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27, 늦게 잠이 들어 곤하게 자는 새벽 잠을 깨운다. 날씨가 너무 좋단다. 오늘은 애들이 오기로 되어 있어 집에서 쉬기로 작정을 하고 있었는데 날씨가 너무 좋다니 눈을 비비고 잠을 쫓는다. 오늘은 아내의 생일이다. 생일 기념 등산이다. 어제도 접근한 적이 있는 속리산 문장대 행이다. 화북 주차장에 차를 세우고 도시락으로 아침을 먹고나니 6시 40분, 7시가 채 덜 되어 산행을 시작한다.
바닥에 가득 떨어진 은행과 은행잎이 가을이 가고 있음을 알린다.
동심에 장난을 한번 하고 산으로 향한다.
아직도 산은 어둠이 가시기 전이지만 산색은 가을을 짙게 품었고 하늘에는 아침 노을빛이 번져 있다.
동쪽으로 해가 오르고 있어 하늘엔 소위 드라마틱한 구름이 펼쳐진다.
간밤에 기온이 내려가서인지 길에는 낙엽이 가득하다. 밟기에 아까운 낙엽들을 밟고 산행을 시작한다.
이내 가파른 산길이 시작되고 낙엽은 길을 덮었다.
잠시 숨 돌리는 쉼터다. 등산을 시작할 때 차창에 물방울이 맺히더니 하늘이 맑지를 못하다.
들머리에 입구가 안내 되어 있던 성불사 뒷산이다. 옛날엔 저 험한 봉우리를 넘어서 문장대로 간 적이 있었는데 이제는 왕년의 자랑거리로만 남았다.
한층 가파르게 돌아가는 너덜길을 한참 동안 밟아 올리고 산죽 지대를 지나면 문장대가 나타난다.
드디어 문장대다. 문장대는 법주사에서 동쪽으로 약 6km 지점, 상주시 화북면 장암리에 위치한 해발 1,054m의 석대이다. 정상의 암석은 50여명이 한꺼번에 앉을 수 있는 규모를 자랑하고 있다. 또한, 이곳은 아주 가물 때가 아니면 늘 물이 고여 있는 석천으로 유명하다. 문장대는 원래 구름 속에 묻혀 있다 하여 운장대(雲臧臺)라 하였다. 그러다 조선시대 세조가 이곳 복천에서 목욕하고, 석천의 감로수를 마시면서 문무 시종과 더불어 날마다 대상에서 시를 읊었다하여 문장대라 부르게 되었다는 전설이 있다.
문장대에 오르니 바람은 문장대를 무너뜨릴 듯이 불고, 삽시간에 안개는 천지를 집어 삼킬 듯이 일어 눈앞을 완전히 가렸다가 또 잠시 새로운 천지를 얼핏 보여주기를 반복한다.
바위 위에 파인 홈에는 살얼음이 끼고, 바람과 함께 싸락눈과 우박이 뒤섞여 뺨을 때리는 통에 정신을 가다듬기도 어렵고 추위에 버티기도 힘들어 안개 속을 더듬어 내려가기로 한다.
안개 속으로 잠시 보여주는 풍경은 이렇다.
배낭 커버를 씌우고 우의도 챙겨 입고 싸락눈을 맞으면서 문장대에서 한참을 내려오는데 갑자기 하늘이 밝아지더니 파란 하늘이 보인다. 너무 아름다운 하늘이라 다시 우의를 벗고 문장대를 향해 발걸음을 돌린다.
문장대 아래서 법주사 방향으로 하늘이 열렸다.
저 아래 절벽에 선 소나무도 형체가 선명하다.
문장대를 바라보니 문장대 위에 파란 하늘이 펼쳐져 있다.
문장대를 내려왔던 사람들도 다시 오른다. 나도 아내를 내버려 두고 전속력으로 문장대를 오른다.
문장대에 올라 바라보는 법주사 방향이다.
관음봉 묘봉 쪽으로의 풍경이다.
잠시 후 아내도 문장대에 다시 올라왔다. 다시 올라온 보람이 있어 잠시 안개가 걷힌 천지를 볼 수가 있다.
다시 법주사 방향이다. 꼭대기에서 바라보기에는 이제 단풍은 절정을 지났다. 햇빛에 따라 단풍의 색깔도 변한다.
망원렌즈를 통해서 보면 법주사도, 미륵불도 흐릿하게 보인다.
천왕봉 방향은 안개가 자욱해 산은 보여주지 않고 빛내림만 보여준다.
잠시 후 다시 안개와 구름이 몰려오더니 또 천지를 가린다. 그리고 또 잠시 후에는 다시 싸락눈을 뿌려 눈도 뜨지 못하게 한다. 이제 정말로 내려가야 하겠다. 다시 문장대에서 내려 우의를 챙겨 입고 더 이상의 미련은 버리고 하산을 시작한다. 오늘 신천지의 제막식을 하듯 이 정도로 보여준 것은 얼마나 감사한 일인가?
한참을 내려오니 또 날씨는 좋아졌다. 참 얄궂은 날씨다. 많은 사람들이 이 시간에 산을 오른다. 강아지를 안고 오르는 사람도 있다. 강아지도 이 자연의 아름다움을 느끼고 있을까?
오를 때 길에 가득했던 낙엽들이 싸락눈과 비에 젖고, 많은 사람들이 밟고 가는 바람에 이제는 길 바닥에 눌러 붙어 버렸다.
그래도 여기는 아직 가을이 머물고 있다.
들머리 성불사 입구다. 시간이 되면 내려오는 길에 절에 들리려고 했었지만 문장대를 두 번이나 오르느라 시간을 많이 소비했기에 다음으로 미룬다.
입구에 한 길 가득했던 낙엽들이 볼 품 없게 되었다.
올라 갈 때 동쪽 하늘을 배경으로 멋지게 보이던 그 감나무다.
건너다 보이는 산 빛
주차장이다. 올 때는 내가 1등이었는데 이제 주차장 가득히 차량이다. 오늘 문장대를 두 번이나 오르느라 힘들기는 했어도 멋진 산행이었다. 애들이 오고 있어 귀가를 서두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