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을 사람이게 하는 조건을 생각한다.  그것은 수평적으로는 경계를 만들고 수직적으로는 계급을 만든다.  조건이란 다양하다.  그리고 생각보다 무겁지 않다.  없어도 상관없는 그림자처럼, 무심하게 흘려버리거나 의식하지 않는 그런 것들이다.  그러나, 경계와 계급이 조밀하게 만드는 세상의 풍경은 그만큼 가볍지 않다.  사소한 조건들이 다양하게 뒤섞여 만들어 낸 세상의 입체 안에서, 우리는 결고 사소하지 않은 사람들의 모습을 목도한다.  사람이되 사람으로 존중하지 못하는, 입체의 다양한 굴곡과 나락에 매달려 버둥거리는 누군가들을 어렵지 않게 발견한다.  


  조건들의 사소함은 우리가 평소에 인지하지 못할 정도로 자연스럽다는 점에서 증명된다.  제도나 관습에서 파생되는 조건들과, 그것들이 만들어내는 경계나 계급은, 의식되는 순간 새롭다.  바꾸어 말하자면, 조건을 갖추지 못한 존재의 버거움이 그 만큼 크고, 그 존재를 바라보는 우리의 시선이 생소한 이유를 설명한다.  


  사람이게 하는 조건을 굳이 현재의 경계나 계급만으로 바라볼 이유는 없다.  우리는 동등한 입장에서도 사람의 조건을 박탈당하는 경우를 어렵지 않게 본다.  과거 노예의 경우가 그랬고, 인간을 관리가 필요한 하나의 물자로 규정하는 군대의 경우를 본다.  제도가 이렇게 존재를 규정하는가 하면, 이주노동자들이나 난민처럼, 피부색이나 언어 등등이 인습과 충돌하며 환대받지 못하는 존재를 만들기도 한다.  우리는 동등하다고 생각하는 세상의 입체 안에서도, 누군가는 경계 밖으로 추방되어 왕따가 되고, 누군가는 사회의 규칙을 어겨 틀 밖으로 추방된다.  인간의 본능과 제도와 인습의 기준으로 볼 때, 조건은 여전히 사소하다.  그러나, 우리는 사소한 조건들을 의미적 또는 무의미적으로 부여하며 틀이나 경계 안에서 동등한 사람으로 존치시킬 것인지를 결정한다.  


  조건은 그래서 때론 인간적이지 않거나 합리적이지 않다.  사소한 신체적 결함을 이유로 왕따를 당하는 학생들이나, 우리말을 잘 알아듣지 못하고 피부색이 다르다고 부당한 대우나 학대를 당하는 이주노동자의 경우가 그렇다.  조건의 합리적이지 않음은 사형제에 대한 깊은 논의로 이어진다.  사형수를 사회의 바깥에 놓인 존재로 만들어 단순한 생명으로 만들어 버리는 일은, 그의 고통에 의미를 부여하지 못하고 동물복지 수준의 배려를 통한 생명의 제거일 뿐이라 말한다.  뒤이어 말하게 될 환대의 공간 안에 마련된 장소에서, 그가 느껴야 할 고통을 제대로 느끼게 하는 것이 인간적인 대우를 통한 체벌인 것이다.  사형제도의 반대와 그에 따른 논쟁은 이에 기인한다.    


  사람은 환대 안에서 자신의 장소를 만들고 권리를 가진다.  그것이 다양하고 복합적으로 어울리며 사회를 만든다.  환대는 무조건적이어야 하며, 무조건적인 환대를 통해 서로를 존중할 때 공동체적 사회는 완성된다.  그것은 인간에 의해 만들어지는 사회의 가장 기본이면서도 가장 중요한 요건이라 설명한다.  군대를 통해 인간을 물자로 규정하는 국가도 아니고, 태생적 부여를 통해 계급을 인정하는 사회도 아니다.  우리를 환대하지 않는 사람과는 어우러질 수 없기에 사회는 구성될 수 없고, 우리는 환대를 요구해야 하기에 환대의 조건을 충족한다.  사회를 이루는 가장 기본적인 요건, 즉 무조건적인 환대는 그래서 중요하다.  


  사람, 장소, 환대를 사회를 구성하는 근원의 개념으로 바라본다.  정치적, 법적 문제에 초점을 맞추는 아렌트적 관점과, 일상에서의 상호작용 질서에 초점을 맞추는 고프먼적 관점이 있다.  이 책은 주로 고프먼적 관점으로 사회를 바라보고 불평등의 이유를 설명하지만, 일단 주제가 너무 방대해서 정리가 어렵다.  개념들을 바라봄에 있어 정치적 또는 법적 문제를 배제하기도 힘들다.  부담없이 흐르는 듯 하면서도 읽어내기가 쉽지 않았다.  그럼에도, 개념은 정확하게 머리속에 자리를 잡는다.  세상을 설명하려는 수많은 말들과 논쟁을 어떤 중심에 기대어 둘러볼 것인가에 적절한 기준을 제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