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특파원칼럼] 중국의 북한 식민지화?
  • 정권현 도쿄특파원 khjung@chosun.com
    입력 : 2007.03.08 22:57 / 수정 : 2007.03.09 01:46
    • 정권현 도쿄특파원
    • 큰 규모 지진이 발생하면 당장 앞이 안 보인다. 흙먼지가 가라앉고 시야가 트이기까지는 어느 정도 시간이 걸린다. ‘2·13 북핵 합의’ 이후 일본에서 나오는 반응을 보면서 그런 느낌을 갖게 된다. 일본 정부의 대북지원 불참 등에 대한 전문가들의 분석이나 평가는 제각각이다. 하지만 ‘북핵 문제 해결과 그 이후’에 있어서 중국 역할에 대해 집중적으로 논의가 이뤄지고 있다는 점은 두드러진 특징이다.

      얼마 전 한반도 문제 전문가들로 구성된 비공식 연구모임의 토론 분위기도 그랬다. 주제발표에 나선 한 참석자는 “2·13 합의의 전면에 나선 것은 미·북이지만, 실제 주역은 동북아의 미래를 놓고 경쟁하는 미국과 중국”이라면서 “북한이 중국의 완전한 속국이라고 미국이 인정할 때까지 문제는 해결될 수가 없다”고 잘라 말했다.

      그가 말하는 ‘완전한 속국’이란 무엇인가. 중국이 북한 경제의 생살여탈권을 쥐고, 북한을 실질적으로 식민지화해 나간다는 것이다. 중국이 동북 3성의 진흥을 중시하고 북한 내 투자를 가속화하는 것이 대(對) 한반도 전략과 긴밀한 연계 속에서 이뤄지고 있다는 것이다. 그는 구체적인 사례로 중국 자본으로 진행되고 있는 교통인프라 정비를 들었다.

      “중국 지린성과 나진, 청진항을 연결하는 고속도로 건설계획도 추진되고 있다. 나진항에 대해선 2년 전에 중·북 합영회사가 50년간 경영·사용권을 획득했다. 청진항 부두 3개 가운데 2개가 이미 중국 전용이 됐다. 광물자원 수송을 위해 압록강 하구에서 평양을 연결하는 고속도로 건설을 결정했고, 북한 당국이 이에 동의했다. 중국 주도의 인프라 정비에 들어가는 자금은 거의 다를 중국이 제공하고, 북한은 노동력을 제공할 뿐이다.

      인프라 정비가 군사 우선으로 이뤄지는 것도 특징이다. 철도·고속도로는 전차 등 군용물자의 수송에 견딜 수 있는 규격을 채택하고 있다. 북한이 소비하는 원유의 70%, 식량의 40% 이상을 중국이 공급한다. 북한의 시장에서 매매되는 생필품의 80%가 중국산이다. 북한 경제는 이미 ‘중국 선양 경제권’의 일부로 편입된 거나 마찬가지다”

      다소 도발적인 그의 발표가 끝나자 다른 참석자들도 일제히 한마디씩 거들었다.

      “미국은 (북한을 속국화하겠다는) 중국의 의향을 수용한 게 아닌가. 일본이야 미국이 정한 원칙을 따르겠지만, 한국이 어떤 선택을 하느냐에 따라 현해탄이 일본 안보의 최전선이 될 수 있다”

      “시간벌기하고 있는 것은 북한이지만, 중국으로서도 시간이 매우 중요하게 됐다. 중국 입장에선 북한이 당분간 폭발해선 안 된다. 중국으로선 최소 5년은 필요한데, 북한이 그때까지 버틸 수 있을까. 중국에 방대한 난민이 몰려들면 동북진흥은 끝장난다”

      “중국은 미군이 주둔하지 않더라도 통일 한국은 원치 않는다. 베트남 통일 후 불과 3년 만인 1979년 중국과 베트남 사이에 대규모 영토분쟁이 발발했다. 중국은 한반도의 내셔널리즘이 남쪽(일본)으로 분출하는 것은 환영하지만, 북방(중국)으로 향할 가능성을 우려한다”

      요즘 일본에서 이런 이야기를 자주 듣는다. 북핵 합의 이후 고립감을 느끼는 일본 국내 분위기를 반영한 것으로 볼 수도 있다. 아베 총리의 일본군 위안부 발언이 부아를 돋우고 있지만, 정작 일본 식자층들이 한반도에 대해 어떤 생각을 갖고 바라보고 있는지에 대해 한국에선 너무 관심이 없는 것 같다.

      (khjung@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