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추가 폭발적으로 매달리고 있다.  거두지 못해서 매달린 빨갛게 변해가는 것들이 부지기수다.  해마다 고추만 너무 많이 심는다는 타박을 받아서 올해는 조금만 심었는데도, 당장에 열리는 것들을 감당하기 힘들다.  올해엔 매운고추, 매운 고추, 꽈리고추를 20 이내로 심었다.  작년까지만 해도 종류에 10주씩 심었고, 덤으로 주는 모종까지 심으니 텃밭은 고추로 뒤덮였다.  너무 많이 나오니 주변 지인들에 나누어주고도, 남는 것은 다져서 냉동실에 두고는 일년 내내 요리에 사용했다.  당장에 거두어 먹는 고추들도 열심히 먹기 힘들다.  제주에서 키우는 고추들은 기후때문인지 매워졌다.  맵지 않은 고추라고 했는데 생각없이 베어 물었다 매워서 혼이 경우가 종종 발생했다.  꽈리고추도 멸치랑 볶으면 매콤해져서 가족 중에 혼자 먹을 있는 반찬이 되어버렸다.  


  해마다 고추를 많이 심어서 그런지, 텃밭은 점점 고추농사에 불리한 땅이 되어가는 하다.  연작피해 정도로 보아야 같다.  올해는 봄에 땅을 뒤집어주지 않아서 그런지 고추들이 크지 못하고 작달막한 채로 꽃을 피우고 열매를 맺었다.  방제를 제대로 주는 것도 아니어서 노린재들도 많이 달라붙었다.  보이는 대로 줄기를 털어서 노린재들을 떨어뜨리지만, 그게 해결책이 만무하다.  그럼에도, 고추는 엄청난 양으로 매달리고 있었다.  가족이 소화시킬 없는 만큼의 양이라는 점에서는 어차피 예상했던 현상이다.  아마도, 무더위가 꺾이고 가을바람이 불면, 막바지에 매달리는 고추들은 다져지고 냉동실에 보관된 채로, 겨울과 봄의 요리재료로 사용될 것이다.


  고추는 남쪽에서는 음력 3 이후 모종을 심어 뿌리가 안착되게 뒤에 지주대에 묶어 고정해 준다고 알고 있다.  그러나, 제주에서는 모종과 함께 지주대를 꽂아 묶어준다.  아마 방식일 수도 있겠다.  언제 태풍급의 거센 바람이 불지 모르는 섬에서, 연약한 모종을 지주대없이 심는다는 것은 불안을 감내해야 하는 일이다.  거센 바람에 호리하고 길쭉한 모종이 휘청이면, 줄기가 꺾일까 마음을 놓을 없다.  그러니, 어떤 집에서는 페트병을 입구쪽 3분의 2 정도 크기로 잘라 입구에 지주대를 관통시켜 땅에 살짝 박아 모종을 아예 가둔다.  발열과 습도유지와 바람피해를 막을 있는 아주 효과적인 방법이다.  전문적인 방법으로는 작은 비닐하우스를 고추모종을 심은 이랑 전체에 설치한다.  방법은 음력 3월이 아닌 양력 3월부터 고추를 키우는 방법이다.  공기는 아직 차갑지만 봄볕에 하우스 온도가 상승하니 고추들은 안정적으로 성장하고, 봄이 완연해지고 고추가 키를 키우기 시작하면 하우스 지붕에 구멍을 내어서 위로 고추들이 자라게 한다.  그러면 고추 줄기들이 무성하고 고추들도 이른 시기에 풍성하게 열린다.  밭을 노련하게 활용하는 사람들이 주로 쓰는 방법이다.  


  고추모종은 봄이면 오일장이나 모종파는 집에서 구입해서 심는다.  다행히 부근에는 모종을 파는 집들이 몇몇 있다.  어렵지 않게 구입해서 심을 있는 고추모종은 실은 발아시키기 까다롭다.  18 이상의 온도가 유지되어야 발아하는 고추씨앗을 집에서 조건을 맞춰가며 시도하기엔 번거로움이 크다.  조건을 맞춰가며 발아를 시도한 , 발아여부는 고추씨앗의 일이다.  무언가를 나가는데 에너지 소모가 너무 과하거나 능력밖의 일이 생긴다면, 그것은 다른 누군가의 도움을 받아야 한다.  텃밭을 운영하는 있어 그런 일이 씨앗을 발아시켜 모종으로 키우는 일이다.  실제로 나는 고추씨앗을 발아시키는 실패했다.  올해엔 토종씨앗을 구해다 심어보자 싶어 늦은 봄에 몇가지 토종씨앗을 받아 심었다.  하나가 토종고추 하나인 수비초였는데, 상토를 채운 적당한 크기의 포트에서 10 정도를 심어 발아를 시도했다.  기온이 내려가는 밤에는 보일러가 돌아가는 창고 안으로 두고, 낮에는 따뜻한 햇볕아래 두어가며 정성스레 발아를 시도했지만, 싹을 틔운 것은 겨우 포트 칸에서였다.  겨우 키운 모종을 텃밭 자리로 옮겨 열심히 물을 주었지만, 뿌리내림에 실패해서인지 말라 죽어버렸다.  토종 고추키우기는 내가 가장 자신없는 발아과정에서부터 기대를 꺾였다.  


  그럼에도 고추들은 대를 이어 싹을 틔운다.  작년에 벌게진 땅에 떨어진 고추가 삭으면서 씨를 남겼고, 겨울과 봄을 지낸 씨앗이 조건이 맞는 여름이 되자, 비를 맞고 알아서 뿌리내려 싹을 틔웠다.  무성해진 잡초를 거두려고 들어간 텃밭에서, 생강을 심은 이랑 옆에서 봄날에 모종만큼 키를 키운 자생 고추를 발견했다.  이런 녀석들을 만나면 나는 호미를 잡은 손이 조심스러워지고, 마음으로는 작은 경외를 느낀다.  그리고, 굳이 내가 품을 팔아 녀석들을 키워야 하나 싶은 생각이 든다.  조금만 늦게 거둔다고 생각하면, 곳곳에 보이는 자생 고추들에서 이제 꽃을 피우고 고추를 맺을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고 보면, 사람은 조금 많이, 빨리 소유하려고 그리 효율적이지 않은 노력을 쏟아붓고 있는 것은 아닐까 생각하게 된다.  이른 봄부터 비닐하우스를 만들어 고추를 빨리 많이 거두는 노력이, 그냥 놔둔 채로 자라서 열리면 거두는 것과 얼마나 많은 차이를 만들 있을까 하는 생각을 적이 있었다.  차이는, 필요를 충족시킬만큼 충분한 양일까? 인간은 정말 그만큼의 필요를 원할까?  노력으로 만들어 차이는, 만큼의 보람과 보상을 가져다 주는 것일까?


  태풍이 지나고 날이 무더워졌다.  한라산을 타고 넘어 남풍은 현상으로 덥고 살짝 건조하다.  태풍 이후 비가 적이 없으니 축축하고 부드럽던 땅은 다시 마르고 단단해졌다.  잡초 뿌리를 걷어내는 호미 날이 땅에 박히지 않는다.  열기로 가득한 에너지를 받아 작물들은 저마다 성장과 결실에 집중한다.  속도와 물량은 감당하기 힘들 정도이다.  나는 이제 감당하기 힘든 열기 안에서, 잠깐에도 버거운 텃밭노동을 이어가며, 제때 감당하기 어려운 양의 결실들을 거둬내야 한다.  풍요 속의 고민이 시작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