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물관

곰곰히 지나왔던 날들을 돌이켜보니 내가 처음 박물관을 접했던 것이

중학교 3학년 졸업을 앞두고 간 부산박물관이었다.

무미건조한, 의례적으로만 돌아다니고

유물에 대한 설명이란 것은 전혀없고,

그냥 학교에서 하는 하나의 시간떼우기 행사중 하나.

이것이 내가 가진 박물관에 대한 첫 기억이다.

그리곤 처음으로 간 곳이 바로 이곳 대영박물관이었다.

 

 

유럽여행에서 빼먹지 말아야 할 곳이 바로 박물관, 미술관이다.

하지만 박물관, 미술관 관람이 일상화 되어 있지 않은 우리에게는

필수코스이기는 하지만 큰 감흥이 없는 곳이기도 한 것이

바로 박물관이다.

그래서 묻는다

"구기에게 대영박물관이란?"

"시차적응 안되서 피곤한 몸 더 피곤하게 해서 시차적응을 도와주는 것"

"소리소문없이 나에게 다가와서 '집에가서 쉬자'는 곳"

"수백만 점의 유물이 있어도 뭐가 먼지 모르는 것"

"왔으니까 됐다... 하는 곳"

"수면바이러스가 침투하는 곳"

 

근데 여행전 조금만 알아보고 가면 참 재미있는 곳이다.

1753년 내과의사 한스 슬론 경이 평생동안 수집해온 7만 천여점의 유물을

생을 마감하면서 국가와 당시 왕이었던 조지2세 왕에게 기증하면서

대영박물관의 기초를 제공한다.

이에 조지2세은 왕립도서관과 할레이언 도서관, 코토니언 도서관을 통합하여

대영박물관을 건립하기로 의회법을 만들고 통과한다.

대영박물관의 탄생이다.

한스솔론의 유지에 따라 지금까지도 무료관람을 할 수 있다는 것은

여행에 있어서 큰 은총이기도 하다. 다른 나라를 여행해보면 바로 피부로 와 닿는다.

 

기부자 동판이다.

1753년의 한스슬론의 이름이 보인다.

그리고 그 밑에 조지2세의 이름도, 우리에게 익숙한 제임스 쿡의 이름도 보인다.

1824년 내셔널 갤러리가 만들어지기 전까지는 회화,

1887년 자연사박물관이 개관을 하기 전까지는 자연유물을 함께 전시를 했고,

1775년에 세계여행에서 돌아온 제임스 쿡 선장이 세계에서 가져온 기념품과 유물을

전시하면서 미지의 세계를 접할 수 있는 곳으로 인기가 한창 높아진다.

 

1992년 한국 정부와 1998년 한광호라는 개인,

위의 사진에는 없지만 2009년에는 대한항공이, 2010년에 삼성전자가

저 기부동판에 이름을 올리게 된다.

 

메소포타미아 문명의 앗시리아 부조관.

 

그리고 이후 탐사기금이 국가적으로 마련이 되면서 전 세계에

유물탐사에 나선다.

대영박물관의 소장품은 대략 7백만점 정도라고 한다.

세계 최고 수준의 소장품이다.

지하에 공개되지 않은 소장품, 지금도 연구중인 소장품,

미래에 밝혀져야 할 수수께끼 등 아주 흥미로운 곳이 바로 대영박물관이다.

 

2009년 2월 23일.

유럽으로 나가는 비행기안에서 펼친 신문에서

이라크 국립박물관이 6년만에 다시 문을 열었다는 기사가 눈에 띈다.

하지만 슬픈 소식은 미국이 이라크를 침공한 이후에

1만 5천여점의 유물을 약탈 당한것이다.

메소포타미아 문명의 뿌리를 약탈당하고, 전세계에 호소하는 것이다.

'제발 돌려주시오' 하는 메세지를 지금도 날리고 있다.

 

잘 생긴 람세스 2세 동상

나일강의 강바닥에 묻혀있던,

사막의 모래의 묻혀있던 이집트 문명을 모두 밝혀낸 로제타스톤

역시나 사람들에게 인기가 최고다.

 

비너스

우리가 잘 익히 알고 있는 사랑의 비너스 '밀로섬의 비너스'는 루브르에 있다.

메소포타미아, 이집트문명의 신중심의 문명과는 달리

그리스문명에서 인간중심의 문명을 엿볼 수 있다.

신은 가장 아름다운 인간의 모습일 것이다.

사람의 눈에 가장 아름답게 보이는 비율, 황금비율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아름답다. 그리스 문명의 유물 모든 것이...

 

대영박물관의 하이라이트 파르테논 신전관.

2006년 그리스 아테네 올림픽 당시 유물을 잠시 빌려달라고 했지만

'와서 보세요'라며 거절했던 대영박물관. 그들의 오만함이 매우 밉다.

신전의 방향과 위치 그대로 배치하고 마치 신전안에 들어와 있다는 착각이 들정도

전시가 잘 되어있다.

 

파르테논 신전의 프리즈를 설명하는 시청각실.

비록 부조이지만 환조를 보는 듯한 조각예술. 이것은 거의 신의 경지다.

 

대영박물관에서 제일 복잡한 2층 이집트 미이라관.

눈을 가리지만 손가락 사이로 사람들은 본다. 미이라를...

사후세계를 중요시 생각하고 영생을 꿈꾸는 이집트 사람들의

문화를 잘 엿볼 수 있다.

 

대영박물관에서 유일하게 에어컨이 나오는 곳 한국관

2000년대 중반까지만 해서 위의 사진과 같이 북한 예술작품을 볼 수 있었지만

지금은 찾아보기 힘다.

여기서도 분단의 아픔이 느껴진다.

그 옆 일본관. 다시 애국심이 살아난다.

일본관이 한국관보다 크다. 왜?

 

페르시아의 황금관.

대영박물관, 이곳만 가면 전세계를 여행하는 것 같다.

각 나라, 각 대륙의 유물들의 다 모여 있다.

나는 이렇게 생각한다.

국가를 마케팅하는 곳.

아주 작은 국가도 대영박물관의 한쪽 모퉁이만 차지하면

전세계에 존재감을 줄 수 있다는...

 

2000년 밀레니엄에 새롭게 개관한 대영박물관 중앙홀 그레이트 코트.

오묘한 무늬의 천장이 대영박물관을 더욱 빛나게 한다.

이곳 설계는 그 유명한 건축가 노먼 포스트.

내가 가우디 다음으로 알게된 건축가. 둘다 존경한다.

 

대영도서관의 내부.

지금은 헤리포터로 유명한 킹스크로스 옆으로 도서관을 이관해서

지금은 위의 사진의 모습을 볼 수 없다.

지금은 기획전시실로 활용되고 있다.

세계의 아름다운 도서관으로 손꼽히기도 했던 대영도서관

이곳으로 돌아가 나른한 봄날 책한권 읽고 싶다.