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인
- 암 -
안 좋은 소식,
친구의 몸에 암이 세들어 살고 있다고 했다.
아니, 몸 단속을 좀 게을리 했더니 어느새
둥지를 틀고 동거를 요구하고 있더라 했다.
병원에 가서 날선 메스로 도려냈지만
그의 몸엔 여전히 새끼 암들이 여기 저기 흩어져 있는 모양이다.
-이왕 들어온 녀석 친구하고 살아, 그게 편하데-
-맘 편히 먹고 너무 걱정하지 마
요즘은 많이들 완치 된다더라-
우리는 한 마디씩 위로를 했고, 맘 좋은 녀석은
웃음 가득한 얼굴로
-그럼
그럼- 하고 고개를 주억거린다.
얼굴에야 웃음 가득하지만 작아진 얼굴 때문인지
웃음도 작아졌다.
돌아오는 길, 아파트 모퉁이에 서서
푸른 어둠속에 빛나는 달을 보고 있었다.
주머니 속 전화기가 내 살을 간질르고 있다.
에티켓을 아는 전화기다.
전화기에서 흘러나오는 또 다른 친구의 음성은
아픈 친구 생각으로 둔해진 내 귀청을 다시 훑는다.
-J가 암이란다-
한 번 더 아득해 진다.
아마도 우리시대는
암을 버리고서는 살 수 없나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