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료포대로 만든 봉투라

얼음물에 담갔던 사이다 10병의 물기로

축축해진 봉투의 밑이

무게에 못버텨 찢으질까봐

두손으로 팔장을 만들어  꼭 감싸 안고서

땡볕이  내리쬐는 6월말

그것도 하루중

제일 햇살이 따가운 오후 2시경의 길을 걸어

좌측 언덕배기 이정표에

신흥사 입구라고 표시된 삼거리를 지나

-字형에 화강암 2층 구조인

숭덕국민학교의 교사가 내려다 보이는  

나즈막한 정릉 고개길로 올라섬에 

바로 아래 버드나무 그늘 밑에서

행색과 모습이 눈에 익은

곤색 반팔 제복 차림의

40대 중반의 사내가 앉아

한손에는 京電이라는 표지가 부착된

곤색 모자를 들고 부채질 하며

담배를 꼬나 물고 신문 호외를 보고 있기에

가까이 가서보니

영미의 옆집에 살고

고향도 탁의 큰누이 시댁이 있는 김천이라

너댓번 인사를 나눈적이 있는

왜정때 부터 전차 운전사를 해왔고

지금은 경성전차 소속으로 일하는 장씨 아저씨임에

다가가 툭 쳐서 인사를 할렸더니

뒤를 다가오는 인기척에 고개를 돌린 그가

먼저 일어나 탁을 알아보고

-아이고 마 어서 오이소

 걱정이 돼서 오십니껴 -하며 악수를 건냄에

탁도 봉투를 살포시 내려 놓고

그가 연장자임에 살짝 목례함과 동시에

-아저씨 세상이 난린데 오데 가십니꺼-라고

그가 내미는 손을 두손으로 잡으며 말을 건냈다

 

청량리에서 서대문까지를 축으로 하는

경성전차의 전차노선은

을지로에서 

마포 왕십리 효자동 

원효로 돈암동으로 가는 지선을 이루는데

 

종로4가를 거쳐

원남동-명륜동-혜화동-삼선교-돈암교를 지나온 

전차의 종점이  조금 전 지나온 돈암동 사거리라

이곳에서 운전사들은 전차 지붕위 도르래를 조작하여

다시 종로로 방향을 바꾸고 잠시 휴식하거나

근무교대를 하는 데 장씨는 오늘 오후가 근무라

오전 근무자와 교대하기 위해 지금 가는길이라고 말하며

곤색 상의 주머니에서 백합담배를 꺼내

한개피를 탁에게 건네며 성냥불에 불을 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