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는

 

                         고은솔

 

 


 

     산다는 건 시지프스의 형벌,

끝없는 바위를 굴려야 할 때,


산으로 내달리다가

이제는

내가 산이 되기로 했다

 

바닷물에 절여진 시간들,

조갈증인지 분간조차 되지 않을 때,


시를 소리 내어 읽다가, 끄적거리다가

이제는

내가 시가 되기로 했다

 

 

자율신경의 지배인 줄만 알았던 숨쉬기가

제멋대로 삐그덕 거릴 때,


노래에 빠져들다가, 흥얼거리다가

이제는

내가 노래가 되기로 했다

 

 

실타래처럼 엉킨 관계들, 

풀 수도 끊을 수도 없을 때,


기도를 하다가

이제는

 내가 기도가 되기로 했다

 

사방 가로막힌 절벽 끝

마음이 캄캄해질 때,

햇빛 속을 무작정 걷다가, 달리다가

이제는

 내가 빛이 되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