 사용되는 크리스마스 트리의 모델이라고 한다.
과거 제주사람들의 전통어선인 테우의 재료로 사용되기도 했다. 쉽게 볼 수 없는 나무인 만큼 향도 맡아보고 열매도 구경하고, 기념촬영을 해도 괜찮겠다.
한라산에만 자생하는 야생화도 산책로 주변 곳곳에 피어있으니 허리를 숙이고 잘 찾아보자. 들꽃들은 워낙 키도 작고 앙증맞게 피어있어서 쉽게 그 모습이 눈에 띄지 않는다. 잘하면 용담이나 구절초를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주변 기암괴석에 각자의 상상력을 발휘한 이름을 짓기도 하면서 구상나무 군락지를 벗어나면 숲은 완전히 사라지고 평평한 지대가 나타나면서 정상부분이 웅장한 몸체를 드러낸다.
바로 앞 노루샘에서 시원한 물로 갈증을 풀고 정상을 바라보며 걷다보니 벌써 1700고지 윗새오름 대피소다. [ 글 : www.jtg.co.kr ‘해설사와 함께하는 한라산 생태등반’에서 발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