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이는 여승의 딸

전 민

하얀 백합을 빼어 닮은 얼굴에
그림자 한 번 내린 적이 없는
삼학년 팔 반 사십팔 번 순이는
공부는 물론, 친구들과 잘 어울려
우리 반에서 그야말로 짱이었지

적어도 한 달에 한번은 학교에
여승 한 분이 바람처럼 스쳐와
담임인 나와 보호자의 자격으로
한 시간쯤은 귓속말도 나누다가
뭉개구름처럼 사라지기도 하고.

이승 떠나기 전, 한 노파로부터
제 품에 안겨진 핏덩이 순이는
열일곱 해를 곱게 자라주었지요
아직도 저만을 제 어미로 알며…
이 모두가 부처님 큰 뜻이지요

앞으로 몇 년이 안 지나서라도
우리 딸 순이가 천생배필을 만나
어미 곁을 떠나는 결혼식장에서는
꿈속에서도 만나 본 일이 없는
두 남녀가 지켜보고 있을 걸요

지금의 순이 나이에 순이를 낳은
중후한 한 여인의 미혼모 마음과
지구를 반 바퀴쯤 단숨에 달려온
교포사업가인 과거의 대학생이
가슴에서 눈, 눈에서 가슴을 오가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