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화가인 저자는 지난 4월 난소암 수술을 받고 현재 항암치료 중이다. 암투병 중에도 머리에 수건을 두른 채 씩씩하게
인사동 갤러리를 드나들고 있다. 병석에서 낸 이 시화집엔 병마의 그림자는 조금도 없고, 오히려 살아 있다는
‘기쁨’이 넘친다. 전화 통화로 들리는 그의 목소리에서도 예전과 달라진 것을 별로 느낄 수 없다. 여전히 유쾌하고 즐겁다.
“아파도 계속 그림 그리고 글 썼어요. 항암제 때문에 머리는 타조새끼처럼 됐는데, 머리카락만 빼면 나머지는 옛날보다 나아요.
예전에는 오히려 바쁘면 끼니도 거르고 했는데, 요즘은 하루 세 끼 꼭꼭 잘 챙겨먹으니까 살이 더 쪘어요. 항암 치료 받으면
메스꺼워 잘 못 먹고 토하는 사람들이 많다는데 나는 그런 증세가 없어요. 의사가 그러는데 1만 명 중 한 명꼴로
나 같은 환자도 있다고 해요. 내 성격상 병을 무서워하지 않아서 그런가 봐요.”
글귀 마다 세상에 대한 놀라움과 환희가 가득하다. ‘…나는 오로지 여름을 기다리면서 산다…바다는 뒤집어 지고, 거리의
먼지가 모두 하수구 속으로 빨려 들어가고, 헌 집에서는 비가 줄줄 새고, 해진 운동화 속에도 물이 쿨럭쿨럭거리고,
우와 무지 재밌다’(여름하늘), ‘한 무리의 패랭이꽃을 보고는 가슴이 뛰었다… 입꼬리가 확 벌어지면서 올라가고, 세상은
금방 환희로 찬다. 느슨하던 몸이 갑자기 팽팽한 기쁨으로 차오르고’(패랭이꽃)
글 한편마다 하나씩 붙은 그림에서는 건강한 붉은 말, 토실토실한 새, 쭉쭉 자라는 풀과 꽃들이 생명에 대한 기쁨을 노래한다.
그림도 꾸밈이 없고 글도 단순명쾌하다. 저자는 “원래 내 글은 길고 구질한 산문인데 출판사에서 확 줄여버려 시처럼 됐다”고
했다.
전체 71편 중 18편은 최근 항암 치료를 받으면서 쓴 것이다. 병마가 그에게 아무런 영향도 끼치지 않은 것은 아니다. 그는
“병 때문에 언니네 집에서 지내면서 비로소 언니에 대해 다시 생각해보게 됐다. 언니가 해 준 음식에서 죽은 엄마의 느낌이
난다”고 했다. 그래서 어릴 때 언니와 함께 보냈던 밤을 떠올리며 쓴 글이 ‘언니’다. ‘언니와 나만 남겨졌다. 깜깜한 밤이 되었다.
나는 울었다. 언니는 그런 나를 달랬다’(언니)
누구나 쓸 수 있을 것처럼 쉬운 글이 가슴 속을 시원하게 만들어주는 매력이 있다. ‘사람 몸은 속이 비어 있다.
그 속에 쉬지 않고 음식을 넣어야 한다. 피곤할 만큼 부지런히 넣어야 한다’(음식) 같은 글에서 김점선 특유의
‘야생성’이 느껴진다. 병과 싸우면서도 김점선은 지치지 않았다.
“나는 원래도 내 마음대로 살았지만, 아프고 나니 더 그렇게 살고 싶어졌어요. 정말 내가 원하는 대로 살아도
인생이 짧다는 생각이 드니까”라고 그는 말한다.
사랑의 속삭임, 희망의 속삭임, 꽃의 속삭임, 달빛 속삭임, 천사의 속삭임, 심지어 악마의 속삭임마저도 달콤하다.
두 눈을 지긋이 감고 얼굴을 맞대고 사랑의 밀어(密語)를 나누는 말들의 모습을 보면 방긋방긋 웃음이 샘솟는다.
불리는 이러한 기법은 대상을 충실히 재현하는 것이 아니라 어떤 의도에 의해 고의로
왜곡시키는 것을 의미한다.
글:정유찬

자화상
그림:김점선
화가와 수녀 유쾌한 인연
화가 김점선 씨와 이해인 수녀가 함께 찍은 사진 위에 김점선 화가가 그림을 그렸다.
수녀복 위에 꽃을 그려 넣어 울긋불긋 꽃치마를 만든 김 씨의 그림을 보고
이 수녀는 “꽃마음으로 살라는 뜻으로 알겠다”며 웃었다
| 출처 : | 김점선 디지털그림 |
글쓴이 : 웃는타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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