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영용(43) 호원대 식품조리학과 교수는 25년 경력의 한식 요리 전문가다. 열아홉 살 때 음식 세계에 발을 들여놓은 뒤 포장마차 ‘사장님’에서 특급호텔 조리사까지 이 분야에서 안 해본 일이 거의 없다. 특히 전통발효식품 개발에 남다른 애착을 가져왔다.

 

1999년엔 직접 개발한 ‘짜지 않은 간장’으로 발효시킨 게장 음식점을 열어 화제가 됐다. 그가 생각하는 ‘한식의 세계화’란 어떤 것일까.

 

“문화는 나라마다 다양합니다. 먼저 그런 다양성을 인정하는 것이 한국문화를 세계에 알리는 기본자세라고 생각해요. 음식도 마찬가지죠. 우리 음식에 대한 생각을 달리해야 합니다. 우리만의 ‘밥상’을 차려놓고 외국인들에게 그대로 맛보라고 강요하는 것이 세계화는 아닙니다. 지금은 한국 사람들이 중국 김치를 즐겨 먹는 시대입니다. 일본도 자국 김치의 세계화를 위해 다채로운 변화를 시도하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우리 또한 김치에 커피를 뿌려 먹을 수도 있다는 열린 자세를 가져야 해요.”

 

이런 이유로 한 교수는 한식의 세계화를 위해 학계 주도로 표준화 모델이 논의되고 있는 것은 우려스럽다고 했다. 오히려 표준화가 한식의 개성과 다양성을 훼손할 수 있다는 것. 
 

 

“지역마다 집집마다 김치맛, 장맛이 제각각인데 어떻게 한식을 표준화할 수 있다는 것인지 모르겠어요. 한식에 녹아들어 있는 다채로운 손맛과 개성을 간과하는 위험한 발상이라고 생각합니다.”

 

한식의 조리법을 억지로 꿰맞춰 ‘레시피’화하는 것에 부정적인 한 교수는 “한식의 특수성을 이해하는 것이 세계화를 위해 먼저 할 일”이라고 강조했다. 그리고 한식의 개성을 살려내는 데 무엇보다 중요한 역할을 하는 것이 발효식품이라고 했다.

 

 

특히 그는 ‘장’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한식은 서양음식의 맛인 5미(味), 즉 쓴맛, 단맛, 신맛, 짠맛, 매운맛에 발효미가 더해져 차별화되는데, 이 맛은 곧 ‘장’에 달려 있다는 것이다. 그는 아예 “장이 빠진 음식은 한식이 아니다”라고 말할 정도다. 줄기차게 발효미를 변화시키려는 노력이 한식의 차별화를 위한 첩경이라 말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서양 사람들은 염도가 낮고 향기가 있는 소스를 직접 음식에 뿌려 먹습니다. ‘드레싱’ 개념이죠. 그런 사람들에게 무작정 짜디짠 ‘조선간장’을 주면 먹을까요? 우리 간장도 바꿔야 합니다. 외국인들이 우리 간장을 음식에 뿌려 먹을 수 있도록, 스테이크에 직접 묻혀 먹을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게 우리가 할 일이죠. 그러려면 염도를 낮추고 향을 내기 위해 봄철 냉이를 간장에 넣고 숙성시킨다든가 하는 노력이 있어야 해요. 시중에 판매하는 간장은 솔직히 간장이라고 보기 어렵죠. 공장에서 화학적으로 제조된 ‘약품’에 가까워요. 아무리 보기 좋은 신선로며 갈비를 외국인 앞에 내놓는다 해도 그런 간장을 쓰면 무슨 의미가 있겠어요.”

 


그래서 요즘 그는 보이차가 함유된 간장을 개발하느라 여념이 없다. 보이차는 녹차를 완전 발효시킨 것이다. 이것을 간장에 넣고 다시 발효를 시키니 두 번의 발효를 거친 간장이 만들어지는 셈이다.

 

“녹차엔 카로틴 등 항암물질이 함유돼 있을 뿐 아니라 염도를 낮추는 효과도 있어요. 발효 과정에서 녹차 특유의 향이 간장에 퍼지기도 합니다. 발효되면서 노랗고 하얀 곰팡이가 나오는데 이것들은 몸에 좋은 곰팡이죠. 한마디로 ‘신개념 간장’이라 할 수 있죠.”

 

 

한 교수가 외국인에게 가장 추천하고 싶은 발효식품은 어떤 것일까. 그는 주저 없이 막걸리 식초가 들어간 고추장을 먹어본 기억을 떠올린다.

 

“10년 전 전라도에 사는 친척 결혼식에 간 적이 있어요. 결혼식 음식 중에 홍어무침이 있었는데 오로지 홍어와 고추장으로만 무쳤더라고요. 보통 홍어무침은 오이도 넣고 해서 맛이 ‘버라이어티’에 가깝지 않습니까. 별 생각 없이 맛을 봤는데 깜짝 놀랐어요. 향수를 뿌린 것처럼 열매향이 나고 꽃맛이 나더군요. 알고 보니 막걸리 식초를 섞은 고추장이 맛의 비밀이었어요. 식초 균이 쌀의 효모를 먹고 배설을 하는데, 그 배설물인 초균이 독특한 향과 맛을 낸 겁니다. 아마 외국인들도 회를 그 고추장에 찍어 먹으면 깜짝 놀랄 겁니다. 이런 걸 개발해내야 한식을 전 세계로 확산시킬 수 있어요.”

 

이처럼 고집스럽게 발효식품, 우리 장맛의 세계화에 몰두하고 있는 한 교수는 정작 국내에서 발효식품 전문가가 양성되지 않는 데 대해 진한 아쉬움을 드러냈다.

 

“국내 대학에 조리학과가 2백 개가 넘는데 전통발효식품을 전문으로 가르치는 곳은 하나도 없어요. 조리사 지망생들이 한식의 뿌리를 파고들기보다는 그저 화려한 꽃 만들기에만 열중하고 있는 것 같아 걱정스럽습니다.”

 

아쉬움을 뒤로하고 그는 다시 ‘발효 여행’으로 빠져든다. 진정한 ‘한국의 맛’에 도달하기 위한 험난한 여정이 기다리고 있다.
 

 

글·유재영 기자 / 사진·조영철 기자

(이 글은 문화체육관광부에서 발행하는 대한민국 정책 정보지 위클리공감(2009.6.28)에 실렸습니다)

출처 : 곶감짱  |  글쓴이 : sun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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