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숨을 건 오체투지 순례의 길
사람.생명.평화의 길 떠나는 수경 스님과 문규현 신부

 

“가다가 죽는 한이 있어도 생명의 길을 나서야겠다”고 한 달여 전 수경스님이 스쳐가며 하신 말씀이 정말 목숨을 건 대장정이 될 줄은 몰랐습니다. 어제 수경스님문규현 신부님, 그리고 삼성 비자금 문제와 촛불 미사 주관으로 인해 부당하게 안식년을 명받은 정의구현사제단의 전종훈 신부님의 이 땅에 생명과 평화 간구를 위한 오체투지 순례의 길이 시작되었습니다. 

 

 오체투지 순례에 앞서 찾아간 기륭전자에서 근로자들에게 온몸으로 큰 절을 하는 순례단

 

지난 6월 ‘대운하’를 막기 위해 생명의 강을 따라 걷는 100일간의 순례를 마친지 얼마 지나지 않았을 때였습니다. 수경스님과 함께 몇몇 지인들이 모였는데, ‘정국이 하 수상하여 다시 순례의 길을 나서야 하지 않을까?’ 라며 스님께서 조심스레 말씀을 꺼내셨습니다. 그 말씀을 들으며 설마? 하며 가볍게 넘겼는데.... , 이미 스님의 마음엔 굳은 작정을 하고 계셨나봅니다.

 

 생명의 강을 모시는 사람들 마지막 날 행사에서 사람들과 함께 기도하는 수경스님

 대통령의 입으로 운하 백지화를 선언한지 한달밖에 되지 않았는데 다시 운하 재개 이야기가 나옵니다.

국민의 신뢰를 스스로 져버리는 이 정부의 무책임함이 도를 넘는 듯합니다.

 

몇 해 전 새만금 방조제 건설로부터 갯벌을 지키기 위해 ‘3보일배’를 하신 까닭에 무릎에 물이 차올랐던 수경스님의 건강은 아직도 정상이 아닙니다. 최근엔 100일이 넘게 강을 따라 순례하였습니다. 이런 몸으로, 그것도 3걸음 걷고 온몸을 땅에 엎드리는 오체투지로 생명.평화의 길을 출발하신 것입니다.  길을 가다 ‘이 한 몸 죽어도 좋다’고 굳은 각오하셨다는 뜻이겠지요.

 

순례의 길을 떠나는 오체투지 순례단 모습

 출발에 앞서 환송나온 사람들  앞에 3배의 큰 절을 올렸습니다.

 

  세상 아픔이 있는 곳에 희망을 전하는 오체투지 순례의 길

 

오체투지 순례단은 지리산 노고단에서 시작하여 계룡산을 거쳐 임진각, 그리고 묘향산에 이르는 대장정이 계획되어있습니다. 9월4일 오체투지 출발점인 지리산 노고단에서 떠나기에 앞서 어제(9월2일) 이 시대의 아픔의 현장들을 돌아보았습니다. 조계사에서 피신해있는 촛불 수배자들 위로 방문으로부터 시작하여, 서울역 철탑 위에 올라가 고생하는 KTX 여승무원, 60일이 넘게 단식하고 있는 기륭전자 등 이 시대 아픔인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슬픔을 함께 하였습니다. 

 

조계사 촛불 수배자와 함께

 

 조계사에 피신하고 있는 촛불 수배자들을 방문하여 격려하였습니다

 

  KTX 여승무원들과 함께

 

 높은 철탑 위에서 더위와 비바람과 맞으며 힘겨운 투쟁을 하고 있는

 KTX 여승무원들의 목소리를 듣기위해 현장을 찾았습니다.

 여승무원들에게 위로의 말씀을 전하는 문규현 신부 

 좌측부터 오체투지 순례단을 뒤에서 총괄하는 지관스님, 전종훈 신부님, 수경스님, 문규현 신부님

 순례단이 여승무원들의 어려움 앞에 사죄의 뜻으로 오체투지 큰 절을 하겠다고 하자,

 여승무원들이 황송하게 큰 절을 받을 수 없다고 사양하고, 결국 서로 맞절을 하였습니다.

 비정규직 철폐 현수막 앞에 서 있는 문규현 신부님과 수경스님.

 철탑위에서 공공 시위 중인 여승무원들에게 손을 흔들어 격려하는 모습


기륭전자에서 단식 중인 근로자들과 함께

 

 

굳게 닫힌 기륭전자 대문 앞에 근로자들과 함께 앉아있는 순례단

우측 앞에서 부터 순례단을 총괄하는 지관스님, 전종훈신부님, 수경스님, 문규현 신부님 . 

 사람답게 살고 싶다는 비정규직 근로자들의 외침과 함께하는 순례단.

 전종훈 신부님이 격려의 말씀을 전하고 있습니다.

 64일째 목숨을 건 단식 중인 김소희님께 위로의 말씀을 건네는 순례단

오랜 단식 중에도 초롱하던 눈빛에 눈물이 고이는 것을 볼 수 있었습니다.  

 

 

  ‘사람의 길, 생명의 길, 평화 길’을 떠나는 이유

 

이명박 정부 들어선지 이제 겨우 6개월입니다. 지난 6개월 동안 6개월이 마치 6년이나 된 듯 수많은 일들이 벌어졌고, 지금도 벌어지고 있습니다. 많은 이들이 평생 한번도 해 보지 않은 일들을 경험하고 있고, 현 시국을 바라보면 탄식만 나온다고 하소연하기도합니다.

 

순례단이 힘들고 고통스런 오체투지라는 대장정을 떠나는 것은 이 땅에 ‘사람의 길, 생명의 길, 평화 길’을 찾기 위한 것입니다. 어지러운 현실 앞에 이 시대의 아픔을 가슴에 안고 기도하는 마음으로 순례의 길을 찾아 나선 것입니다. 누군가에게 잘못에 책임을 묻고 돌을 던지기 위함이 아니라, ‘사람과 사람, 사람과 자연 그리고 남과 북의 평화와 희망을 일구는 작은 발걸음이 되고자 하는 것입니다.

  

생명.평화.희망을 향한 간절한 바램은 문규현 신부님이 KTX 여승무원들에게 던진 위로의 말씀에서 잘 알 수 있었습니다.

 

“ 여러분의 고통은 이 시대의 아픔이요. 이 시대 희망입니다.
여러분의 아픔과 희망을 안고 민족 지리산에서 출발하여

계룡산, 묘향산에 이르기까지 기도하며 촛불로 밝히고자합니다.

여러분의 희망이 온누리의 희망으로 활짝 밝힐 때까지 촛불을 밝히겠습니다.
여러분의 촛불이 너울너울 춤을 출 때까지 여러분과 함께하겠습니다.”

 

오체투지 순례의 길은 소수의 부자만 잘 사는 나라가 아니라, 이 땅에 모든 사람이 사람답게 살고, 아름다운 자연이 보존되어 사람과 자연이 더불어 살아가는 살만한 세상을 만들기 위한 희망의 발걸음인 것입니다. 

 

 국민의 생명을 지키기 위한 촛불에 함께한 천주교 사제들입니다.

좌측 맨 끝이(노랑화살표) 촛불과 삼성비자금 문제로 강제 안식년을 맞은 전종훈 신부님이고

오른쪽 세번째 초록색 화살표가 문규현신부님입니다.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오직 기도밖에 없습니다.

 

지난 8월27일 범불교 집회에서 수경스님은 오체투지를 떠나는 절박하고 간절한 마음을 모든 사람 앞에 밝히셨습니다. 

 

 

“온 생명의 평화와 행복을 위해 이명박 대통령의 잘못을 바로 잡아야합니다.
이는 대통령도 살고 국민도 살 길입니다.
국민과 대통령이 적대감을 가진 상태에서 대통령의 권력이 무슨 소용이 있겠습니까?
대통령을 부정하는 국민 또한 행복할 수 없습니다.
수행자로서 이 땅의 모든 생명의 평화를 기원하는 오체투지의 기원을 할 것입니다.
지금 제가 할 수 있는 일은 기도 밖에 없습니다.”

 

 

“지금 제가 할 수 있는 일은 기도밖에 없다”는 스님의 말씀이 제 가슴에 깊은 울림으로 다가왔습니다. 이 땅에 생명과 평화를 간구하기 위해 자신의 고통과 희생을 각오하고 떠나는 기도의 발걸음 앞에 아무 말을 할 수가 없었습니다. 

 

 촛불 집회에서 시민들과 함께 촛불 행진을 하고 있는 수경스님과 지관스님.

언제나 낮은 곳에서 국민과 함께 하였습니다.

(여기 지관스님은 조계종 총무원장이 아니라,

김포용화사 주지로 시국법회 대변인과 오체투지 순례단의 모든 일을 맡고 있습니다)

 

 목사가 스님과 함께하는 이유

 

저는 개신교 목사입니다. 제가 목사임을 아는 분들이 많을 터인데, 목사가 종교가 다른 스님의 이야기를 전하는 것을 의아하게 여기실 분도 있을 것입니다.

 

수경 스님을 개인적으로 알게 된 것은 최근입니다. 스님과 저의 종교는 서로 다릅니다. 그러나 수경 스님의 생명을 사랑하는 마음과 자신의 한 생명 희생하여 평화를 지켜내고자 하는 열정 앞에 존경의 마음과 함께 심한 부끄러움을 느끼게 됩니다.

 

제가 수경 스님보다 훨씬 젊건만 저는 그런 용기가 없습니다. 제게 오체투지 길을 가보라 한다면 단 하루도 못할 것입니다. 그런데 몸도 성치 않은 어르신이 한달, 두달 아니 기약 없는 시간동안 온 몸을 건 생명의 길을 떠나신 것입니다. 여기 만인을 위해 자신 생명을 희생하는 숭고함 앞에 종교의 차이가 어디 있겠습니까?  이 분을 뵐 때면 미안함과 고마움과 존경스러움이 제 마음에 가득할 뿐입니다. 그리고 어제 고난의 길 떠나시는 그분을 뵈며 가슴 속으로 타고 흐르는 뜨거운 눈물을 흘릴 수밖에 없었습니다. 

 

  ‘사람의 길, 생명의 길, 평화 길’은 우리 모두의 길입니다.

 

어제 순례 행사에서 수경 스님은 기도의 마음으로 말씀을 듣기만 하셨습니다. 많은 신문과 텔레비전의 인터뷰 간곡한 요청에도 한 말씀 안하시고 그저 빙그레 웃기만 하셨습니다. 오체투지 순례의 길 동안은 일체의 인터뷰 없이 묵언 수행을 하시겠다는 것이지요.

 

기륭전자 까지 동행 한 후 새만금으로 길 떠나는 수경스님에게 작별 인사를 드리며 부디 몸 잘 보살피시라 말씀드렸습니다. 그 때 수경스님이 갑자기 제 가슴을 툭 치시며
 “ 목사님이 날도와 주는 게 아니야, 이건 목사님 일이야!”

라는 뼈 있는 말씀을 하시며 환하게 웃으셨습니다.
“예, 생명.평화의 길이니 당연히 제 일이죠. 저도 함께 하겠습니다” 라고 대답을 하였습니다.

 

수경스님, 문규현신부님, 전종훈 신부님이 떠나는  ‘사람의 길, 생명의 길, 평화 길’은 그분들만의 길이 아닙니다. 이 시대의 아픔을 안고 희망을 찾기 위해 떠나는 우리 모두의 길입니다. 우리의 작은 희망들이 온 누리의 희망으로 너울너울 타오르게 해야 할 함께 갈 우리 모두의 길인 것입니다. 

 

 

 

수경스님, 문규현신부님, 전종훈 신부님, 지관스님 그리고 뒤에서 함께하는 모든 순례단에게 네티즌 여러분의 많은 관심과 뜨거운 응원과 격려를 부탁드립니다. 

 

 

 

"생명과 평화를 지키는 사람들" 이란 카페를 새로 개설    .http://cafe.daum.net/peace-life  

대운하, 쓰레기시멘트, 천수만 간월호, 성미산, 대운하 등  여러가지 환경문제들을 함께 찾아가 살펴보고 해결책과 대안을 모색하여 이땅에 생명과 평화를 지키고자 하는 사람들의 모임입니다.  아이들과 함께 할 수있는 숲체험에 대한 자료도 모두 공개되어 있습니다.

 

 '사람의 길, 생명의 길, 평화의 길' 을 떠나는 수경 스님문규현 신부님의  오체투지의 현장이 사진과 함께 그날 그날의 일정과 상황이 전달될 것입니다. 카페에 들어오셔서 아름다운 두 분의 여정에 많은 분들의 격려를 부탁합니다. .http://cafe.daum.net/peace-lif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