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년 열두중에 달이 밝은날이 어찌 하나 뿐이겠는가 매달 하나씩은 뜨는 것이니 달도 열두번 해도 열두번은 뜨지 않겠는가 그래도 사람들은 정월 과 추석의 보름달을 제일 밝은 달로 꼽고있다 그 열두번 중에도 비오는날 구름 낀 날을 제외하면 보름달을 구경하는 것은 손가락을 꼽을 정도가 아 니겠는가 추석과 정월 보름은 사람이 활동하기도 괜찮은 계절이다 은밀히 행해지던 무속신앙도 밝은 해 보다는 어스름 달빛아래 많이 행 해졌다 보름을 맞이한 성황당 오래묵은 고목엔 오색 천이 걸리고 떡 돈 밥 반찬 북어도 바쳐지곤 했는데 그 무엇이 아쉬워 죽어서 저승에 들지 못하고 구천을 헤메는 배고픈 영혼들에게 배불리 먹고 사람 해코지 말 고 가족과 모든이들의 건강과 행복을 지켜달라는 염원 이었다 정월 열나흘 개보름엔 낮엔 연 윷놀이 밤엔 쥐불놀이가 유행 했는데 구멍 뚫은 깡통에 철사줄 매어 불씨 살리고 원을 그리며 돌리면 불꽃이 일고 재미있는 놀이였으니 사내 아이들에겐 최고의 놀이였고 장난이 지나쳐 이웃마을과 불싸움도 있었고 때론 쌓아둔 누구네 짚동가리에 불을 내기 도 하였더라 어렵게 얻어입은 나일론 점퍼 구멍내기는 다반사였고.... 조금 머리 큰 놈들은 누구네 사랑방에 모여 밥 훔쳐오기 윷놀이를 했는데 한창 먹을때이고 윷놀이가 많은 운동량이 있는 놀이 이다보니 초저녁이면 벌써 배가고파 오더라 진팀이 밥 훔치러 갔는데 평소에 그래도 인심이 좋 은 집으로 갔고 밤에 가져다 먹으라고 오곡밥에 나물반찬 무쇠솥에 따듯 하게 둔 집이 있는가 하면 어디에 감춘집도 있었더라 솥뚜껑 한쪽 살며시 누르고 소리없이 훔쳐오면 좋고 들켜도 그저 눈 감아 주었고 또 들켰으면 "밥 좀 줘유 예". 한마디면 인심좋게 듬뿍 얻어올수 있었더라 재수없는 놈은 훔쳐온 밥이 누구 아버지 줄려고 둔 것인데 훔쳐 갔다고 악을 쓰는 아주머니에게 들켜 혼 꾸녁이 나는 경우도 있었는데 그렇게 소중한 밥이면 안방 이불속에 감추어 두지 그랬나 싶다 보름날 이른아침 부럼에 귀밝이술 한잔하고 나무 아홉짐에 밥 아홉그릇 먹는 날이라 했지만 그 말을 지키는 사람은 본적이 없었다 그저 말이 그 랬다는 이야기지 배 고픈 시절이었지만 하루에 밥 아홉그릇 먹었으면 배 터졌을테고 나무 아홉짐도 너무 과한 노동으로 쓰러졌으리라 그것은 우리 조상님들의 아름다운 "뻥".이 아니었을까? 보름날 하늘 높이 띄운 연 도 연실을 끊어 멀리 날려보내고 농한기 여러날 즐겼던 박달윷 투박했던 밤나무윷도 어느 아궁이 속에 태워 버렸으니 이제 농사일을 준비하고 시작해야 하는 계절이 돌아온 것이다 그 겨울 정월 대보 름 까지 지낸 아이들은 너 나 할것 없이 나일론 점퍼 나일론 양말엔 불에 그을려 오그라지고 불똥에 맞아 구멍난 전장의 상흔이 남아 있었더라 **** 대보름 귀밝이술은 했수? 단 기 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