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노이의 새벽은 분주했다. 나의 잠을 깨운건 하루의 시작을 알리는 자명종이 아니라 오토바이소리였다.

루앙프라방으로 가기위해서 새벽에 일찍 일어났다.

호텔 옆에 있는 신카페에서 콜택시를 부르면 더 싸다고 해서 불러 일행의 목숨을 건 레이스를 시작했다.

그렇게 빡빡한 시간이 아니었음에도 불구하고 가끔씩 역주행하는 오토바이를 피해가며 공항으로 향했다.

택시에서 내리는 순간 1주일을 여행한 듯 피로가 몰려온다. 게다가 택시기사의 우격다짐으로 우리는 2달러를

더 지불해서야 돌려보낼 수 있었다.

 

책에서나 봐왔던 장면. 내 눈앞에 책속의 장면을 떠올리며 비행기를 탔다.

 

베트남의 짧은 여정에서 사회주의를 느낄 수 있었던 몇 안되는 모습. 너무나 근엄한 모습에 어디론가 끌려가는 것은

아닌가 하는 걱정이 몰려왔다.

비행기 탑승완료후 그는 무표정하게 차를 타고 갔다.

너무 작은 도시라서 그런가?... 20명 정도 타니까 바로 출발!!!

마치 버스타고 루앙프랑방 가는 것 같은 느낌.. 생소하다.

 

날씨가 흐린탓에 30분동안 루앙프라방의 상공에서 빙빙돌며 배회하다가 내렸다. 역시나 버스같다.

착륙하자 말자 바로 브레이크 잡고 내린것 같다. 공항도 시외버스 정류장같다. 소박할때가 그지 없다.

조용한 루앙프라방을 그렇게 우리를 맞이해준다.

 

꼬불랑 글씨.. 도대체 알 수 없는 글로 환영한단다. 대충 알파벳하고 비슷하면 뭐.. 아주 대충은 알아먹겠는데..

그래도 환영한단다.

 

라오스하면 빠지지 않는 말이 있다. '미소'다.

이번 여행은 설레임과 그 미소에 대한 나의 동경으로 시작되었다.

공항을 나서자말자 난 그들의 미소에 반해버렸다.

"싸바이디"한마디에 저렇게 웃을 수 있을까?

검은 동자와 흰 동자의 선명한 구분, 그 속에서 친절함이 묻어나오는 듯 하다.

베트남하고는 다른 걸....

 

마치 한국전쟁통의 한 시장을 방문한 것처럼 그 옛날의 사진집에서나 눈에 익은 그들의 모습.

게스트하우스를 알아보는 동안 가만히 사람들의 모습을 감상했다.

큰 물고기와 채소를 가득 실은 할머니가 오토바이에 시동이 걸리지 않아 끙끙대는 모습에

저절로 난 달려가 시동거는 것을 도와주었다.

할머니의 "껍짜이"말에 너무 흐뭇하다.

라오스오기 전에 제일 연습 많이 한 말이 "싸바이디","껍짜이"다. 내가 먼저 쓰기전에 고맙다는 말을 먼저 들었다.

 

하늘을 가득채운 구름은 걷고, 서서히 더위가 몰려오는 듯 하다.

아이들이 학교를 마치고 집으로 돌아가는 시간이다.

손수레에 실려 가는 시간조차도 행복해보인다. 경운기에 실려 가는 우리네 아이처럼 천진난만하기만 하다.

 

루앙프라방에는 몇개의 학교가 있는데 여중생인듯 하다. 재잘재잘.. 뭐 그리 재미있는 얙기를 하고 가는지..

슬쩍 끼어서 나도 같이 얘기하고 싶은 맘이 굴뚝같다. 수다쟁이처럼..ㅎㅎㅎ

해질녘 야시장에서 이 아이들의 모습을 다시 볼 수 있었다.

 

참.. 라오스도 사회주의 국가구나... 붉은 손수건을 보면서 순간 떠올랐다.

여행하는데는 뭐 그리 중요한 건 아니다. 친철하고 소박한 그들이 더 중요하기 때문이지요..

 

드디어 우리가 레스토랑에 앉았다. 새벽부터 설친 덕에 배는 아주 굶주려있었다. 바빠도 채우고 간다...

메뉴판을 열고 머리속으로 환율계산하랴 뭐 먹을까 생각하랴, 싼 가격에 눈이 휘둥그레진다.

이 녀석들 혼내준다~~~

 

세계의 배낭여행자들이 그렇게 좋아하는 라오비어.

라오스에서 먹어보면 안다. 그 맛을... 최고다. 일주일 있는 동안 우리곁을 떠나지 않는 벗이었다.

 

라오스를 자주 여행했던 한 선배에게 물었다. "형님, 나 라오스 가는데 팁 좀 주세요~~"

형님 曰 "다른건 필요없고, 맘만 비워가면 된다"다.

이건 또 무슨 말일까?

다른 여행지처럼 볼 유적지가 많지도 않고, 그렇게 바쁘게 다니지 않아도 되고, 그런 라오스에서 뭘 얻으려고 갈까?

거리에 있는, 학교에 있는, 곳곳에 있는 사람들을 만나러 가는 것이다.

아무것도 하지 않고 카페에 앉아 차를 마셔도 좋다.

사람을 만나러 가는 것, 그러기 위해서 맘을 비우고 가라는 말인 것 같다. 그들을 채우러 가는 것이지...

 

 

푸시산의 일몰. 아침과는 전혀다른 풍경이 눈앞에 펼쳐진다. 루앙프라방의 전경이 한눈에 들어오는

푸시산에 올라 땀을 식히고 있는 동안 해는 늬엇늬엇...

사람들은 하나 둘씩 무거운 카메라를 들고 와서 셔터를 눌러댄다.

 

푸시산을 내려오니 여행자의 거리에는 야시장이 서고 있다.

손수 짠 슬리퍼. 두툼한 신발이 너무 따뜻해본다. 물론 라오스에서는 신을 일이 없을 거다. 더워서리..

 

야시장인데도 너무 고요하다. 장사를 하는 사람답지 않게 너무 수줍어한다. 물건을 파는데도 수줍어하고,

그냥 지나가도 두번 부르지 않는다.

오늘 팔지 않으면 내일 팔고, 또 더 좋은 걸 만들어서 모레 나오고...

쇼핑에 익숙치 않은 나에게는 이런 모습이 어찌나 좋은지 모르겠다.

예전에 우리들의 모습도 이러 했으리라 짐작한다.

세상이 우리의 눈빛을 변하게 했을지 모른다. 우리의 마음을 변하게 만든건 아닌지...

마음이 순화되는 듯 하다.

 

야시장의 먹을거리.

메콩강에서 갓잡아온 물고기와 고기들.

싱싱한 먹을거리도 우리들을 유혹한다.

다 먹어도 2~3만원... 빨리 가져다 먹어~~~

 

이것 저것 집느라 손이 보이지 않는다. 고민하지 않고 생각하든데로

손이 가는데로 배에다 넣어주었다.

 

그래서 우리는 여러곳에 유혹당했다. 그리고 음식에 혹사당했다.

담은건 뼈와 꼬지의 나무 뿐!!!

위의 사진은 시작일뿐이다.

몸과 마음이 풍성해지는 곳 루앙프라방의 하루다.

 

밤은 깊어져간다. 야시장의 거리가 한산해지기 시작한다.

그래도 상인들(?)의 모습은 그대로다.

시간이 되면 들어간다. 10시!

 

처음 도착한 루앙프라방은 낯설지 않은 낯설음에 내 몸을 맡기게 만드는 것 같다.

아침부터 늦은 밤까지 고요한 곳 루앙프라방.

저절로 마음을 비우게 되는 곳이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