텃밭과 마당은 다시 잡초로 뒤덮였다.  봄이 끝나고 여름의 기운이 시작될 무렵부터, 땅은 무서운 속도로 초록에 뒤덮였다.  이른 봄부터 오던 김매기는 그저 준비운동에 지나지 않았다.  날이 더워지자, 뿌리의 안정을 찾은 텃밭의 작물들도 성장에 속도가 붙었지만, 그것은 잡초도 마찬가지였다.  아니, 오히려 빨랐다.  옆으로 자라 땅을 덮어버리고, 위로 솟아올라 작물의 키를 앞질렀다. 


  여름의 초입에 텃밭과 마당을 뒤덮은 잡초들을 보고 있자면 절망과 허탈이 생긴다.  봄날 내내 호미를 들고 김을 매었던 나의 노동은 대체 무엇이었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차라리 잡초가 자라든 말든 그냥 두었으면 지금의 모습에 스스로를 자책이라도 하겠건만, 잡초들은 나를 비웃듯 발이 닿는 공간 모든 곳에서 무섭게 솟아올랐다.  


  잡초도 철이 있어서 사계절마다 보이는 녀석들이 조금씩 다르다.  한가지 다르지 않은 점은, 겨울을 제외하고는 조금씩 다른 녀석들이 아주 무성하고 밀도있게 공간을 채운다는 점이다.  계절마다 다른 잡초들의 이름을 게으른 내가 알지는 못한다.  몇가지 알게 점은 봄에는 콩과 식물인 살갈퀴가 곳곳에서 덩굴을 올리고, 여름에는 망초와 바랭이, 명아주들이 무섭게 키를 기운다는 것이다.  제주는 겨울에도 온도가 아주 낮지 않으니 겨울을 나는 잡초들도 많다.  사시사철 땅을 뒤덮으며 나를 괴롭히는 잡초 하나는 괭이밥이다.  녀석들은 수시로 씨방을 만들어 터뜨리는데, 김을 매면서 익은 씨방을 건들면 투툭하고 터지면서 씨앗을 날린다.  눈과 얼굴이 따가울 정도이다.  그리고, 땀과 수분에 씨앗이 들러붙어 녀석들을 제거하겠다는 자체를 번식매개체로 활용한다.  


  잡초들이 자라는 모습을 보면 경이롭다.  되지 않는 텃밭을 뒤덮은 잡초들 자체로 하나의 세계가 펼쳐진다.  바랭이가 표면을 따라 사방으로 줄기를 뻗는다.  곳곳에서 경쟁하듯 줄기를 뻗어 먼저 넓게 자라려 애쓰고, 줄기를 뻗은 자리로는 다른 잡초들의 성장을 못하게 방해한다.  녀석들의 뿌리를 호미로 걷어내다보면, 완강하게 흙을 거머쥔 잔뿌리들에 힘을 주어야만 한다.  기어이 살아내고자 하는 강렬한 욕망을 느낄 있다.  고추 모종 옆에서 자라는 명아주는 모종 심는 시기보다 훨씬 늦게 싹을 틔우지만, 여름이 시작될 즈음에는 고추모종보다도 크게 자라 넓은 잎을 펼치기 시작한다.  땅을 고르고 넓게 뒤덮은 괭이밥의 뿌리는 생각보다 굵고 촘촘해서, 일일이 뽑아낼 수도 없다.  보이는 대로 긁어 끊어주며 적당한 타협을 해야만 한다.  


  녀석들이 자라는 위치도 신비롭다.  마치 내가 어느 자리에 무엇을 심었는지 안다는 , 심은 작물과 비슷한 잡초들이 주변으로 자라난다.  고구마를 심은 주변으로는, 고구마같이 덩굴을 만들거나 땅에 가까이 붙어 넓게 자라는 잡초들이 자란다.  고추나 가지, 주변으로는 비슷하게 키를 키우고 잎도 비스무레한 모습으로 펼치는 잡초들이 자란다.  뭐랄까..  식물들에게 생각을 간파당한 같은 기분이 든다.  마치, 자신을 뽑아내면 당신이 심은 작물들과 혼동해서 다치게 지도 모른다고 위협하는 같다.  아담한 텃밭에서 해마다 이런 모습을 보고 있자면, 이제는 귀에 어떤 소리들이 들리는 하다.  내가 심은 작물과는 달리 보살핌을 받지 못하는 잡초들의 아우성들, 서로 살아내겠다고 경쟁하고 다투는 고함들, 그리고 내가 심은 작물들 뒤로 조용히 숨어 나직히 숨을 고르는 녀석들의 떨림들..  


  다시 장갑을 끼고 호미를 들었다.  제주에서 김매기용 호미는 날이 아주 가늘다.  그것은 돌이 많은 땅에서 유용하고, 뿌리까지 파고들어 걷어내기에 아주 좋다.  시작은 뒤뜰에서부터였다.  뒤뜰의 공터를 차지하기 시작한 이름 모를 잡초들과 사이사이 사람 키높이로 자란 망초들을 거두었다.  땅에 낮게 자란 이름모를 잡초녀석들은 귀찮고 끈질기다.  가시가 없는데도 줄기를 잘못 잡으면 이파리의 날카로운 부분이 손가락 피부를 찌른다.  은근 아프고 기분이 별로다.  뿌리는 깊고 줄기 어느 부분은 일부러 약하게 만들었는지, 호미로 아무리 캐내도 줄기 어느 부분이 끊어지면서 속에 뿌리를 남긴다.  시간이 지나면 거기서 다시 싹이 올라온다.  어쨌든, 위로 보이는 잡초들을 열심히 제거해서 뒤뜰 공간 넓이의 흙이 온전히 드러나게 만들었다.  돌을 가져다가 둥근 경계를 만들고 안으로 스위트 바질과 잎작은 바질, 그리고 루꼴라 씨를 뿌렸다.  녀석들이 잡초들과의 경쟁에서 이기고 살아남아 땅을 뒤덮어 것인가 하는 작은 기대를 담았다.  


  다시 집을 바퀴 돈다는 기분으로 마당과 뒤뜰로 이어지는 통로의 잡초들을 뽑아내고 마당까지 작업을 이어갔다.  마당 잔디 곳곳에 고개를 내민 잡초들을 열심히 뽑아내는데, 눈치없이 반갑기만 반려견 녀석은 연신 팔을 핥아대고 놀아달라고 구석의 공을 발로 밀어 가져온다.  한여름 잡초 제거작업의 가장 고비는 역시 텃밭이다.  고구마는 이미 잡초들에 둘러싸여 구분이 되지 않을 정도이다.  고랑은 이미 잡초들에 의해 흙이 보이지 않고, 곳곳으로 작년에 떨어진 씨앗에서 발아한 것으로 생각되는 고추와 고수들이 보였다.  나는 텃밭 구석에 들어가 쪼그려 앉고 열심히 김을 매기 시작했다.  끝이 없는 기분이지만, 하루에 조금씩 시간이 허용하는 만큼씩만 나가자는 기분으로 작업을 이어나가고 있다.  상추와 딸기 모종들을 덤불 속에서 구해냈고, 질식해가는 했던 고구마 모종의 반을 잡초의 바다에서 구해냈다.  와중에 곳곳에 보이는 고수 싹들을 다치지 않게 신경쓰기도 했다.  작업은 얼마 진행되지도 않았는데, 거두어 잡초더미가 벌써 만만치 않다.  이것들은 말린 일부는 퇴비 만드는 사용할 것이고, 일부는 이랑을 덮어주는 활용할 생각이다.  호미를 다루는 자세가 조금 안좋은지 오른 손가락 두마디가 살짝 뻐근하다.  풀모기들에 쪼그려 앉은 엉덩이에는 빨갛게 반점들이 생겼다.  그래도 나가야만 하는 작업이다.  잡초들 등쌀에 괴로울 가을이 벌써부터 기다려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